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의 강이라는 소설에는 그런 문장이 있었다.
초등학교때는 천재, 중학교때는 수재,
고등학교때는 우등생이었다가
대학교에서 평범해지고는 나이가 먹으면
점점 열등생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어쩜 이렇게 정확하게 지적해 낸건지 모르겠다.
마치 유행가의 노래가사처럼 내 얘기 그 자체다.
네 살쯤? 기억은 없지만 어릴때 영어를 배운 적 없이
혼자서 영어 단어를 읽어서 천재라고 들었다.
초등학교때, 열 과목 전체에서 하나 틀린 기말고사 덕에
다시 천재 소리를 들었다.
게다가 음감이 좋아서 절대음감이 아니냐는 말도.
중학교에서도 전교 10위권을 놓치지 않았고,
다니던 학원에서는 민족사관고 입시를 대비했다.
그러던 것이 결국 외국어고로 방향을 선회하고,
결국 외국어고 입시에 합격해서 외국어고로 진학했다.
입시가 있는 학교답게 여기서의 나는 중간쯤 되었다.
그래도 수능 모의고사는 1~2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실제 수능도 그정도는 됐으니 나쁘지 않았나.
그렇게 나름 “명문대”라는 대학교에 입학하긴 했다.
하지만 가서부터는 정말로 “평범한 학생”이 되어
평균학점이 3점대에 머무르는 어중이떠중이가 되었다.
간판맞춰 간 학교의 공부는 그저 그랬으니 당연한가.
취업시장에 나올 때가 되자, 나는 열등생이 되었다.
대학에서도 우등생이었던 친구들은 고시를 준비하고,
아니면 전문직 자격을 준비하며 취업 깡패가 되었다.
나에게 남은 것은 비루한 문과생 졸업장 뿐이었다.
그렇게 열등생이 되어 도태된 백수로 남을 순 없으니
기술이라도 배워 기술자로 취업 시장에 재도전했다.
다행히 문제아는 아니었는지 정보처리기사를 땄다.
그리고 올려둔 이력서를 보고 누군가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온 회사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니고는 있는데, 나에 대한 시선은 비웃음뿐이다.
문과생이, 무슨 기술이냐 하며 서류작업이나 받는다.
배워간 기술은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그리고 선임이나 동료들은 문과생인 나를 비웃는다.
이력서에 프로그램언어 대신 할줄아는 외국어 써놨냐고.
그리고 깨달았다.
문과생으로서 학력이 없어야만 “기술자”대우를 받는걸.
지금 회사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딜 가도 같은 대우일 것이다.
가봐야 기술영업이나 시킬 것이고 기획이나 하겠지.
그 기획이란 그저 윗사람들 입맛에 맞는 기획안 내고
업체 상대로 견적이나 계약조건과 씨름하는 일이고.
진짜로 “열등생”임을 깨달아버린 부분은 좀 절망적이다.
컴퓨터고등학교나 인터넷고를 졸업하기라도 했으면
차라리 이런 무시는 당하지 않았을라나 싶기도 하고.
그 전까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크게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대학 진학 이후, 특히 졸업 이후에는 후회투성이다.
이 직장에 들어온 것부터 해서 역산해가며 후회한다.
나중에는 영화 속 대사처럼 태어난 걸 후회할지도?
아니 살아있는걸 후회하려나?
이대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지내다가는
어느 순간 폭발해서 퇴사하고는 지금보다 처우가 나쁜
말그대로 “코딩노예”찾는 인력장사 보도방이나 돌다
또다른 기술을 배우거나 푸드트럭 같은걸 시작하다
결국 말아먹고 인생 나락으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20대가 되기 전에는 꽤 열심히 살았는데
전부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30대를 목전에 두니 참 골때린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나를 타자화해보니 참 불쌍하군...
글쎄요... 따뜻한 말을 해줘야 할까, 냉정한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되네요...
