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써보려고 하니 하고 싶은 것은 없었다
정체모를 우주선을 새하얀 스케치북에 그리며 즐거워했던 어렸을 적 기억. 그 일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 우주선을 상상하는 일은 습관적으로 찾는 단 맛처럼 자주 일어나는 일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기억을 한다.
그리고 20년 뒤 어렸을 적 풍경과는 다른 매우 도시적인 '강남'이라는 장소에서 나는 다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사실 20년 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고 착각했다. 친구들과 놀고 만화책을 보고 소설을 보고 게임을 하고 수험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고 술을 마시고 하는 것들을 나는 하고 싶은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빈 메모장에 '하고 싶은 것이 없다'라고 썼을 때. 그 모든 것들이 착각이었고 나는 빈 공간이 되어버리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 순간이 딱 29살이었다. 생일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고 나는 절망에 빠져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존재인 동생에게 카톡을 했다. '... 우울하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 같아. 맥주 한잔 할래?'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메모장에는 '하고 싶은 것이 없다'라고 채워져 있었다.
00한다는 결심이 중요 하다
기억은 안 나지만 어떤 지인에게 소개를 받았던 것 같다. 좋은 책이라는 소개... 그렇지만 죽음이라는 단어 때문에 끌리지 않았기에 읽지 않았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없다'라고 느꼈을 순간에는 번뜩 이 책이 떠올랐고 네이버 검색창에 찾기 시작했다. 죽는 순간? 20세에 죽음? 등등 검색어로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다. 다행히도 교보문고 에세이 순위에 있었기에 난 이 책을 찾을 수 있었다.
... 고교 3학년, 그저 오빠가 다녔던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공부를 했던 나에게 그런 '가슴 떨리는 꿈'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
나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아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죄일 것이다
책의 주인공도 나와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죄라고 인정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는 죽고 다는 마음을 먹었고 죽기 전에 라스베이거스라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처음엔 죽음의 연장이었다. 1년 뒤 죽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라스베이거스를 가기 위한 1년간의 죽음을 위한 삶을 살고 오히려 그러한 삶에서 죽음이 아닌 삶을 위한 감정과 경험들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처절한 삶 속에서 목표를 이루게 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단돈 5달러라는 삶의 희망을 얻게 된다.
호스티스, 누드모델, 돈 많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 등과 같은 삶의 동력이 단돈 5달러를 만들어 내었고 결국 그녀는 5달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희망에는 돈이 들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리고 그 희망은 삶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죽기 위한 것이 아닌 죽기 전 의미 있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갈 때.. 그럴 때 희망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라스베이거스 같은 환상적인 삶의 동력이 있어야 살만하겠구나 느꼈고 나도 1년만 딱 '라스베이거스'하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위로도 받고 동기 부여도 되었던 것 같다. 나만의 데드 라인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내가 삶을 힘든 것으로 느끼지 않고 이루어 내는 것, 힘을 솟을 만한 것, 보상이 주어지는 것으로 느끼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1년 뒤 나는 죽을 만큼 열심히 해보자 그리고 의미를 부여하고 단돈 5달러짜리 희망을 만들어 내자. 그것이 내가 죽지 않는 방법이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의 주인공처럼 29살에 '결심'이라는 것을 했다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굉장히 많은걸 느끼게 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배수의진을 친다고 할까요? 저도 한번 해봐야겠네요!
죽을 각오 하면 안되는게 없죠 ㅎㅎ 금방 읽을 수 있으실거에요 ~ 한 번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