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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처음의 거절이 갖는 강력한 무게감

in #kr7 years ago (edited)

다크핑거님과 제가 말하는 방향과 가정하고 있는 상황이 달라서 의견이 다른 것처럼 보였나보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말을 하고자 함에도 불구하고요 :)

말씀하신대로 해결은 피해자가 나서야 합니다. 그 누구도 대신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신 나서봤자 그 말에 힘이 실리지도 않고요. 성범죄에서 친고죄가 폐지되었다고는 하나, 가해자-피해자 간에 합의가 되었으면 사법기관에서 좋게좋게 끌고가려는 경향도 남아있구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최초 사건 발생 시점에서 '거절' 을 표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말씀드린 겁니다. 최종적으로 해결 추진해야 할 사람은 피해자가 맞지만, 최초 사건 발생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피해자는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 생각이 먼저 날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피해자에게 '넌 처음에는 너한테 불이익 올 거 생각해서 감췄다가 왜 나중에서야 싫었다고 밝혀? 처음부터 싫다고 말하지 그랬어!' 라고 말할 수는 없죠. "시스템적"으로 피해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해결 책임의 첫 걸음을 내딛으라고 하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 피해자가 추가적 피해를 받지 않는 시스템/문화가 마련되고 난 후에 2) 피해자가 해결을 위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처음부터 나서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말하면, 피해자만 피해를 입기 때문이죠. 가해자는 가벼운 처벌만 받고.

게임이론을 말씀하셨는데, 게임이론 자체가 이상향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입니다. 가끔씩 선행을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기적인 본성을 갖고 있다고 저는 가정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지금 당장 불이익이 오는걸 알고 있음에도, 당당히 그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습니다. 그런 분들은 독립투사와 같이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대단한 인물들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계속 시스템과 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인간 사회를 보면 법이 있고, 사회 규범이 있듯이, 제도가 마련되어야 그 안에서 사람들은 마음 편히 행동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본질은 우리 사회가 어서 빨리 성숙한 시스템과 제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들이 첫 사건 당시 거절을 표해도 또다른 피해자가 나올 거란 거구요.

누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싫다고 거절을 표해도, 누구 하나 피해자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고 트럼프를 처벌할 사람이 없으면, 그 거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최종적 해결은 피해자가 나서야 합니다. 증인/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처음에 단호히 거절하는 걸 피해자가 편안히 말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분위기/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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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사회적 분위기,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가 문제지요. 결국은 피해자의 용기 있는 저항에서 시작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제도 분위기를 가만히 잇는다고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다크핑거님 말에 공감합니다. 그래도 지금이나마 여러 운동이 진행되고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피해자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나봐요. 피해자분들은 처음부터 단호히 거절을 하는 용기를 낼 수 있고, 가해자는 그러한 피해자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처음부터 형성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처음이 어렵지, 시작이 되었으니 점점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