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PC(PSTN) 통신상에 올려 둔 몇몇의 글들이 문인회와 출판사 편집장의 눈에 띄었고, 별안간 생각지도 않은 출판의 기회를 얻게 됐다. ‘글 잘 쓴다.’는 주변의 반응에 심드렁하게 반응하던 나로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편집자와의 만남을 포함하는 수차례의 확인 과정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 나의 글 실력으로는 당시의 상황을 지제대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다만, 당시로서는 신춘문예 입선이나 기성 작가가 아니면 주어지기 힘든 기회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나는 어리기까지 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던 대학교 시절에는 용돈벌이 삼아 학보사에 써냈던 몇몇의 시와 수필 덕분에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당시 학보지 자문 위원이셨던 문예 창작학과 담임교수께서 별안간 사무실로 불러서는 “자네 전과할 생각 없는가? 있다면 몇 가지의 서류만으로도 당장 가능하게 해줄 수 있네만.”하고 제안하셨으나, IT분야를 통해서 먹고 살 일만 생각했던 나로서는 그리 달가운 제안은 아니었기에 어렵지 않게 고사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몇 차례의 제안을 하셨지만, 결국 나는 펜을 쥐는 대신에 키보드를 두들기기로 했다. 나는 가끔씩 그 순간을 ‘만약, 이랬다면 어땠을까?’ 하고 가정법을 쓰는 몇 안되는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후회는 해본 적이 없다.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굳이 사전을 펼쳐 단어를 애써 찾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적토마였으며, 일당백의 항우장사였다. 글감들은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잠시 멈칫거리기라도 할 때는 과감하게 구겨 버려도 금세 다른 영감들이 머리에 차고 넘쳤다. 거창하지만 담백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펜 끝에 닿은 낱말들 어느 하나도 허투루 쓴 적이 없었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글을 쓰던 때가 있었고, 차마 망가뜨릴까 애지중지하던 언어의 정원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밀어닥친 염증에 잠시 쉰 것을 제외하면 그렇게 성실하거나 꾸준했던 것은 아니지만, 펜을 잡았을 때의 손가락 마디 마디에서의 생경함을 느낄 즈음이면 언제나 어떤 주제이건 닥치는 때로 쓰고 또 썼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도 없는 짝사랑을 써 내려가기도 했고, 어디서 주워 담은 사진에 글감 하나 억지로 써 붙이며 궁상도 오래도록 떨었다. 과거의 재능을 기부 삼아 해보겠답시고, 연애 고민 상담도 해봤고, 다양한 형태의 배설을 해냈다. 글을 썼고, 또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위로받고 위로받기를 내 블로그를 통해서 자그마치 12년을 함께 했다. 그렇게 나를 웃게 하고 울리고 간 모든 생의 순간들을 잊지 않으려고, 버리지 못했던 글쓰기는 어쩌면 내가 버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달피 여긴 나를 글이 버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까.
김리 선생의 말처럼, 불연 날아든 영감들을 단 몇 개의 낱말들로 메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히려 꾹꾹 눌러쓴 문자를 호흡케 하고 나아가 독자들로 하여금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역시 메모를 한다. 오래 되지 않았다. 오래도록 피웠던 담배 덕분인지, 나이 먹은 서러운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그 둘 모두인지. 그게 뭐든. 기록하지 않으면 불과 몇 분전의 일도 좀처럼 떠올리기가 힘들 때가 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 아직 습관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한데,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차후에 심상을 복원하는 가운데 또 다른 고통을 견뎌야 할 것임은 분명한데,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나는 앞으로 그 어떤 글도 쓸 수 없을 것 같았서다. 많지는 않았지만 오래도록 꾸준히 써온 글임에도 불구하고, 예전만 못한 글에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다. 하루가 멀게 마감을 재촉하는 편집장을 곁에 둔 것도 아니고, 그 어려운 시 한 구절 써 달라 청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달랑 문장 하나 끄집어 내는 일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거참..
@kmlee 김리 선생의 호흡을 보고 한참이나 고민했다. 단 한줄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머리를 쥐어 짜낸다는 것이 여간해서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어서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차피 하던 고민이었는데, 그 양반이 더 심화시켰다고 해야 옳겠다. 그리고, 더 복잡해졌고, 지금 이 것도 앞뒤 없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자랑만 늘어놓은 글이 됐지만 그냥 올리련다. 알아서들 생각하시겠지들 -_-;;; 답답함은 도저히 가실 기미가 없다. 에잇!
p.s ; 적잖이 사람 놀래키는 재주가 있으십니다. 주신 돈의 극히 일부는 불우이웃을 돕는 일에 헌신하고 계시는 분에게 보내드렸습니다. '극히 일부'에 주목하세요. -_-;; 허투루 쓰지 않고 저 또한 바람직한 스티밋 생태계 구축에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드렸다 싶습니다.
