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E] 물론 어떤 관점에서 볼 때, 다른 이들에게는 상황이 다를 것임을 안다. 사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그래야 할 것이다. 여기서 나와 함께 감옥에 갇힌 가난한 도둑과 부랑자들은 여러 면에서 나보다 운이 좋다. 그들이 죄를 지은 잿빛 도시나 푸른 들판의 작은 길은 좁기만 하다.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황혼과 새벽 사이에 한 마리 새가 날아갈 수 있는 거리보다 멀리 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세상이 내 손아귀에 있다. 내가 돌아다니는 곳마다 바위에 내 이름이 납으로 새겨져 있다. 나는 이름없는 사람이다가 순간적인 악명을 얻은 것이 아니라, 영원한 명성을 얻고 있었기에 영원한 불명예를 얻었다. 가끔 나는 실제로 명성과 악명에는 별반 차이가 없으며, 어쩌면 같은 것임을 보여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