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작법서 추천

in #kr7 years ago

나는 글을 쓰다 막히면 작법서를 읽는 습관이 있다. 지금까지 작법서를 서른권 가까이 읽은 것 같은데, 대부분의 작법서에서 궁극적으로 하는 말은 결국 똑같다.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것이다.

마치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처럼 막막하기 그지없다. 누가 그걸 몰라서 공부를 안 하고 있겠느냐고 하듯, 누가 그걸 몰라서 써야 할 글은 안 쓰고 작법서를 보고 있겠냔 말이다.

그래도 자세히 읽어보면 구체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긴 하다. 그러니 자꾸만 새로운 작법서를 사게 되는 것 같다. 혹시 뭔가 색다른 방법, 내가 몰랐던 획기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이젠 새로운 작법서는 그만 사도 될 것 같다. 이론 공부는 충분히 했으니 실전으로 들어가 직접 써보면서 스스로 터득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껏 읽은 작법서들을 정리할 겸 특히 좋았던 책을 추천할 겸 글을 써본다.

참고로 아래 작법서들은 소설을 쓰는 법 위주이다. 논술, 레포트, 자소서 같은 실용적인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면 다른 작법서를 봐야 한다.


  • 기본

1. 도러시아 브랜디- 작가 수업

훌륭한 도구가 그렇듯이 그대는 쓰임새가 많고 견고하다. 그대는 예술가로서 작업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작가 수업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법서이다. 사실 작법서라고 말하기엔 애매하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기술적으로 가르쳐주는 부분은 거의 없다. 이 책에서는 그런 기술을 배우기 이전, 작가로서의 삶과 마음가짐에 대해 알려준다.

어려움에 부딪친 작가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해주는 책이라 읽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막혀서 속이 답답해지면 제일 먼저 꺼내드는 책이다. 수십 번을 봐서 책등이 갈라지고 지저분해졌다. 조만간 새로 살 예정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 아티스트 웨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가 아무래도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쓴 게 아닐까 싶다.

2.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서

아마도 소설 작법서로는 가장 유명한 책, 가장 많이 추천하는 책이지 않을까. 작법서가 아니라 수필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글을 쓸 때에 첫 번째로 중요한 요소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간과하고 있던 점을 깨닫게 해준다. 즉 글쓰기를 정말로 좋아해야 한다는 거!

스티븐 킹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해외에서는 굉장히 유명하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도 많다. 샤이닝,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 미저리, 그것, 미스트 등등.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부디 만수무강하셔서 재미있는 소설을 계속 써주시길 바랄 뿐이다.

  • 심화

3. 제임스 스콧 벨- 소설 쓰기의 모든 것 파트1. 플롯과 구조

옛날에 어떤 지혜로운 작가가 말했다. 당신의 주인공을 나무 위로 올라가게 하라. 그에게 돌을 던져라. 그래서 그가 내려오게 하라. 돌을 던진다는 것은 주인공이 가는 길에 장애물을 만들라는 의미다. 주인공을 고달프게 하라. 결코 편하게 두지 마라.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중에서

소설을 기술적으로 쓰는 법에 대한 거의 완벽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발췌한 부분이 핵심이다. 플롯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실 분이라면 무조건 사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 한 권만 보고 공부해도 충분할 것 같다. 스티븐 킹처럼 플롯을 쓰지 않고 직감에 따른 즉흥적인 글쓰기를 하시는 분이라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지 않을까. 참고로 시리즈물인데 다른 편들은 읽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다.

4. 로버트 맥기-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다른 무엇보다 상상력과 기술보다도 더 세상이 작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용기다. 거부, 비웃음, 실패를 무릅쓸 수 있는 용기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중에서

시나리오 작법서이지만 소설 작법서로도 훌륭하다. 분량이 어마어마한데 예시로 드는 시나리오 대부분이 고전 영화다. 3번 소설 쓰기의 모든 것과 겹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3번을 읽고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 분, 또는 시나리오 집필에도 관심이 있는 분만 읽으면 될 것 같다.