네, 잘 주셨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댓글이지만..가즈앗!!
필력이 갈수록 좋아집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지요 ㅎㅎㅎㅎ
가당치도 않습니다. 모자라고 모자랍니다.
잘읽었습니다.
@홍보해
매번 고맙습니다.
와우~~
대단하십니다. ㅎㅎ
팔로우하고 종종 찾아올게요
일단 ..
다음 글 읽으러 갑니다. ^^
개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참이나 모자란 글에도 이렇게 추켜세워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이 곳에서도 조만간 유명세를 떨치시지 않을까...
아, 이미 떨치고 계실지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지금도 유명과는 거리가 멉니다.
단지, 글 한 줄도 제대로 써 내지 못하는 조악한 글 솜씨가 괴로울 뿐입니다.
전공은 컴퓨터 공학도셨는데도 역시 필력이 대단하십니다~불우이웃과의
나눔도 실천하시고 앞으로도 많은 기대가 되네요~^^
그게 다 @kmlee 님의 덕이 크지요!!
^^ 우유님도 받으셨군요.
@kmlee님 사람 많이 놀래키는 재주 있으신거 확실합니다. :)
마지막 저 문장이 여운이 많이 남아요. 지금 글도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신 거 같은데요. 집중해서 읽었어요. 스트레스 너무 받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당분간 책 좀 읽으면서 글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격려 고맙습니다.
오늘도 스팀잇엔 고수의 엄살글이 늘어갑니다👍
보잘 것 없습니다. ;;;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편하게 읽혀요~ 본인의 생각을 써내려 갈 수 있고 그것 또한 글이 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부럽습니다~! 저도 생각이 많을 때는 메모하거나, 마음이 들키는 것 같아 저만 알아볼 수 있게
한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말도 안되는 문장들을 암호같이 나열하고는 한답니다~!올해 '3가지 소망'을 꼭 이루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plop-into-milk님을 추천했습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가능하시다면 아래 링크 참고해서 참여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18 소망 릴레이] 올해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3가지 소망:)
ㅎㅎㅎ 또 추천을 하시는군요. 생각 좀 해보도록 할게요. 단어 하나를 끄집어 내는 것도, 단 한 줄의 글을 쓰는 것도 보통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닙니다. 근래 들어 더 그렇습니다.
매번 고마워요. ;)
그럼요 그럼요~! 저도 추천받고 내 소원이 모였지 몇일의 고민 끝에 하루에 걸쳐 기록했는걸요~ 언제든지, 또 글이 어려우면 마음 속으로라도 빌어 보시기를 바래요:) 다~ 이루어져라!
치열해도
행복한 글쓰기 되면 좋겠네요^^~
시간을 보내고 되돌아 본 다음에야 알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우선, '쓰는 것'이 급선무겠네요. ;)
주말,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와~필력이 대단하시네요 ㅠ_ㅠ 타고 나신건가요? 연습을 하면 되는건가요?;;; 전 한국 원어민인데 .. 글쓰는게 왜 이렇게 힘들죠?? ㅠㅠ 글 잘쓰시는분들 넘 부러워요 ㅠㅠ
과찬이십니다. 연습을 하면 는다지만 제가 너무 게을러서 말이죠.
한 번에 쉽게 써 내려간 글처럼 읽었습니다. 아마 어렵게 쓰셔서 그리 느낄 수 있었겠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부족한 글,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의 고민은 내일을 위한 자양분이 되겠지요.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늦게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그보다 본업이 IT 계열인데 이렇게 글도 잘쓰시다니 신기합니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좌뇌와 우뇌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분들은 언제나 신기합니다.
보잘 것 없습니다. 한참이나 모자란 덕에 매일 같이 부끄럽습니다. 고맙습니다. ;)
너무 잘읽었어요
얼마나 쓰셨으면 손가락에 염증이
쓰셨다는 글들 한번 보고싶네요
앞만보며 달리면서도 한번씩 정체, 퇴보한 느낌이 들때가 있더라구요
그럴땐 주위를 보고 뛰어난사람들을 보며
저도 배우는 중이랍니다.
화이팅! 이예요
고마워요. 스티밋 적응은 잘하고 계신가요?
자신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거 자체를 알게 되면서
년 단위로 쉼없이 달리셔다는 것이 쉽지 않으실텐데도
노력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네요...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님께서 IT가 아닌 문학과 관련된 곳에서
활동하셨다면....
님은 과연 행복했을지...
아니면 여러가지 고달픔에 시달리셨을지...
상상이 되지 않네요
'예전만 못한 글'
예전만 못한 글 자체도 아직 많지 않은 저로서는
한번 도달해 보고 싶은 경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경지랄 것도 없습니다. 다만, 써내려갔을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