안녕하세요 뉴비 @mayhjj 입니다.
지난번 이야기에 뒤이어 다시 적어보겠습니다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돌이켜보면 남자친구와의 연애는 재미있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제가 하자는 것에 다 맞춰주는 데이트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본인 말로는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문화?를 잘 몰라서 제가 리드해 주는 게 좋았다고 했는데... 변명이었습니다.)
이것도 한두 번이지 짜증이 났습니다.
제가 무슨 독재자도 아니고 항상 제가 짜오는 코스대로, 제가 하자는 대로만 하는 게 말이 되나요.
남자친구는 억지로라도 데이트 코스를 짜오는 걸 시키면 매우 서툴렀고, 스트레스받아하며 제가 하길 바랬습니다.
(희미한 기억에 의지하자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이 가자고 남자친구가 제안했던 게 온오프믹스에서 진행하는 컴퓨터? 업무 관련 모임이었습니다. 저는 화냈구요.)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으니 좋지 않아?라고 말해 준 친구도 있지만 이건 아니었습니다.
맨날 제가 보자는 것만 보고, 제가 먹자는 것만 먹으니 너무 답답했습니다.
저도 리드를 당하고 싶었습니다.
이 문제로 제가 화를 내면 남자친구는 '나는 정말... 아무래도 좋아', '네가 하자는 건 다 좋아'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하는 남자친구는 제 머릿속에 꽤 바보 같은 모양새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취향의 색이 꽤 뚜렷한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나는 로보트를 만나는 걸까?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때 가장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나이 3n 년에 연애 문제로 친구에게 (또!) 고민 상담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라는 주제로...
친구와의 상담 결과, 그는 '취향이 없는 사람' 이었습니다.
아직 본인의 취향을 모른다면 이제부터 알면 되니까! 취향을 찾는 미션이 추가되었습니다.
남자친구는 보통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게임에도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딱히 당구라던가... 술 마시는 것에도...
취미라고 할 건.. 안드로이드 APP 만들기
일하면서 코드를 보는데 취미가 안드로이드 APP 만들기...
(남편의 대해 부가 설명을 하자면 공대>공대 대학원>서울 상경 직후 바로 절 만남. 빡센 스타트업 개발자 업무에도 '대학원 때 보다 덜 빡시당~~^^' 이러고 좋아했음.)
다행인 건 저는 쉽게 포기하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데이트의 방향을 좀 더 넓혔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연극, 미술관 등 문화생활 체험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남자친구가 처음으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낸 날이 왔습니다.
'난... 총싸움 영화가 싫은 것 같아.'
이 말을 듣기까지 1년 가량 걸린 것 같습니다. 너무 감격이었습니다.
싫은 걸 깨닫기까지 제가 좋아하는 007과 본 시리즈를 잔뜩 본 이후였습니다.
남자친구와 연애하며 무엇이 더 즐거웠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 같이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할 날은 더 많으니까 이렇게 하나하나 그의 취향을 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기준 사회화가 된 건지 고민이 되는 사람이었지만, 희한하게도 직장생활은 잘 했습니다. 그리고 제 글은 절대 주변에 공유하지 않습니다... 쑥스럽다고)
어찌 보면 30대에는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남자친구를 무척 사랑했고, 결혼한다면 이 남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앞두게 되면서 참 많은 고민이 들었고, 남자친구를 보며 제가 앞으로 살아야 할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내가 이 남자랑 평생 살 수 있을까? 이 남자랑 결혼해도 괜찮을까?
우리는 감수성이 뿜뿜하는 아름다운 대화는 나누지 못 할 텐데!'
그에게 사랑이란 환상을 좀 더 기대해도 되는 것인지, 우리가 이다지도 다른데 부부가 되어서도 같은 상황과 현상 속에 생각의 합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때마다 저는 답지없는 문제지를 계속해서 풀어나가야 하는 걸까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앞두고 공대남자와 결혼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전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
다음 편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결론은 해피엔딩입니다. 해피엔딩이에요.
말로만 전해들어도 정말 엄청난 개발자이실것 같습니다.
엄청난 개발자...일까요!? 반갑습니다^^
배려심이 많은 분이신것 같습니다.
상대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거죠
사실 보통사람 은 못할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칭찬 감사합니다ㅎㅎ 이 댓글을 꼭 제 남편이 봐야할텐데 말이죠!
연애 당시에도 '취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푹 빠지셨나봐요 :)
네 맞아요^^; 푹 빠졌습니다 :)
공대생. 저도 공대생. 결혼해서 27년째 잘 살고 있어용.
우와 27년간 함께하신거군요. 멋지세요! 저는 아직 새내기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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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오늘 하루 행복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