  • 그외에 좋았던 책

5. 바버라 애버크롬비- 작가의 시작

작가가 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자신을 설득해라. 자신의 길을 확실히 알고 있는 척해라. 계속 나아가다 보면 결국 당신의 길을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는.
-작가의 시작 중에서

저자를 포함한 여러 작가들의 한두 페이지짜리 짤막한 일화가 아주 많이 실려 있다. 매일 하루에 한 편씩 1년을 꼬박 읽어도 되고 내키는 대로 끌리는 제목을 먼저 골라 읽어도 된다. 이 책도 1번처럼 격려와 위로가 담겨 있다. 자기 전에 읽으면서 하루를 마감하고 마음 정리하기에 좋다.


추천한 작법서들이 하나같이 다 유명하고 누구나 추천하는 책이라 굳이 내가 추천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어 쓰는 동안 좀 멋쩍었다. 그래도 몰랐던 분이 계실 수도 있으니 작법서를 구입하는 데에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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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지고 있는 책 4권이 보이는군요 ㅋㅋㅋ
저는 저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작가가 작가에게"
님이 3번에 추천한 작가가 쓴 책이네요.
정말 유용하고 배울 게 많은 책입니다.

오오 언젠가 살 생각으로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이네요!
작가님께서 추천해주시니 믿고 질러보겠습니다ㅎㅎㅎ 감사해요!

책 추천 감사합니다!
글 쓰는 게 남다르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안되고, 읽고 쓰고 노력해야겠네요.

많이 읽는 편이지만 여전히 못 씁니다ㅜㅜ 앞으로도 한참은 더 많이 읽고 써야 할 것 같아요ㅎㅎㅎ물론 글쓰기를 즐기면서요!

작법서를 읽는다고 글을 잘 쓰게 되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개글을 읽으니 다시 혹하게 되네요 ㅎㅎ
아티스트웨이를 이렇게 보니 반갑습니다. 모닝페이지를 몇 번씩 시도해 보다 실패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집중해서 죽 써 내려간다는 것도 어렵고,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렵고, 그 시간에 잠을 더 자게되고 그렇네요.
이야기 나온 김에 다시 한 번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쁜 노트에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기분좋은 일이긴 하니까요. (글씨가 엉망이지만요.)

작가 수업에도 아침에 눈뜨자마자 글을 쓰라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저도 몇 번 시도해봤는데 실패했어요. 눈을 뜨면 자연스럽게 손이 머리맡 휴대폰을 찾아쥐더라고요ㅎㅎ 30분쯤 뉴스 읽다 보면 어느새 정신이 다 들어서 무의식 상태로 글을 쓸 수가 없었어요ㅜㅜ
저도 한 악필하는데 노트 사는 건 좋아해서 여러 개 사뒀어요. 예쁜 노트, 예쁜 펜을 사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마트에서 사는 종류들은 별로 비싸지 않아서 부담도 없고요ㅎㅎㅎ

가족이 있으니 눈뜨자마자 뭘 하는 것은 무리더라구요 ㅎㅎ 적당히 아침시간을 보내고 나서 시도할 때가 있는데, 안하는 것 보다는 낫긴 하지만 일어나자마자랑은 많이 다르겠다 싶더군요...

아아 가족분들과 사시면 일어나자마자 글 쓰는 게 좀 이상해보일 수 있겠네요. 잠이 덜 깼다고 생각하실 수도... 저는 반대로 아예 엄청 졸려서 잠들기 직전에 글쓰기를 몇번 해봤는데 그땐 확실히 정신이 몽롱해서 그런지 생각지도 못한 이상스러운 글이 나오더라고요ㅎㅎㅎ

졸려서 몽롱할 때도 괜찮겠네요. 술 마시고 쓰기 시작하는 것도...... (?!)

1번을 카트에 담아 두어야 겠네요. 우티스님의 추천사가 끌리네요.
기술보다 마음가짐을...

작가 수업 정말 좋은 책입니다! 탁월한 선택이에요!
이렇게 쓰니 마치 제가 저 출판사와 관련 있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은데 절대로 아닙니다ㅎㅎ 좋은 책을 많은 분들께서 아셨으면 하는 마음에 그만 영업을 하게 되어버리네요.

