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중남미 여행기] 3. 코스타리카 유피스는 어떤 대학원?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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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피스 정문에는 유엔 국기가 휘날린다)

아내가 코스타리카로 유학간 학교가 유피스라고 말씀드린 적 있어요. 유피스는 국제연합(유엔)이 직접 운영하는 대학원 입니다. 유엔 대학원이 왜 미국이 아닌 코스타리카에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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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시면 코스타리카는 북미와 남미 사이에 위치한 중남미 국가로, 아메리카 대륙 통틀어 유일한 영세 중립국입니다. 총기 소유를 허락하는 국가가 많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군대가 없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유엔이 평화를 상징하는 코스타리카에 대학원을 운영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매년 전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미디어, 평화, 국제 분쟁 등 크게 세 가지 전공을 나눠 공부합니다. 매년 숫자가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대여섯명 안팎의 학생들이 코스타리카로 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내가 공부할 때는 한국 학생들이 여섯명 정도인가, 예년에 비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에서 졸업한 학생들은 각자의 국가로 돌아가 NGO 단체, 정부 기관, 유엔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일을 합니다(아내는 회사에 취직해 사업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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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피스 정문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 이곳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학교 근처에 사는 아내의 집에 도착해 여장을 풀자마자 아내와 함께 유피스부터 갔습니다. 유피스는 아내의 집인 시우다 콜론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었어요. 산 깊숙이 올라갔던 까닭에 마치 여행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코스타리카는 전 국토의 25%가 국립공원일 정도로 산이 많은 국가에요. 나중에 코스타리카의 유명한 국립공원을 따로 소개하겠지만, 이곳의 국립공원은 전혀 개발되지 않은 청정구역입니다. 어느 산에나 올라가면 원숭이가 따라오고, 나무 위에는 나무 늘보를 쉽게 볼 수 있는데다가 다양한 새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합니다.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청정구역이라 할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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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집에서 나와 버스정류장 가는 길 풍경. 저렇게 소, 닭, 개, 고양이를 키우는 집들이 많습니다)

잠깐 유피스 캠퍼스 풍경을 감상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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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캠퍼스 안 모든 곳이 숲입니다. 나무와 꽃이 없는 데가 없어요)

아내 학교부터 찾은 이유는 학교 양호 선생님 루이스와 상담해 아내 수술 절차를 밟기 위해서 입니다(어떤 수술인지는 아래 링크 2화를 보심이). 아르헨티나 출신인 루이스는 국경 없는 의사회 멤버로서 분쟁 지역에서 활약하다가 유피스로 들어오신 젊은 분입니다. 루이스는 수술을 빨리 해야 하니 ‘급하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써주겠다고 했고, 국립병원과 사립병원 각각 하나씩 추천해주었습니다. 의료 민영화가 된 중남미 대부분 국가와 달리 코스타리카와 쿠바는 여전히 국가가 국민에게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남미의 국립병원과 사립병원의 차이점은 다음 포스팅에서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한 적 있는데, 사립병원을 직접 겪어보니 얼마나 무시무시한 정책인지 실감했어요. 아내와 나는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수술을 빨리 할 수 있는 사립병원을 선택했습니다. 루이스와 상담을 한 뒤 집에 돌아오는 내내 걱정이 많았습니다. 머나먼 이국땅 코스타리카에서 수술을 잘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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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는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아내. 이날 저도 아내도 많이 우울했습니다)


주말은 중남미 여행기 다시 보기

1. 프롤로그
2. 2박3일 걸려 산호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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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가 영세중립국인건 알고 있었지만 스위스와는 다르게 비무장 중립이였군요.. 주변 풍경을 보면 초록초록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_+

(아내분 수술 성공적으로 잘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ㅠ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가 많은 지역인데 군대를 없앤 아주 대단한 나라입니다. ^^ 2년 전 일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쓰고 있어요. 아내는 수술을 잘 받고 이후 건강한 딸을 출산했어요. 지금도 건강하고요. ^^ 감사합니다.

2년전에 다녀오신거였... 프롤로그 글을 읽어보지 않은 제 잘못입니다...ㅎㅎ; 건강하게 출산하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이어지는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

별말씀을요.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

자연 그대로의.. 시골 같은.. 초록초록이 정말 정겹고 조으네요^^ 완전 생소한 나라. 인 코스타리카. 에 대한 많은 얘기.. 기대할께요! ㅎㅎ

네 진짜 개발 안된 시골이에요. 전기도 자주 끊기고 밤에는 암흑천지가 돼요. ㅋㅋㅋ

살기엔 좀 불편할지 몰라도..
전 요새는 그런 곳이 좋더라구요~ ㅎㅎㅎ

저도요. 정부가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에너지를 아끼고 있어요. 이것에는 원자력발전소도 없고. 사람들도 전혀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곳이에요. ㅎㅎ

리스팀할게요 진짜 좋은 정보네요. : )
코스타리카 전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한달 동안 지낸 얘기인데, 세세하게 써볼 생각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얘기들이 있으니 많이 읽어주십시오. ^^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더위가 가고있어요!!! 선선한게 좋네요

다시 찜통더위가 왔다고 합니다. ㅠㅠ 곧 시원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