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야 할 것의 미스 매칭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읽었고 봐왔던 것 같다. 20대는 무언가 중요한 시기이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기이라고 책에 써져 있었고 누군가는 이야기했다. 20대는 중요한 시기이니깐 꼭 해야 할 것 들이 있다고. 그래서? 그게 뭔데?
너무 많아서 나열하지 못하겠어..
나는 20대가 되면 대학부터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중요한 시기이니 더 넓은 서울이라는 곳에서 대학을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무언가 중요한 일들이 많을 것 같았다. 자기 계발서도 꾸준히 많이 읽었고 그중에 '20대에 꼭 해야 할...'이라는 단어가 붙은 책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도 챙겨봤다. 모르겠다. 그냥 20대는 중요하다 느껴서일까?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군대를 전역 후에 그 강박은 더 심해졌다. 막 사회에 나와 충만했던 열정을 이곳저곳 솟아냈다. 그리고 그 청년은 '20대 꼭 해야 할 일' 목록에 실패를 해도 된다고 냐와있었기에 이것저것 막 해보았고 결국 실패로 귀결이 되었었다.
그래도 나는 20대에는 중요할 것 같은 20가지 중 몇 가지를 골라냈다. 그러고 나서 수습기자도 했고 전자회로 다루는 똑똑한 연구자이자 밤에는 매우 사회적인 대학생이 되었다. 참 그때의 느낌은 지울 수 없는 흥분이다. 그런데 항상 그 흥분 뒤에는 불안도 숨어있었고 공허함도 있었다. 왠지 더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7년이 지났다.
저자는 20대 전문 상담자로 직접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우리의 상식(?) 혹은 익숙함을 깨버린다. 잠깐 그 부분을 소개한다.
...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20대에 집착한다. 한마디로 지금의 20대는 시대정신에 잘 들어맞는다. 특히 대중문화가 거의 강박적일 정도로 20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생에는 보너스 같은 20대의 시기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아역 스타는 물론 평범한 아이들도 스무 살처럼 행동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TV쇼에 나오는 여성뿐만 아니라 나이 많은 어른들도 멋진 외모와 옷차림 덕분에 20대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모순적이고 위험한 메시지다.
이러한 문화는 20대 시절이 중요치 않다고 믿게 하면서도 20대에 집착하고 그것을 미화함으로써 그밖에 다른 중요한 것이 있음을 간과하게 만든다.
(젠장.. 속은건가? 그 20가지를 믿어왔는데.. 누군가 만들어낸 것이였어?...)
저자는 20대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일은 분명히 있으나 누군가가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정체성 자본을 쌓아서 30대 40대 50대 그 이후의 삶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람마다 정체성 자본은 다른데 왜 엉뚱한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인가? 저자는 그러한 20대들을 상담하며 느꼈던 것들을 이 책에 전부 담았다. 상황별로 나와 있다 보니 '앗? 내 이야기인데?'라고 할만한 것들이 많다. 29살이 되어서야 내가 지난 나를 돌아보며 이 책을 보니 더욱더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저렇게 살고 싶진 않아'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미디어나 인터넷 상에 떠도는 '20대에 꼭 해야 할 00가지'는 나의 00가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20대에 꼭 해야 할 0가지'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도 사실 이러한 이유에서다. 누군가 이야기하는 것은 '20대에 꼭 해야 할 0가지'라는 것이다. 선택은 스스로가 하는 것인데 누군가 정해주는 것에 강박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난 20대를 돌이켜보면 참 강박이 많았던 것 같다. 사랑은 죽고 싶을 만큼 해야 하고 노는 것 미친 듯이 해야 하고 공부는 코피 터지게 해야 하는 것들...
아프니깐 청춘이냐 병원 가야지...라는 말도 어찌 보면 현실에 직면한 20대가 했어야 할 말이 맞는 것 같다. 20대를 미화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그들의 이야기가 어떤지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 이야기 중에 분명 '20대에 꼭 해야 할 것들'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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