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걸까요? 어떻게 사람을 세뇌시키는 걸까요? 세뇌란 인간의 뇌를 비롯한 신경 및 감정, 감각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 인간개조 메커니즘입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세뇌를 연구하지도, 심리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8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신천지에 몸 담고 있으면서 사람의 정신이 어떻게 개조되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신천지는 처음에 자신들의 정체를 숨겼습니다. 정체를 밝혔다면 아무도 신천지의 교리를 들으려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3~4개월쯤 지나자 신천지는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를 밝혔고, 그때는 되려 아무도 신천지를 욕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연락을 끊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겠습니다만, 그들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아요. 이젠 그들이 소수니까요.
3~4개월의 시간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폭력을 행사하거나, 약물 또는 최면으로 사람의 정신을 온전치 못하게 만들었을까요? 아닙니다.
도마베치 히데로가 쓴 '세뇌의 법칙'이라는 책에 보면 '트리거와 앵커'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다른 것도 많이 나오는데 그건 다른 주제를 쓸 때 설명해드릴게요. 무튼 이 책에서 '트리거와 앵커' 개념을 설명해주는데, 읽으면서 무릎을 탁 내리쳤습니다.(일본의 사이비종교인 옴진리교를 연구한 사람이 쓴 책입니다. 저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요?)
트리거와 앵커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쉬운 예시를 들어볼게요.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을 한 소년은 커서도 물을 무서워 하게 됩니다. 여기서 물은 트리거(방아쇠)이고, 죽음에 대한 공포는 앵커(닻)에요. 또 다른 예로 페라리하면 럭셔리함이 생각나고, 볼보하면 안전함이 생각나죠? 또 소라 아오이하면...
신천지는 '트리거와 앵커'를 시험에 접목하여 활용합니다. 신천지에 입교하기 위해선 3단계의 시험을 통과해야 해요. 초급시험, 중급시험, 고급시험(수료시험). 이 중 초급시험은 신천지의 비유풀이만을 모아둔 시험인데, 여기서 우리는 '트리거와 앵커' 개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제 노트에 쓰여진 초급시험 문제(옷 = 말씀)입니다. 저건 매우 일부에 불과하고 수 없이도 많은 단어와 그 뜻을 상호연관지어 외워야해요. 100점을 맞아야만 통과할 수 있으며, 토씨 하나도 봐주지 않습니다. 그 결과 초급시험이 끝나면 학생들 대다수가 '왜 옷이 말씀인지' 더 이상 묻질 않아요. 그냥 옷하면 바로 말씀이 떠오릅니다. 여기서 옷이 트리거이고, 말씀이 앵커죠.
신천지에 빠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옷'이 가져다주는 이미지(앵커)가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신천지의 교리가 다른 사람들이 볼때는 비논리적이라도, 신천지 성도들이 볼때는 논리적인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바다는 생명이 넘치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죽음이 가득한 곳인 것처럼요.
신천지가 '트리거와 앵커'를 성도들의 머리속에 심은 방법은 바로 암기에요, 암기. 일단 암기하고 머리 속에 주입된 이상 벗어날 방도가 없습니다.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말하는 한국인들 중 과연 얼마나 독도가 우리땅인지 증명할 수 있을까요? 공산주의가 싫다는 사람들 중에 과연 얼마나 공산주의를 제대로 설명할 수나 있을까요?
625전쟁 때의 일입니다. 당시 압록강 주변에 미군포로를 수용하는 수용소가 있었다고 해요. 거기서 중국군은 포로가 된 미국들에게 공산주의 선전용 팜플렛을 나눠주며 전부 외우면 풀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처음엔 완강하게 버티던 미군들도 혹독한 수용소의 현실에 조금씩 외우기 시작해요. 그리고 거의 다 외운 시점에 그들은 이미 공산당원이 되어있었습니다. 이제 풀어줘도 그들은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과 싸우는 용맹한 전사들이 되어있죠.
이단상담단체 LovesLogo를 운영하시는 정택주님은 설령 이만희가 죽는다고 해도 신천지는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저도 이 말에 동의해요. 신천지가 성도들에게 심어놓은 앵커를 제거하는지 않는 이상 그 어떠한 방법도 그들을 세뇌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주입된 성경 비유풀이, 이제 그들에게는 상식이 된 신천지 교리들이 그들의 뇌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상 공산당원이 된 미군처럼 자유의 몸이 되더라도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저도 이곳 신천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제는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요. 예전엔 그들은 그저 이단에 빠진 사람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제 친구들입니다. 정서적 감정적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서 그들을 볼때면 마음이 많이 불편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선뜻 도와주지 못하는 것에 미안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가 신천지에서 나가는 날이 올 때, 그 때는 저 혼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제 신천지 친구들을 최대한 많이 빼내려고 해요. 그러려면 제가 그들에게 주입된 앵커를 제거해야 하는데, 과연 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저 또한 신천지 이외의 교리는 공부해보지 않은 사람인지라, 신천지 교리를 반증하는데 지식과 능력이 부족해요.
그나마 다행인건 제가 신천지의 세뇌기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세뇌의법칙'이라는 책에서도 디프로그래밍(탈세뇌화)의 시작은 세뇌기법을 아는 것이라고 해요. 지금 당장은 너무도 복잡하고 정교한 문제인지라 저 스스로도 많이 답답하고 무기력하지만, 적어도 방향성만은 확인했다는 것에서 큰 위안을 느낍니다.
오늘은 세뇌의 기술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암기'에 대하여 다뤄봤어요. 제가 신천지에서 나가는 그날까지 신천지 스토리는 계속하여 연재됩니다.
세뇌의 기술 2탄으로 찾아될게요!
See you soon!🍑
지금 말씀하시는 곳이 과천 뉴코아 건물 8층인가? 거기있는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곳이 신천지 본부입니다(저는 9층으로 알고있습니다) 🍑
그렇군요..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 🍑
무섭네요. 끝까지 들키지 말고 활동하세요.
감사합니다!! 아직까진 안전합니다🍑
이햐...~~ 대단합니다~~!!
쑥스럽네요.. ㅎㅎ🍑
이분 뭔가 엄청나신데....
지원해주신 스팀으로 스티밋옷 잘 구매하였습니다! 조만간 인증하겠습니다!!(근데 아시다시피 신원이 노출되면 안되는 계정이라서... 옷만 인증하겠습니당..)🍑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분석하시니 ㅋ 신천지 사람들한태 신분노출 안되시기를요 화이팅입니다 혹시 스팀미언중에도
스티미언 중에 있으면 큰일입니다.. ㅠㅠ 🍑
거 참 신천지로군요. ^^ 님이 이렇게 노력해주시니 세상이 더 눈을 뜨게 되겠네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
연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전에는 용문역쪽에 있습니다.
흰옷 입은애들 무섭습니다 정말로 ㅠ
거기도 흰옷입은 사람들 많겠네요... 그 주변 주민들은 골치아프겠어요 ㅠㅠ 🍑
허허.... 정말 엄청나네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앞으로 올리실 시리즈도 기대하고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요즘은 시간이 좀 있네요 🍑
신천지에서는 이만희 씨가 죽지 않는다고 믿던데 죽으면 신천지는 해체된다는 건가요? 아니면 작성자님께서 말씀대로 신천지는 계속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