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 스미더린>, SNS 중독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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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넷플릭스 <블랙 미러 : 스미더린>(2019)

1. <블랙 미러 : 스미더린> : 무엇을 조명하는가

마치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플랫폼의 기사로 등록된 듯한 주인공 남자는 한 IT 기업 앞에서만 손님을 태우면서 그곳의 직원이 자기 택시에 탑승하길 기다리는 눈치다. 여기까지만 보면 <블랙 미러 : 스미더린>의 내용은 ‘승차공유플랫폼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지만(물론 그런 부분에 대한 경고도 없지는 않다) 사실 이 작품의 진짜 소재는 ‘SNS’다.

SNS는 흔히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을 일컫는 것도 같지만 생각보다 그 범위가 꽤 넓다. 개인과 개인이 소통하는 페북, 인스타 같은 매체를 넘어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하는 활동, 심지어 카카오톡 마저도 SNS의 범위에 넣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SNS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는 것도 같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사실 ‘sns에 한눈 팔다가 와이프를 잃었어요’라고 울부짖는 <스미더린>의 주인공 크리스(앤드류 스콧)의 행동을 완전히 납득하기는 힘들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본인의 과오로 벌어진 일에 폭력적인 수단까지 동원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음주운전을 하던 사람이 사고로 아내를 잃고 소주 회사 앞에 얼쩡거리다가 직원을 납치해 다짜고짜 사장을 연결해달라고 하는 모습을. 또 그런 요소들을 눈 감고 넘어간다고 해도 ‘과도한 SNS 사용이 부르는 참사’ 같은 메시지도 진부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정말 여기까지였다면 이 작품은 기대 이하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미더린>은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할 중요한 점 하나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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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넷플릭스 <블랙 미러 : 스미더린>(2019)

2. SNS 중독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페이스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은 누구나 관심 받고 인정받길 원한다’는 점과 그런 조건들이 충족됐을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점까지 효과적으로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먼저 현실을 생각해보자.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관심을 확인하는 데는 꽤나 많은 시간과 자원을 소모한다. 약속을 잡고 불필요한 이야기들을 채워야하며 때론 값비싼 식사 혹은 경비까지 필요로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간단한 버튼 하나로 누구든지 쉽게 관심을 표현할 수 있으며, 그만큼 또 쉽게 관심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꽤나 단순한 이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잘 먹히는 것 같다. 허나 이 모든 일이 단지 아이디어가 좋기 때문에 일어나지는 않는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무수한 SNS 플랫폼들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스마트폰 속 분신을 들여다보게끔 365일 고민하고 그 결과물을 자신들에게 적용시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SNS 플랫폼들이 지나치게 사람들의 반응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보편화된 ‘알림’ 시스템은 이제 나의 활동과 관계없는 일까지 알려준다. 심지어 내가 허락하지도 않은 나의 개인정보들을 엮어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자동으로 선별해준다. 요즘말로 정말 TMI가 따로 없는데, 인간의 욕망을 교묘히 파고드는 이들 플랫폼은 한층 진화해 새로운 형태로 사람들을 현혹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관심의 표현을 유도하던 곳들이 적층된 ‘인간 정보의 바다’를 이용해 사람들이 그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공유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많은 SNS 플랫폼이 사람들이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과정을 모아 ‘재활용’한다는 점은 과연 무시할 수가 없다. <스미더린>에서도 잘 묘사돼있지만, 빅데이터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정보기관조차도 모르는 정보를 습득하는 모습들은 SNS에 노출된 우리의 일상이 언제든 볼모로 잡힐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구글이 과도한 정보 수집으로 EU에게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 그리고 최근 불거진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또한 이런 SNS의 부정한 면모가 이미 현실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스미더린> 속의 주인공이 당했듯, 그들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당해 어떤 꼴이 될지 관심조차도 없다. 그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해주기만 바랄 뿐’이다. 결말부에서 사건의 종료가 암시되고 빌리 바우어(토퍼 그레이스)가 그토록 열심히 사건에 개입했으면서도 끝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묵언 수행에 들어가는 장면도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다. 결과가 어찌됐건 상관없다. SNS를 향한 절규조차도 SNS에 공유돼 그 SNS가 잘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니까.

이 소름끼치는 결말은 SNS 세계를 조작하는 최상부의 두뇌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사건이 터지면 부랴부랴 수습하려들지만(그마저도 무법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수습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낸다. 그래서 <스미더린>에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된다면 후에는 더 악질적인 일들이 유야무야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메시지가 녹아있다. SNS 대륙 위에서 정보를 쥔 자들이 사람들의 생각을 조작하고 국가의 정책까지도 좌지우지 할 때, 그때는 과연 누가 그들을 막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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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봐야할 영화네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그러고 보면 싸이월드, 페이스북 쓸 때만 해도 친구들과의 소통이 주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변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