부끄럽지만 예의상 말하자면 전 제 신세를 여기서 조금 밝혔구요,
님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는 글에 안나와있지만, 일단 그 고민이 20대 (끝무렵일지라도)에 시작되었다는 점이 참 정말 레알 다행이라는 말씀 드리구요,
님이 가진 기술이 어떤 기술이고, 그 기술 능력이 어떠한지 알 수 없으나, 블럭체인 시대가 도래하는 지금만큼 소트트웨어 엔지니어에게 기회가 열린 적은 없었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깃허브에 자신의 능력을 차근차근 쌓아올리면 제발 같이 일하자고 연락오는 시대입니다. 참조: https://steemit.com/kr/@dongsamb/7jfp1w
사람은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호기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만약 그 선택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아마 또 같은 선택을 할겁니다. 왜냐하면, 그 선택의 순간, 그 사람은 최선의 선택을 한거니까요. 여기 스티밋에도 멋진 인생을 살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 역시 현재의 괜찮은 모습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역경과 실패를 겪었을 거란 사실에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코더는 땔감, 인력소개소에서 불쬐다 “자바 두명이요” 들으면 나가서 봉고차타고 분당으로, 구로로, DMC로 간다는 말이 있듯 코더는 되기 쉽지만 개발자가 되는건 어렵지요.
그리고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 기법보다는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능력이 더 필요한 법이고, 결국은 개발쪽의 경력이 우선인 상황인데, 검증도 안 된 프로세스나 만들어 깃허브에 리포지토리 하나 올리고 “나 개발자요” 하는 이들에게 접근해서 “같이 일합시다”라고 하는 부류는 어떤 부류인지 보인달까요. 기업이나 업체에서는 “참고”정도는 하겠지만 그걸 보고 스카우트 제의를 할 정도면 고민이 되긴 하겠습니다. 스타트업은 인생을 건 도박이지요.
https://triplebyte.com/
혹시 이 사이트 본 적 있나요?
제가 코더나 개발자는 아니므로 주제넘게 더이상 참견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이 사이트 추천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이 사이트는 어느 정도의 컴퓨터/소프트웨어 지식과 코딩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테스트해서 실리콘밸리의 기업들과 연결시켜주는 사이트에요. 뭐 꼭 미국에 취업하라는 얘기는 아니고, 현재 자신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지, 어떤 면이 부족한지 가늠할 정도는 될거에요.
저도 재미삼아 파이톤으로 시험해본 적 있었는데, 물론 광탈이었구요.그리고 @houstonian님의 취업후기도 도움이 될거라 믿습니다.
너무 SI 쪽 개발만 보신 것 같은데, embeded 쪽은 검증된 것이 없어서 직접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코더라고 낮게 볼 것이 아니라 전문 코더는 왠만한 개발자보다 낫습니다. 스타업이 도박이기는 하지만 개발 실력은 엄청나게 늡니다.
저도 개발자 출신에 지금은 50줄이 넘었지만 깃허브 리포지토리에 commit한 코드를 보면 개발자의 수준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코더와 개발자를 왜 구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코더라는 이름으로 개발업무를 하는 사람을 낮추어 부를 필요가 있을까요?
깊은 내용이 담긴 글이네요...뭐라고 함부러 말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솔직한 글은 댓글달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삶은 오르락 내리락 반복하는 거라고...언제 올라갔다 내려갈지 알 수 없는게 역사인 것 같네요.
그 누구의 삶도 틀렸다고는 단정 할 수없겠죠
단지 다를꺼라 생각하지만 ...
현실이 너무 가혹해서 주변에 평범해 보이는(내면은 모르지만) 사람들과 자꾸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힘내라는 말은 너무 단조로우니
아몰라ㅋㅋ썅 될대로 되라지
라고 하루 생각해봅시다(저도 요즘 이 마인드)
다 포기하란 말아닙니다
힘든 30대 잘버텨봅시다
인생이 아니 사는 건 초반에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은 아닐꺼예요.
본인은 스스로의 기대치에 후회되고 힘들지 몰라도
그 후회로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긴 길을 가는 여정에 다른 사람 보느라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살짝 피식하고 웃어 보시고 달달한 그 무엇이라도 입에 대보세요.
동병상련이라..... 문과생의 비애네요. 30대 넘어서 그 생활을 시작한 저도 있어요.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충분히 할 수있을거라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