저도 sbs관계자가 아닙니다. ㅎㅎㅎ그냥 그알과 sbs스페셜의 애청자로서 영업을 했죠. 문제의 그편은 잘 보셨나요?!^^

네 봤어요! 와 정말 말로만 듣던 그 장면(인터뷰하는 2시간 사이에 30억 오른 거 듣고 난 pd의 표정) 엄청나더라고요. 올해의 방송 감이었어요. 왜 그알을 본 사람들이 위험성을 경고하는 뒷내용은 다 까먹어버리고 암호화 화폐에 뛰어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좀 혹해버렸거든요. 가진 돈이 있었다면 뭐라도 샀을지도요ㅎㅎㅎ

인터뷰 당사자들은 잘 지내고 있을지...그 중 한분은 군대 갔으려나...뭐라도 안산게 다행인 듯 싶네요. ㅎㅎㅎ저는 짧은 글발로 여기서 열심히 채굴을 해보렵니다. ㅎㅎㅎ

짧은 글발이시라뇨, 저는 더 더 막 쓰고 있는걸요! 이렇게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실력이 늘거라는 믿음으로 저도 오늘도 채굴하러 갑니다ㅎㅎㅎ

역시 프로들의 세계는 다릅니다. 부럽습니다~~!! ^^ 가즈앗!!

분야는 다르지만 선생님께서도 전문가이시니까 프로시죠!
말끝마다 가즈아 외치시는 거 너무 재밌어서 중독될 것 같아요ㅎㅎㅎㅎ

ㅋㅋㅋ 파이팅보다 나은 구호라 애용합니다~~ 가즈앗!!

흠, 저는 글을 쓰던게 막힐 때는 도서관에 가요 ㅋㅋㅋ 거기에는 참고할 만한 자료나 문학책이 널렸으니까요.

도서관에 가는 게 사실 작법서 읽기보다 더 좋은 방법 같아요. 저도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 적이 많아서 공감이 가네요.

ㅎ 우선 1번 책을 사서 읽겠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누구나 추천할 순 있지만 마음에 와닿기는 어려운데.. 정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핫 이렇게 작가 수업을 또 영업하게 되어 기쁘네요ㅎㅎㅎ 정말 저어엉말 좋은 책이니까 애플포스트님께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얼마전에 제가 본 책에도 1인기업 책을 써라라고 나와있었는데
책을 보고 글쓰시는분인가했는데
글쓰기위해 책을 보시나봐요 맞죠?

언젠간 저도 제 책을 써보고싶다 생각했는데
멋지시네요

글을 오래 썼는데도 모자란 게 많아서 더 배우고 싶은 욕심에 자꾸 작법서를 사게 되더라고요. 그치만 읽어도 읽어도 결국 결론은 항상 같아요. 많이 읽고 많이 쓰자는 거요ㅎㅎㅎ
스팀잇에서 매일 글을 쓰시다 보면 책을 내게 되시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날까지 화이팅이에요!

사진에서 보여지는 양만봐도
노력하고픈 욕구가 엿보여지네요
(물론 기준점을 잘 몰라서 생각없이 내뱉는 느낌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특히
3번이 가장 와닿습니다.

치유물(치명적 유해 물질x)같은 장르들도
자세히보면 돌모양으로된 스폰지 같은 걸 던지는 느낌이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잘 보고 갑니다.

작법서를 많이 사긴 했는데 정작 제대로 공부한 책은 몇 권 되지 않아 부끄럽습니다ㅜㅜ

3번도 굉장히 유명하고 추천을 많이 하는 책이에요. 특히 저 발췌는 갈등의 중요성을 알 수 있어서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런 사건없이 위험없이 평온하게 흘러가는 소설은 재미있지 않으니까요(필력이 정말로 뛰어난 작가님은 굉장한 입담으로 재미있게 쓰시긴 하겠지만요) 말씀하신 것처럼 치유물에도 어느 정도의 사건은 필요하고, 아이들이 보는 동화조차도 주인공이 위험에 빠지는 부분이 나오니까 그 부분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런 사건없이 위험없이 평온하게 흘러가는 소설은 재미있지 않으니까요

공감하고 싶지 않지만
정말로 공감되는 말입니다.

앗 ㅎㅎㅎㅎㅎ
저는 제 책상엔 여러 작법서만 놓고 어떤 책도 안 놓습니다.
쓰다가 안 써지만 마음이 끌리는 책을 꺼내 아무 곳이나 펼치죠.
당장 도움은 안 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