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박사(@ninetempo) 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 팬덤 관찰기 두번째 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2년 전에 쓰여진 글이라 이제는 꽤나 널리 알려진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돌판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보기엔 조금 재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올려봅니다. 무엇보다 첫 글의 압박이 너무 컸다는...ㅎㅎ
어쨌든 모모랜드의 사재기 논란에 관련해 왜 사재기로 의심받는지에 대한 글은 아닙니다만, 왜 이 일이 아이돌 팬덤에서는 중요하게 취급받는지에 대해서는 이해에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그럼 즐감하시길 ^^
심심해서 써보는 아이돌 팬덤 관찰기 (2)
- 뮤직뱅크와 음반판매의 은밀한 관계
- 왜 팬덤은 발매 '첫 주'에 목을 메는가...?
1.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음원의 등장과 함께 피지컬 음반 시장은 사라지거나, 매니악한 컬렉터의 영역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런 양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는 바닥을 찍은 후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시디플레이어 조차 없는 사람이 대부분인 이 시점에 왜 갑자기 음반 시장이 살아나고 있을까? 당연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수요가 왜 늘었느냐...? 이제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을 사는것이 아니라 굿즈의 개념으로 음반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음반 시장은 아이돌 음반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여기에 각종 상술이 등장하는데 한정판, 각기 다른 버전, 멤버별 포토카드 등등은 아주 기본적인 형태에 속한다. 아이돌 음판의 핵심은 팬사인회이다. 음반을 구매한 사람에 한해 팬사인회 티켓을 주는데, 문제는 팬사인회의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팬사인회 500명으로 한정할 경우 만장이 팔리면 확률은 1/20이 된다. 따라서 확실하게 당첨되기 위해서 20장은 사야하고, 반반 확률이라도 되려면 10장은 사야하는 것이다. 누가 똑같은 앨범을 10장이나 사냐고? 인기 그룹의 경우 10~20장은 양호한 축에 속한다면 한번 더 놀라려나?
여기서 더 엄청난 팬은 찍덕 혹은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라 불리는 팬 카메라 유저들인데, 이 사람들은 레어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팬사인회는 무조건 참여 하려 한다. 따라서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20장이 안정권일 경우 50장에서 많게는 100장까지도 구매를 한다. 이런 중복구매 유도가 상술의 핵심이다.
2000년 이전처럼 음악 감상의 수단이 음반 밖에 없는 시대가 아닌 이상 한 가수가 100만장씩 파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가수들은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며 여기에 동원되는 각종 상술은 라이트한 팬층의 확보가 아니라 충성도와 구매의사가 높은 코어팬층을 겨냥하고 있다.
2. 발매 첫주
여기까지 왔으면, 피지컬 음반시장이 충성도 높은 팬층을 겨냥한 굿즈의 개념으로서 시장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발매 첫주'가 중요해지는지 알아보자.
권위있는 음반 차트가 없는 국내 시장의 여건 상, 폐지 논란이 많은 음악 순위 프로그램도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나름의 고민을 해왔다. 물론 여기에도 각종 이해관계가 반영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나름의 고민을 통해 차트 순위를 구성한다.
그 중 뮤직뱅크와 인기가요가 양대 방송차트라고 보면 되는데, 이 중 뮤직뱅크는 음반뱅크라고 불릴 정도로 음반판매량을 점수에 크게 반영을 한다. 이는 음반이 많이 팔리는 아이돌에게 유리한 점수체계를 만들기 위함이다. 음반 판매량이 높다는 것은 팬덤의 충성도와 구매력이 높다는 뜻이고, 이런 팬덤을 가진 팀이나 가수가 1위 후보에 오를 경우 유료 ARS 투표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각 팬덤은 자신의 가수가 컴백을 하면 화력이 집중되는 첫주에 어떻게든 1위를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장 큰 점수를 차지하는 첫주 음반 판매량에 집중을 하게 된다. 이때 반영되는 차트가 한터차트이다.
알다시피 국내에는 판매량을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한터차트는 가맹점의 판매량을 통해 전체 판매량을 '추정'한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하는 가온차트가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일단 미루어둔다.) 여기서 발매 첫주의 한터 차트 판매량을 '초동 물량'이라고 부른다. 이 한터 차트 수치가 컴백 후 첫주에 뮤직뱅크에 반영되는 수치인 것이다. 물론 음반 판매량은 계속 차트에 계속 반영되지만 첫 주 만한 화력이 나올리가 없기 때문에 각 팬덤은 1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첫주의 초동 물량에 집중한다.
따라서 코어 팬이라고 부를만한 팬은 대부분 발매 첫주에 구매를 완료한다. 때문에 한터 초동 수치는 '코어 팬덤'의 규모와 화력을 측정하는 아주 중요한 수치로 기능한다.
코어팬덤의 수치는 여러가지 지표로 활용이 가능해지는데 이른바 관객 동원력과 결되는 수치라고 봐야한다. 국내외에서 단독콘서트가 가능한 아이돌은 그리 많지 않은데, 단독 콘서트가 가능해도 그 안에서 3천석 규모의 올림픽홀, 7천석 규모의 핸드볼 경기장, 1만석 규모의 체조경기장, 2만석 규모의 고척돔 등으로 등급이 나뉜다.
각 기획사들 또한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대량의 음반구매를 유도하는 팬사인회를 발매 첫주, 즉 초동 주에 집중시킨다. 가끔 그런거 신경 안쓰거나 소홀한 회사도 존재하는데 그럴 경우 팬덤이 나서서 회사에 항의를 한다. "우리 애들 1위 시키기 싫어욧?" 하면서(....)이 일련의 발매 첫주 난리통을 거쳐 음원순위는 한참 밑으로 내려앉은 듣도 보도 못한 아이돌이 1위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지는 것이다.
1부에서 언급한 온라인 투표, 스트리밍 수치 등과 초동 물량 점수가 합쳐져 드디어 1위의 영광(...)을 손에 쥔 아이돌은 절대로 무덤덤해선 안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피를 토한 코어팬덤의 노력을 생각한다면...그렇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고 싶어진다.
"만약 뮤직뱅크에서 음반점수를 폐지한다면...?"
어떤 결과를 나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업계 관계자가 아닌 이상 피지컬 음반의 수익성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큰 수익성이 있다면 팬사인회 등의 상술을 통해 음반판매 수익을 내려고 애를 쓸 것이다. 다만 한터 초동에 대한 팬덤의 정신병적인 집착은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정도의 유추가 가능하고 할 수 있겠다.
* 참고로 초동수치에 대한 집착은 일본 아이돌의 음반판매 추이에서 유래하는데, 충성도는 높지만 유입이 많지 않은 팬덤의 화력은 당연히 발매 초기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오리콘 차트의 경우를 보면 한국보다 더 심하게 초동 수치와 이후 수치가 차이가 난다. 심한 경우는 90프로에 가까운 판매량이 첫 주에 몰린다.
* 한국의 경우 보통 팬덤유입이 어느 정도 꾸준하다는 전제 하에 초동 수치는 이전 앨범의 총판 수치에서 절반 정도로 예측한다. 예를 들어 총판매량 30만장을 파는 팀이 있으면 다음 앨범의 초동은 15만장 내외로 예상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수치에서 큰 변화가 있으면 팬덤의 유입이나 이탈이 심했다고 해석한다.
* 이는 초동주 집중 현상도 영향이 있지만 가맹점 판매량만 카운팅하는 한터차트와 유통사 출고량 기준으로 카운팅하는 가온 차트의 차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다. 따라서 초동 판매량은 한터차트, 총판매량은 가온차트를 기준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