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때는 2006년.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보유 자산 880억 달러로 세계 최고 부자 중 하나인 워런 버핏은 헤지 펀드 업계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향후 10년 동안 헤지 펀드가 S&P 인덱스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면, 기꺼이 5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인덱스 펀드는 시장의 수익률을 반영하며, 통상 소액의 연간 수수료만 청구합니다. 반면, 헤지 펀드는 적극적 매매의 전형입니다. 다양한 투자 전략을 통해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얻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아주 높은 수수료를 청구합니다. 기본적인 수수료 구조는 2/20이며, 운용 수수료 2%와 성과 수수료 20%(실현이익의 20%)를 의미합니다.
버핏이 도전장을 던지고 한참 동안 도전에 응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후반, '프로티지 파트너스'의 '테드 사이즈'가 손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는 다섯 가지 전략(퀀트 트레이딩, 롱-숏, 매크로 등)에 따른 헤지 펀드를 각각 만들어 포트폴리오(모태 펀드)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는 S&P 500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버핏과 사이즈는 각각 테이블 머니 50만 달러를 내놓았습니다.
"2008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10 년 동안, (수수료와 비용을 제하고) S&P 500이 모태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입니다." - 워런 버핏
먼저 해당 기간 동안 S&P 500 수익률을 살펴보겠습니다.
(S&P 500의 수익률(배당금 제외): 2008년 1월 1일 ~ 2017년 12월 31일)
2008년 S&P 500 지수는 34% 하락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09년에도 하락장은 계속되었고, 2009년 3월 3일이 되자 하락률은 54%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급격한 반등과 회복이 이어졌습니다.
결과
앞서 언급했듯이, 테드 사이즈는 다섯 개의 헤지 펀드(A, B, C, D 및 E)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S&P 500 인덱스 펀드 대비 이들 헤지 펀드들의 10년 수익률은 어땠을까요? 먼저 2008년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2008년 수익률 비교. 출처: 버크셔 해서웨이 2017년 연례 보고서)
2008년의 경우, 헤지 펀드 전체가 인덱스 펀드를 능가했습니다. 헤지 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관리하지만, 인덱스 펀드는 그저 S&P 500 지수를 따른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헤지 펀드는 매도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하락장에서도 플러스 수익률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하락장에서 어느 헤지 펀드도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2009년 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했고, 이후 계속해서 시장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의 수익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9-2017년 수익률 비교. 출처: 버크셔 해서웨이 2017년 연례 보고서)
S&P 500 인덱스 펀드는 모든 헤지 펀드를 크게 앞섰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인덱스 펀드가 수동적으로 포지션을 유지하는 동안, 헤지 펀드 매니저들은 시장 변동성에서 기회를 찾으려 했습니다. 포지션 규모를 늘렸다 줄이기를 반복했고, 목표 주가에 도달하면 수익을 실현했으며, 레버리지를 동원하는 등 할 수 있는 전략은 모두 동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실수가 동반되었던 것이죠. 그 결과 시장 수익률에 크게 뒤지게 된 것입니다.
다음은 10년 동안의 전체 결과입니다.
(10년(2008-2017) 수익률. 출처: 버크셔 해서웨이 2017년 연례 보고서)
핵심
S&P 500 인덱스 펀드는 최고 헤지 펀드보다 3.47배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헤지 펀드가 달성한 전체 수익 중 60%가 수수료로 나간다.
수수료 차감전 총 수익률 면에서도 헤지 펀드가 S&P 500 인덱스 펀드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올렸다.
금융 시장에 해박한 펀드 매니저와 더불어 수백 명의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로 무장한 세계 최고 헤지 펀드들이 시장을 이기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물며 개인 투자자들은 어떨까요?
위의 사실들을 다시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교훈
1. 시장을 이기기란 아주 어렵다. 하락장에서는 매매를 통해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꽤 괜찮은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상승장 동안에 그렇게 하다 보면 많은 수익을 놓칠 가능성이 더 큽니다.
2. 매매 빈도가 높을수록 수익은 줄어든다. 주된 이유는 거래 수수료 때문입니다. 매매할 때마다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고, 결국 포트폴리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외에도, 매매를 하면 할수록, 실수를 더 많이 저지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3. 대다수의 투자자에게 패시브 투자가 최고의 선택이다. 패시브 투자자가 되면, 세계 최고의 헤지 펀드를 비롯해 99.99%의 다른 시장 참여자들보다 좋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자료 출처: Gregor Zupanc, "Three very important lessons to learn from Warren Buffett’s $1 million bet"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아봅니다. 기다리자고!
응원합니다^^
한동안은 아주 잊고 살아야 겠네요 ^^
놀라운 결과네요, 사실 퀀트 쪽 공부를 하다보면 인덱스(Buy&Hold)를 쉽게 이기는 다양한 전략을 볼 수 있는데(물론 실투자가 아닌 backtest입니다), 실제 투자세계에서는 인덱스를 이기기가 어려웠네요.
개인적으로도 B&H보다 교체매매를 선호하고 있는데, 고민해봐야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B&H를 완전히 배제하기 보다는 일정 비중은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