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파라다이스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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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은 잘함에도 불구하고 상업출판 한 거랑 다른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요?”



이 책을 소개해 준 이에게서 이런 질문을 들었다. 독립출판이니까 그렇겠지. 독립은 혼자 하는 거니까, 처음 하는 거니까 어설프기 마련이다. 실제로 많이들 그렇다. 출판의 결과물에서는 특히 폰트가 그렇다. 괜히 그 폰트를 쓰는 게 아닌데 독립출판을 하는 사람들은 폰트에서 욕심을 많이 낸다. 모니터로는 이뻐 보여도 인쇄하고 나면 가독성이나 안정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레이아웃의 다른 부분들, 줄 간격이나 자간, 이미지, 1도냐 4도냐 색상의 차이도.. 그런 것들이 나름 규칙이 있고 유행이 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려고 만든 독립출판이라면 뭐 것도 좋다. 투박한 것도 멋이니까. 과잉은 독립의 힘이니까.



그런 줄 알고 열어보았는데 흠칫 놀랐다. 과잉과 제 멋일 줄 알았던 요소들이 꽤 정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읽어내려갈수록 글 내용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다 읽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종이책을 넘기는 맛이 어색하면서 따뜻했다. 책 든 손이 낯설어서 주변 시선을 의식하게 되기까지 했지만 그것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기록하고 있는 저자의 글이 용기를 주었다.


‘완벽할 수 없는 인생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생명력을 더욱 증폭시킬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에게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삶이 가치가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가시덤불이 가득한 통로가 자기 삶의 유일한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나의 인생 실험은 이러했다. 글과 사진을 더욱 깊이 기록하는 삶을 살아보는 것. 이런 활동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누군가와 함께 내 삶을 지속시킬 방편을 마련하는 것. 종합하자면, 독립적인 주체로 방향키를 잡아 인생 항해를 연습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가장 큰 목표였다.’

‘나는 내가 감히 이렇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삶 속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_ 채린제인 <사적인 파라다이스>



29살의 저자에게는 너무나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 가시덤불이 가득한 그 통로가 끊임없이 나타날 거다. 하지만 본인의 말대로 그것은 탈출구이지 장애물이 아니다. 저자가 숲속의 모기와 평화를 이루고 방에 출현하는 벌레들과 공존했듯이, 가시덤불 가득한 그것들이 상카라로 자리 잡게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인생은 참으로 찬란하다.


엄마와의 갈등을 어떠한 방향으로든 해결하는 것
지속적인 밥벌이 노동을 마련하는 것
낮은 자존감이 자신을 갉아먹지 않도록 하는 것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저것들과 화평하고 공존하시길..
우리의 우주, 사적인 파라다이스에 오신 걸 환영한다.



마법사 멀린..



*PRIVATE PARADISE 사적인 파라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