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소설] 어떤 초등학교 上

in #kr7 years ago (edited)

소설을 썼습니다.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요.일단 앞부분만 공개합니다. 보팅수 10이 안 되면 뒷부분은 공개하지 않고 소설작품은 폐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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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사진과 소설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어떤 초등학교

민서는 창문을 열었다. 울창한 벚나무에 새순이 돋아나고 까마귀와 까치가 가지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모습이 재밌었다. 학교가 끝나면 3층 교실에 와서 운동장을 쳐다보는 게 민서는 즐거웠다. 아이들의 재잘대며 노는 소리와 새들의 소리가 참 듣기 좋았고, 한눈에 펼쳐지는 모습이 정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림의 한쪽 끝에서 아이들의 달리는 모양이 이상했다. 자세히 바라보니 겁에 질려서 쫓기는 듯한 동작이 괴상해 보였고, 가끔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저건 분명 노는 모습이 아니었다. 민서는 창문을 닫고 급히 달려갔다.

「야, 김근형!」 민서가 구름사다리 쪽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이 외침소리에 드디어 도망다니던 아이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태권도복을 입으면서 키득키득 비비탄총질을 해대던 아이가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는 가래침을 바닥에 퉤 뱉고 달려오는 아이를 태울 듯 노려봤다.

「지난번에 선생님께 총 쏘기 놀이 하지 않기로 했는데 왜 또 시작이야!」 민서의 항의에 근형이가 피식 비웃으며 말했다. 「진달래 선생은 한 학기도 안 끝났는데 다른 학교에 갔어. 그러니까 해도 돼.」 민서는 어이가 없었다. 「그건 너희들이 선생님 속상하게 하니까 선생님이 못 견뎌서 떠난 거 아냐?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민서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근형이는 비비탄총을 땅으로 던지며 달려들었다. 근형이는 옆차기로 민서의 오른쪽 옆구리를 노렸다. 민서가 두 팔로 가까스로 막았지만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근형이는 달려오면서 민서의 배를 가격했다. 민서는 배를 움켜쥐었다.

「이 새끼가 봐주니까 설설 기어오르려고 하네. 니가 내 아버지야? 왜 이렇게 잔소리가 심해?」 근형이가 민서에게 우쭐대는 동안 둘 사이 거리가 가까워졌다. 민서는 순간적으로 달려들며 어깨로 부딪쳤다. 순식간에 근형이가 뒤로 튕겨져나갔다. 근형이 똘마니들이 민서에게 달려들어 주먹질을 해댔다.

「그만해! 그쯤이면 됐어. 이 새끼 당당한 게 맘에 들어. 하지만 너 다음에는 나랑 일대일로 제대로 붙어보자.」 근형이는 승자의 여유를 부리듯 나긋하게 말했다. 똘마니들에게 뭇매를 맞고 코피가 난 민서는 근형이를 불같이 쳐다보며 외쳤다.

「넌 지금 남 괴롭히는 게 당당하냐?」

「넌 이렇게 매맞는 게 당당하냐?」

「안 때리고 안 맞는 게 당당하지.」

근형이는 못이기는 척하며 검지손가락을 들고 좌우로 까딱거리며 돌아선다. 똘마니들은 민서를 비웃으며 대장의 뒤를 따라갔다.

민서가 옷을 툭툭 털고 집에 가려는데 누가 민서의 팔목을 움켜잡았다. 형민이였다. 형민이는 화가 단단히 난 듯했다. 형민이는 원망의 눈초리로 민서를 노려보았다. 민서는 형민이를 근형이 장난에서 풀어주었지만 고마운 인사를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원망을 받으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만날 맞고 괴롭힘당하는 형민이에게 한마디 쏘아주고 싶었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애써 참았다.

「너 왜 근형이 말렸어. 오늘 끝내려고 했는데.」「끝내다니! 뭘 말이야?」 민서는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다. 「내가 지금 뭘 하려 했는지 알아?」 형민이는 가방을 열고 반짝이는 걸 살짝 비춰줬다. 부엌칼이었다. 틈을 봐서 부엌칼로 근형이를 찌르려고 했는데 민서가 말리는 바람에 일이 어긋난 것이다. 민서는 경악했다. 매일 당해서 못난 놈인지 알았는데 마음속에 이렇게 무서운 생각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민서는 자세를 고쳐잡고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형민아, 그것도 당당한 행동은 아닌 것 같아.」

「그럼 무엇이 당당한 거니? 나처럼 쳐 맞고 가만히 있는 게 당당한 거니? 아니면 너처럼 당당한 척은 다하고 말만 하다가 몇 대 얻어맞는 게 당당한 거니? 차라리 이 칼로 저 녀석을 찔러서 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나쁜 놈들한테 본때를 보여주는 게 더 당당한 거 아니니?」

민서는 형민이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말은 할 수 없지만 민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형민이의 손을 넌지시 잡았다. 형민이도 많이 누그러진 모양이었다. 「오늘 그래도 용감하게 맞서줘서 고맙다. 칼을 쓰는 일은 한번 생각해볼게. 나도 당당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겠어. 하지만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면 내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어. 오늘 내가 칼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민서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걸어갔다. 까마귀도 까치도 모두 돌아가고 없었다. 벚나무에 돋아난 새순이 다시 들어간 것 같았다. 겨울나무처럼 앙상해 보였다. 오늘 어려운 숙제를 두 개나 받은 것 같아서 머리는 아프고 형민이의 비밀을 아빠한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참 아픈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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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편 기대되어 보팅~ ^^

보팅 고맙습니다~ 후속편은 더 뒷골 때립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