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이런 것 하나쯤은 다 받아 봤쥬

in #kr7 years ago (edited)

지난 주말, 친정에 다녀 왔다. 사전에 계획을 했던 것은 아니고 금요일 퇴근한 남편이 주말에 뭐할 것이냐며 묻길래 얼떨결에 친정에 가자는 말로 대답을 하게 되면서 가게 됐다. 솔직히 주말 집에서 푹 쉬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맘인데, 남편은 종종 나의 이런 성격에 짜증을 냈다. 꽃구경도 다니고 주말을 주말답게 보내야 하는데 주말마다 집에만 있으려 한다며 자기 계획에 반대표를 던지는 나를 못마땅해 했다. 하지만 맞벌이 하는 내 입장에서는 주말에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고, 피곤한 심신을 위해 낮잠도 한잠 푹 자 주려면 여행이고 나발이고 다 귀찮다. 그리 일주일을 보내면 집안일은 고스란히 남아 또 일주일을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야 하니까.

친정집에는 친정엄마 혼자서 살고 계신다. 어릴적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엄마, 그리고 9남매가 복작복작거리며 살던 집이었는데 집채는 그대로인데 어른들은 세상을 뜨셨고, 동기간들은 객지생활을 하니 친정집을 지키는 사람은 친정엄마뿐이다.

시골집 집안 풍경이 다 그렇듯이 안방에 TV가 있고 그 주변에 자식들 결혼사진, 손주들 백일, 돌 사진들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친정집도 마찬가지인데 거기에 더불어 트로피가 하나 서 있다. 유리상자에 넣어져 위풍당당하게 서 있던 저것이 언제부턴가 유리상자 모서리의 접착부분이 문제가 생기면서 형체 유지가 곤란하게 되었고, 유리상자는 버려진 상태로 켜켜이 먼지를 뒤집어 쓰면서 TV 곁을 지켰다.

이 트로피는 고등학교 다닐때 인근에 있던 대학에서 축제기간에 '충청남도내 고등학교 학생백일장'을 주최하였는데 거기에 참석하여 산문부문 "장원"을 수상한 트로피다. 개교기념 축제였는데 가을에 열렸고 백일장 시제는 '추수' '국화'였던걸로 기억한다. 나는 추수를 시제로 글을 썼고 생각지도 못한 장원에 어떨떨했던 기억이 트로피를 보니 새삼 떠오른다.

친정엄마는 네것이니 가져가라며 이것 저것 챙겨놓으신 짐속에 트로피를 넣으셨다. 지금까지는 친정엄마가 계셨으니 저 트로피가 친정집에 의미있는 물건으로 있을 수 있었지만 친정엄마가 세상을 뜨시면 저 트로피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것이 염려되셨던가 보다. 딸의 트로피는 집안에 장식물이 되지만, 오빠가 시골로 귀향하면 동생의 물건들을 대하는 마음은 엄마와 다를것은 분명하다.

30여년 만에 내 품으로 돌아온 트로피. 거실 TV 옆에 세워 놓을까 잠시 생각도 해 봤지만 겸연쩍은 마음에 작은방 피아노 위에 올려놓았다. 작은방에 드나들 때마다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나도 한때는 문학소녀였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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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트로피 잊고 있었는 데..추억 돋네요.😊

ㅎㅎㅎ 한때는 정말 금으로 만들어졌을거라 착각도 했던.......

그쵸 근데 플라스틱..ㅋ

안녕하세요^^ 리안입니다.
와~ 글을 쓰셔서 트로피도 받고 정말 부럽습니다^^
필력이 좋은신거 같아요~멋져요^^

보팅지원글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응원, 보팅하고 갑니다^^
리안의뉴비보팅지원

heeyaa35님!
이벤트 당첨 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리스팀 완료했습니다.
필력, 트로피 모두 왕년의 일입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