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Story, episode14 시작합니다.
나는 SM이다.
이번에는 화장품 가게 누님에 대한 이야기다. 이전의 여느 episode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이야기도 당연히 실화이므로 화장품 가게의 정확한 위치는 밝힐 수 없다.
단지 그 화장품 가게가 의정부에 있다는 것 정도만 말해 두겠다.
가정이 있는 남자가 화장품가게 누님을 만나고 다닌다고 비난하지 마라! 나는 단지 정이 많은 남자일 뿐, 가정에 충실하지 않거나 가정을 해체시킬 의도로 이 누님을 만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pisode14. SM, 화장품 가게 누님과의 부적절한 만남
나는 2000년 초부터 2014년까지 의정부에서 ‘지역채권’으로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다. ‘지역채권’이라는 보직은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동경하는 꿈의 보직이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지역채권이라는 보직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우리회사에는 직영 영업조직이 없고 거의 대부분이 ‘판매법인’이라고 하는 외부 판매조직으로 되어 있다.
Episode12에 등장하는 혜민이가 다니는 바로 그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보니 본사에서는 관리의 편의상 지역 거점에 있는 판매법인에 본사 직원을 파견시켜 현지에서 채권관리도 하고 이것 저것 관리업무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보직을 '지역채권'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지역채권'이 왜 모든 직원들의 선망이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하는 일이 없고 편하다.
‘을’의 사무실에 ‘갑’의 직원이 혼자 있는 셈이니 그 사무실에서는 거의 판매법인의 사장과 맞먹는 1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태는 신경쓸 필요도 없고 일이 있으면 언제든 퇴근하고 심지어 무단으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차량유지비와 식대를 비롯한 각종 수당까지 나오니 경제적으로도 이 만한 자리가 없다.
나 또한 의정부에서 '지역채권'으로 근무하면서 온갖 풍요로움을 다 누렸다.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다.
당시 나는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골프를 시작했다. 사무실 인근에 있는 골프연습장에 등록해서 매일 점심을 먹고 골프연습장으로 달려가 연습에 매진했다.
화장품 누님은 바로 이 골프연습장에서 만나 친해진 누님이다.
내가 누님, 아니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어느 봄날이었다. 분홍색 운동복에 짧은 치마를 입고 열심히 골프채를 휘두르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그녀를 본 순간 나는 이내 사랑에 빠져들었고, 어떻게든 그녀에게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를 보기 위해 거의 매일 골프연습장을 찾던 나는 의도적으로 그녀와 자주 마주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특별히 노력할 것도 없었다. 평일 대낮에 할일 없이 골프연습장을 찾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평일 낮 시간의 골프 연습장에는 그녀와 나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그녀와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고 우리는 공통의 주제인 골프 이야기를 매개로 해서 차츰 대화의 폭을 넓혀갔다.
그녀는 의정부에서 화장품 가게를 한다고 했다. 나이는 나보다 3살이 더 많았다. 그러나 화장품 관련된 일을 해서 그런지 나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에 대해 호감을 느꼈고 강한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끌렸다. 그렇게 우리는 자주 만났고 서로 데이트를 즐겼다.
우리는 주로 스크린골프장에서 만났다. 한적한 오후시간에 단 둘이 밀폐된 스크린 골프장에 들어가 골프를 쳤다.
그녀가 허리를 틀어 골프채를 힘있게 휘두를 때면 바람을 가르는 골프채의 소리와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함께 터져 나왔다.
“쉬익~”, “하~”, "아~"
아! 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에 눈 멀고, 그녀의 거친 숨소리에 귀를 먹고 말았다. 그녀 외에 보이는 것 없고 그녀의 소리 외에는 들리는 것도 없었다.
스크린 골프를 치고 의정부 외곽의 경치 좋은 곳에서 식사도 하고 저녁에는 맥주도 한잔 마시면서 한가롭고 여유롭게 인생을 즐겼고 그런 생활은 1년 이상 계속됐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우리의 부적절한 행각은 그녀를 수상히 여긴 그녀의 남편에 의해 발각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사태를 직감했다.
나와의 관계가 발각되자 그녀는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죽지 않을 만큼 구타를 당했고, 급기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짐도 챙기지 못하고 집에서 도망 나온 것이다.
나는 의당 그 즉시 그녀에게 달려가야만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하염없이 흐느끼는 수화기 너머 그녀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비겁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미 관계가 들통난 이상 나도 그녀의 남편에게 얻어 맞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다음날 그녀의 남편이 내가 근무하는 의정부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녀의 남편이 사무실 문을 와락 열어 제끼며 소리쳤다. “SM”이 어떤 놈이야!
순간 직감했다. 올 것이 왔구나!
사무실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 봤지만 나는 모르는 척 했다. 아니 내가 SM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침묵하고 있어도 분위기는 내가 SM으로 압축되고 있었다.
최홍만과 밥샙을 합쳐놓은 듯한 그녀의 남편은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 하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순간적으로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고 느꼈다.
사무실 창문을 열고 2층에서 밖으로 뛰어 내려 차를 타고 그대로 도망갔다. 부끄럽고 창피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대로 맞아 죽을 수는 없었다.
내가 도망가고 나서 화가 난 그녀의 남편은 사무실을 다 때려 부쉈다.
한참을 때려 부수다 신고에 의해 출동한 경찰에의해 재물손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불구속기소가 되었다.
그리고 피해자인 의정부 판매법인의 사장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의 남편과 형사합의를 했고 그렇게 이 일은 마무리 되었다.
지금도 그 때의 일만 생각하면 눈 앞이 아찔해진다.
그렇다고 내가 버릇을 고친 것은 아니다.
단지 더 조심할 뿐이다.
배는 항구에 정착되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항구에만 있으면 배라고 할 수 없다.
나 SM도 여인들과 부적절한 관계가 없으면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부적절한 관계가 없으면 SM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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