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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kr7 years ago (edited)

불교적인 시각에서 제가 이해하고 있는 바를 정리해봅니다.

언어의 특성은 인간의 의식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해버린다. 즉 주관(인식주체)과 객관(인식의 대상)으로 나누어 버림. - 배제, 독립, 실체화시킴, 즉 언어를 통해서 대상을 실체화 시켜 나와의 관계가 없는 다른 것으로 분리시켜버린다. (관계의 중요성을 망각시켜버린다. 다시말해서 현상에 대하여 상호의존관계라는 인식이 무뎌지게 되는 근본 원인이 되어버림)

언어가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주는지, 사고가 우리의 언어사용에 영향을 주는지, 혹은 이 둘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영역이 존재하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사고가 서로 면밀한 연관을 갖는 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고와 언어의 선후관계보다는 서로 면밀한 연관, 즉 상호의존관계라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 망각하기에 분리의식이 발달해서 선과 악을 분명하게 규정짓는 니편 내편 편가르기가 발생했으니까요.

불교인식론에서는 인간의 사고체계를 현량과 비량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현량(現量)은 직관, 비량(比量)은 언어가 개입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사고, 즉 인간의 마음이 좀더 상위의 관점으로 여긴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유식학에서는 언어를 名言種字(명언종자)라고 표현하고 수행을 틍해서 현량(직관) 즉 체험의 경지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유가사(요가수행자)라고 표현합니다.

중국의 선사상이 내걸었던 기치도 바로 不立文字 見性成佛이었거든요. 언어도단의 경지를 화두(話頭) 말머리라고 하여 이를 다시 공성(空性)이라고 표현하는데 공성을 체험한다고 표현하지요.

그러나 언어는 인식의 틀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업종자중의 하나로 보는데 이것이 바로 언어를 통해 사람의 인식이 훈습되므로 문화의 틀을 만들어버리지요. 춈스키의 표현처럼 언어는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에서 기의의 형성을 매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집니다.

ps.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제가 공부한 내용도 함께 첨부하여 댓글을 달아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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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멋진 첨언 감사합니다.
종교적 시각으로 분석하는 언어도 참 재미있고 깊은 통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불자는 아니지만 불교와 붓다의 가르침에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기독인입니다. 기독교에는 신과 말을 동일시 하는 전통과 믿음이 있죠. 그래서 언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을 존엄하게 여기기도 하고요. 이런 관점은 인간의 마음을 좀더 상위 개념으로 여기는 불교의 언어학과 반대인 것 같네요.
참으로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언어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하고 있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저는 카톨릭신자입니다. 베드로입니다.^^

사실 피터보고 약간 예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