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저런 얘기를 안 들을 수가 없다.
유토피아, 인간의 행복, 이상향 등등...
그리고 슬프게도 그런 얘기는 항상 "없다"로 귀결된다.
사실 Utopia라는 말의 어원도 "없는 곳"이란 뜻이란다.
존재하지 않는 곳. 형상만 있고 질료로는 성립되지 않는
말 그대로 Arcadia요, 세계의 이데아.
최근 kr 스티밋을 보고 있으면
모두가 만들고자 하는 암호화폐 판의 형상이 보인다.
결국 "고래"들이 득세하는 세계는 기존과 같으니,
암호화폐라는 새 판을 짤 때는 영세한 이들도 보살피자,
그런 의미에서 셀봇이나 어뷰징?도 지양하자.
영세한 "새우"입장에서 "고래"들의 싸움을 보면
분명 새 판도에 고마운 마음이 들어야 할 것인데
어째서인지 불안한 마음이 자꾸 생겨난다.
이런 싸움을 피하겠다고 새 판을 짜려는 것인데.
기성 세계보다 평화로운 공존에 가까우려는 것인데.
아무래도 Cryptopia 역시 Utopia가 되지 않을까 싶다.
모두들 형상은 가지고 있지만 질료로 성립이 안된다.
추구하는 이상에 수렴하고자 끝없이 달려가겠지만,
안타깝게도 "수렴"일 뿐, 특정한 정점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모두가 생각하는 이상이 조금씩이라도 다른건 당연하다.
타협점을 찾으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진동하게 마련이다.
멀리서 봤을 때 스티밋은 나름 평화로운 정점이었으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점의 진폭이 눈에 띄었다.
얼마 전 쓴 글에 대한 댓글처럼 나도 스티밋에서 희망을,
이상향에 가까운 새 세계를 노래하고 싶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한계(지각과 인식의 한계)는
그러한 이상향으로의 이성적 판단을 저해할 것이다.
큰 그림의 측면에서는 동의하거나, 동의하는 것처럼
분명 말은 할 것이겠지만 실은 어떨지.
각자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처한 상황이 다르다.
그에 따라 판단 기준도 다르다는 건 모두 알 것이다.
합의점이라는게 흔들림 없는 정지된 점이 아니라고
나는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그런 유동적인 점을 하나의 "룰"로 못박아버린다면
강제로 고정된 점의 상태를 견디지 못하거나
고정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반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