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포털 뉴스를 살펴보는데, 이런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연합뉴스) 논 4천㎡ 맡기니 매달 280만원 또박.."농지연금이 효자"
이 기사 때문인지 어제 하루, '농지연금'이라는 키워드가 '다음 실시간 뉴스 검색어' 순위에 계속 랭크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니 많은 시민들이 농지연금 제도를 생소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농지연금이란 무엇이고, 어떠한 배경에서 도입되었는지. 그리고 제도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농지연금이란?
농지연금은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을 근거로, 고령농업인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고자 2011년에 도입된 제도입니다.
농지연금의 운영은 일반 금융기관이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가 담당하고 있는데요.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만큼 '연금'의 운용 또한 일반 금융권의 상품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금융업계의 연금상품은 계약자가 납입한 자본을 은행이 운용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계약자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농지연금은 계약자 소유의 농지를 '담보'로 잡는 대신, 그 대가로 매월 연금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계약자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국비 예산으로 안정적으로 지급됩니다.
계약자가 설정한 연금 지급계약이 만료되면(계약자와 반려자의 사망, 혹은 계약기간의 만료) 담보 농지를 처분하여 그동안 수령한 연금액을 상환합니다. 만약 이때 연금수령 기간동안 공시지가가 상승하여, 채무 상환액보다 높은 금액에 담보 농지가 처분되면 상환하고 남은 차액은 상속자에게 돌려주며, 반대로 지가가 낮아진 경우에는 담보 농지 처분액 이외에는 청구하지 않습니다.
농지연금의 지급방식은 네가지가 있습니다. ①계약자와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지급받는 '종신형', ②일정 기간을 설정하는 대신 월 수령액을 늘리는 '기간형', ③목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연금총액의 30% 범위에서 수시 인출이 가능한 '일시인출형', ④연금 수령기간 종료 후 담보 농지를 공사에 매각하는 대신에 연금을 최대 27% 더 많이 받는 '경영이양형'이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로 들어가보시면 됩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연금포털
농지연금의 도입 배경
농지연금의 도입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배경은 '농업농촌의 기형적인 인구구조'입니다. 현재 우리 농업농촌은 고령화와 후계인력 부족으로 곯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통계청에서 실시한 2015년도 농업총조사의 '경지 규모별 농가 및 경지면적' 자료를 보면, 우리 농업의 인구구조가 매우 기형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40세 미만 청년 농가의 비중은 1.32%에 불과한 반면, 40세 이상 65세 미만 중장년 농가의 비중은 45.21%, 그리고 65세 이상 고령 농가의 비중은 53.47%로 나타납니다. 사회학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20%를 넘는 경우를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현재 우리 농촌의 고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감각적으로 나마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아무런 준비없이 고령농의 은퇴가 한꺼번에 이뤄지게 된다면,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으로 농지연금이 도입되었습니다.
두번째 배경은 UR(우루과이 라운드)이후에 일어난 '농산물 시장의 완전 개방'입니다. WTO의 전신인 GATT 체제하에서 1986년부터 진행된 우루과이 라운드는 농업과 지적재산권등 7개 부문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이 협상의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은 1997년부터 완전히 개방 되었고, 결국 우리 농업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 정부의 농업정책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수입농산물의 공세에 맞서 농업인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였죠. 이같은 맥락에서 농업의 ‘규모화', ‘기계화', ‘전문화’ 정책이 추진되었습니다. 농지연금은 고령농업인의 노후 보장이라는 복지적인 측면도 있지만, 영세고령농의 대량 이탈 이후, 담보농지를 적절히 분배해 ‘영농규모의 적정화'를 촉진하고,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농지연금의 법적근거인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농지연금의 장점은??
국민연금, 주택연금 등 여러가지 노후 보장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농업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노후대책 보장제도는 농지연금 뿐입니다.
국민연금의 경우부터 살펴보면, 농업인들은 정기적인 수입이 발생하지 않다보니, 국민연금에 아예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가입을 했다하더라도 완전노령연금을 수령하려면 가입기간이 20년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해당 수급조건을 충족한 농업인이 많지 않습니다.
또 다른 노후 보장제도인 주택연금의 경우에는, 영세고령농업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평가금액이 턱없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담보물로서 가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주택연금은 농업인의 노후 보장 수단으로 잘 활용되지 않습니다.
반면, 농지연금은 농업인들의 가장 큰 자산인 ‘농지’를 담보로 합니다. 2015년 통계청 조사 자료에서 나타난 65세 이상 고령농가의 평균 경지면적은 0.92ha로, 우리에게 익숙한 면적단위인 ‘평’으로 환산하면 농가당 약 2,800평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환으로 더 이상 농지를 경작할 여력이 없는 고령농들에게 농지연금은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반증하듯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최근에 들어 농지연금의 가입자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담보로 제출한 농지는 어떻게 관리되나?
농지를 담보로 설정했다 하더라도 연금을 수령하는 중에는 경작을 하거나 타인에게 임대를 해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농가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아주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연금 지급계약 만료 이전에 한 하며, 계약이 만료되면 공사는 담보물과 채권을 회수합니다.
공사가 이렇게 취득한 담보 농지는 농지은행을 통해서 신규 청년농업인 또는 기존의 전업농에게 임대∙매매되며, 영농규모화 등 농업구조개선에 활용됩니다.
문제와 한계점
농지연금 제도의 문제점이라면 무엇보다 농업인들의 호응이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기사에서도 나왔듯, 최근들어 점차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실제 가입률은 아직도 너무 낮습니다. 이처럼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담보 농지의 가치평가액이 실거래가에 비해 낮기 때문입니다. 땅이 거의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인들은 지가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런데 농지연금 신청 과정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심리적으로 크게 실망하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농지를 자녀에게 상속하려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2012년 한국사회보건연구원의 ‘농업인의 노후준비실태와 정책대안 연구’의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 1,046명중 농지연금제도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31.5%,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한 비중은 42.2%로 나타났습니다. 농지은행을 노후대책으로 이유로 응답자의 32%가 '자식에게 상속한뒤 노후를 맡기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자녀에 대한 상속 의지가 농지연금 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것 같지만, 그것을 문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농지를 상속하더라도, 만일 농업인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상속세가 발생하며, 상속 농지 중 소유할 수 있는 면적에도 상한이 생깁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자녀 입장에선 농지연금을 가입하는 것이 낫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농업의 구조개선과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려면, 한꺼번에 닥쳐올 영세 고령농의 은퇴시기를 잘 넘겨야 합니다. 농지연금 제도가 영세고령농의 안정적인 노후생활과 한구 농업구조 개선에 더욱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상으로 부족한 글 마무리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 농업인의 노후준비 실태와 정책대안, 2012, 한국사회보건연구원
- 농업인의 노후 소득대책에 관한 연구, 2007, 한국농촌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