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E] 나는 충분히 오래 살며 생애가 끝날 때쯤에는 '그래! 이것이 바로 예술적인 삶이 인간을 이끄는 곳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내가 우연히 알게 됐던 가장 온전했던 두 삶은 베를렌과 크로포트킨 귀족의 삶이다. 그들은 모두 수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 한 명은 단테 이후 최초의 기독교적 시인이었으며, 다른 한 명은 아름답고 흰 그리스도의 영혼을 가진 러시아 사람이었다. 지난 7, 8개월 동안 바깥 세계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커다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옥 안의 사람과 물건들을 통해 새로운 영혼의 일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게 되었고, 이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수감된 처음 1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무력한 절망 속에서 손을 움켜쥐며, '끝이구나. 형편없는 끝이구나!'라고 말하기만 했다. 나는 이제 다음처럼 말하고자 노력하며, 나 자신을 정말로 고문하지 않고 진심으로 이렇게 말한다. '시작이구나. 아름다운 시작이구나!'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곳의 모든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 새로운 인물에게 큰 빚을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