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중국에는 전족이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전족은 '작은 발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어린 여자아이의 발가락 뼈를 꺾은 뒤 천으로 동여매, 기형적으로 작고 뾰족한 발 모양을 만드는 풍습입니다. 전족은 10세기 북송 때부터 상류층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여 점차 하류층으로 퍼져나갔으며, 중일전쟁이 벌어지던 20세기까지 무려 천 년간 성행했습니다.
인체의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커져야 할 발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막는 과정은, 필시 큰 고통이 따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통을 감내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이유. 즉, 전족이 아름답다는 기준은 대체 누가 만든 걸까요?
이에 대한 견해는 당시 우월적 지위를 누리던 남성이 성적쾌락을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추측하건데 일부 상류층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 약자였던 여성을 억압했고, 오랜 전란기를 끝낸지 얼마되지 않았던 북송의 지배층에서는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고자 이를 묵인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송나라는 극심한 혼란기였던 오대십국 시대를 거치며 어렵사리 만들어졌고, 중앙집권체제와 관료제 시스템을 이제 겨우 갖춰나가기 시작한 나라였기 때문이죠.
제가 전족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어제 JTBC 토론회를 보며, 유시민 작가가 주장하는 암호화폐 시장 폐쇄가 결국 전족처럼 기형적인 결과물을 낳을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족이 이루어지던 시대의 관점으로 지금의 사태를 바라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상상력을 발휘해 구성한 내용입니다.
어른 : "너(암호화폐)는 나이에 비해 발(시장 규모)이 지나치게 빨리 자라고 있으니, 하루 빨리 전족(규제)을 하는게 좋겠다."
아이 : "전족은 아프잖아요. 제가 궁궐(실물화폐 대체)에 들어갈 것도 아닌데, 그걸 왜 꼭 해야하죠??"
어른 : "왜냐니?? 전족을 해야 예쁘니까 그렇지"
여기서 말하는 '예쁘다'는 시각은 지금의 관점으로 표현하자면, '현실 경제와 금융 시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때,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는 결국, 기존의 경제 질서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부터 기초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제 유시민 작가가 피력한 의견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고요.
물론, 암호화폐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그리고 실물 경제 및 금융시장으로 편입 시도가 이루어지는 상황속에서, 기존 시장에 미칠 영향과 부작용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위정자들과 어용지식인들의 우려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 만은 아닙니다. 정부의 규제가 결국 예측할 수 없는 피해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고자 함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예시처럼, 아이의 성장속도가 이상하리 만큼 빠르다면 건강검진을 시켜봐야 할 일이지, 무턱대고 전족부터 시켜서 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일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치료를 하면 되는 것이고, 이상이 없다면 야오밍처럼 월드클래스 농구선수로 키워 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암호화폐의 투기 및 사회적 부작용은 적절한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지, 전면폐쇄 또는 이용금지를 통해 해결 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족을하면 발가락이 휘어서 오히려 안이쁜데 말이죠
정부가 변태 취향인가...
전족 과정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빈번했고, 잘 되었다고 하는 경우에도 제대로 걷는 것은 불가능 했다고 합니다. 부디 관련부처가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랄 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