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뜨거운 하와이를 만나다

in #kr7 years ago


매년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며 유네스코(UNESCO)에 의해 ‘국제 생태계보존지역’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바로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이다.

 

아직 하와이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이에게 하와이에 대해 물으면, 오아후 섬의 와이키키 해변과 서핑, 훌라춤과 고급 리조트, 울창한 산림과 유서 깊은 전통 문화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하와이의 반쪽만을 표현한 수식에 불과하다. 하와이는 투명한 물의 이미지만이 아니라 그 어떤 관광지에서도 볼 수 없는 뜨거운 불의 형상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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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아일랜드의 자랑, 하와이 화산국립공원

하와이 제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 호놀룰루에서 비행기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하와이 섬. 하와이 주에서도 가장 큰 섬이기에 ‘빅 아일랜드’란 별명을 지닌 이 섬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곳은 단연 남동부에 위치한 하와이 화산국립공원(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이다. 매년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이곳은, 유네스코(UNESCO)에 의해 ‘국제 생태계보존지역’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이색적인 지구적 유산이다. 이 공원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개의 활화산이 지닌 존재감 때문이다. 킬라우에아(Kilauea) 화산과 마누아 로아(Mauna Loa) 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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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Jack Ebnet

 

이 두 화산이 만들어내는 기형적이고 숨 막히는 절경은 당신이 지금까지 경험한 차원과는 다른 생생한 지구를 바로 눈앞에서 보여준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불의 산인 킬라우에아 화산은 1800년대 이래 계속된 활동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1983년부터 시작된 용암 분출로 도로가 끊기기도 했으며, 2008년과 2009년에도 지속적인 화산 폭발이 있어 국내에서 다른 지진과 비교하며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하와이의 화산들은 온순한 편으로 폭발하기보다는 용암이 흘러넘치는 수준이어서 방문객들은 용암이 흐르는 지점에서 6피트 인근까지 접근해 이 광경을 관람할 수가 있다. 현장에서 심장이 두근두근 하다면 아마도 혹시나 모를 생존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접근할 때의 관람 비용이 적지 않다는 것에 데에서 오는 반응일 것이다.
킬라우에아 화산의 용암은 여전히 섬을 거인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용암은 매순간 바다와 만나며 그로테스크하게 영역을 확장해간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블랙 샌드 비치(Black Sand Beach)를 만나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섬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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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Mandy Beerley

 

불의 여신 펠레(PELE)에 대한 예의

국립공원을 둘러보다 보면 전망대에서 불의 여신 ‘펠레’의 제단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 무심히 지나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부터 하와이 사람들은 화산을 신격화해 섬겼는데, 킬라우에아 화산의 분화구에 불의 여신 펠레의 궁전이 있다고 믿었다 한다. 하와이의 창시자인 펠레(Pele) 여신은 변덕과 심술이 심해 각별히 주의를 요했는데, 그 전통은 지금도 유효해 관광객들도 최소한 알고 있어야 할 그녀에 대한 예의 혹은 상식 몇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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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Julien Millet

 

섬에 온 외부인이나 관광객은 용암 조각이나 화산 부산물을 챙겨서 섬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 심술과 변덕이 심한 그녀의 저주와 악운이 그에게 끼친다고 한다. 또한 운전을 하고 가다가 만일 작은 개를 안고 있는 흰 드레스의 할머니를 보면 반드시 차를 태워줘야 한다. 그녀이기 때문이다(거울을 보면 100%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믿거나 말거나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관광 중에 여신의 형상을 보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 말을 가볍게 웃어넘길 수만은 없겠다. 펠레는 우리가 믿건 안 믿건 하와이 사람들의 삶과 철학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섬을 지키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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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Andrew Spencer

 

여행의 휴식은 따뜻한 코나 커피로

화산의 뜨거움을 시각적, 후각적으로 경험했다면, 이제 따뜻하고 달콤한 맛의 감미로움을 혀로 느껴보면 적절하겠다. 하와이 섬은 자메이카의 블루 마운틴, 예멘의 모카와 더불어 세계 3대 커피로 불리우는 코나(Kona) 커피의 원산지로 유명하다. 고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무역풍이 부는 코나 지역의 날씨는 그야말로 커피 재배의 최적이라 한다.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절묘하고, 향이 깊고 쓴 맛이 배제된 달콤한 커피인 코나 커피를 산지에서 만나보길 추천한다.

아마 그 맛은 이 검고 뒤틀린 대지가 죽음의 땅이 아니라 언제나 축복 받은 생명의 땅임을 다시 한 번 짜릿하게 체험시켜 주리라 짐작된다.

 

글, 이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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