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와 심각한 닭도리탕 논쟁

in #kr7 years ago (edited)

"닭이... 고추가루 등 온갖 양념을 입에 물고 뛰어들었다니요?
그 닭이 소림사에서 무공이라도 연마했나요?
설령 그렇다 해도 말이 안 맞아요. 절에서 고추가루 안 씁니다. 공식적으론..."

제가 활동하는 카페 게시판에서 주고받은 이야기입니다. 주제는 닭도리탕입니다.

원래 판은 "닭도리탕은 일본말이 들어갔으니 닭곰탕이라고 불러야"와 "그건 원래 우리말"이라는 의견을 서로 강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백계동 씨가 닭도리탕에 대한 자신의 색다른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에 대하여 저는 아래와 같이 반박하였습니다.

제가 요즘 한 말 중에서 나름 상당히 '놀'리적(X理的)이라고 생각되어 그 부분을 정리해 여기 게제합니다.

백계동 씨의 말

닭도리탕이 어때서요? 도리는 일본말이 절대 아닙니다. 닭도리탕이란 말은 조선시대에 시작된 겁니다.

닭이 길을 걷다가 들개들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때마침 어린 동자가 나타나 도움을 받았지요. 겨우 목숨을 건진 그 닭은 정신을 차리고 동자의 뒤를 쫓았습니다.

동자의 집엔 영양실조에 걸려 힘들게 고생하고있는 노모가 누워 있었답니다. 닭은 그 동자의 처지를 안타깝게 보며 보은할 방법을 찾아 골몰했습니다. 이윽고 그는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가마솥에 물이 펄펄 끓고 있었습니다.

조금 멈칫하는 듯하던 닭이 결심을 굳혔나 봅니다. 그는 걸친 옷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가마솥에 펄펄 끓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부리엔 고추가루, 소금 등 갖은 양념을 물고 있었다지요?

엄연히 이런 고사가 있는 낱말입니다. '닭이 도리를 지켜' 스스로 탕이 되었으므로 닭도리탕이라 부르게 된 겁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찾아 보세요!

무지개소리(나)

흠... 닭의 도리탕이라. 아직도 그 얘기가 돌아다니고 있군요. 큰일이네.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완전히 가짜 뉴스입니다. 혹세무민이죠. 예전에 날조를 밥먹듯 하던 일부 골통들이 지어낸 말입니다. 절대 그런 말에 현혹되시면 안 됩니다.

그 얘기 지어낸 작자들이 누군지 잘 알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접어두고 닭도리탕 얘기나 하겠습니다.

사실은 이래요. 오래전에 전에 충청남도 아산 앞 바다에 계도라는 섬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인구가 꽤 되었어요. 하여튼, 그 섬에 달리 먹잘 것이 없고 해서 다들 닭을 많이 키웠습니다. 당연히 섬 이름도 계도(鷄島: 닭섬)가 됐습니다.

하여튼, 그러다 보니 각종 닭요리가 발달했는데 그 중 가장 유행한 것이 탕이었죠. 그 탕 이름이 바로 계도리탕, 혹은 닭도리탕이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나쁜 사람들이 그 음식 이름을 가지고 장난 친 겁니다. 속지 맙시다.

가짜뉴스라는 증거

백계동 씨의 말이 가짜뉴스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대겠습니다.

어린 동자가 나옵니다. 어린 동자란 과연 몇살입니까? 9살? 10살? 좋습니다. [전제] 9살이라고 합시다.

[의심_1] 그러면 9살 짜리 어린이가 들개의 위협을 받고 있는 닭을 구할 수 있습니까? 태권동자쯤 됩니까? 태권동자 매우 바쁩니다. 백수거든요. 제가 잘 압니다. 닭 구해주러 다닐 시간 없습니다.
그러면 뽀로로입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들개한테 덤볐다간 펭귄요리가 될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거지요.

[의심_2] 어린 동자의 노모가 영양실조라고 하죠? 노모라... 그야말로 노모(老母:늙은 어미)아닙니까? 몇 살이면 늙은 겁니까? 국내법에서 노인으로 인정받는 경로우대증이 몇 살에 발급됩니까? 65세 아닙니까? 그럼 최소 65세네요.그럼 아까 그 어린 동자는 그 어미가 몇 살에 낳았다는 겁니까? 56세?, 57세? 남은 심각하게 말하는데 농담을 하십니까?

[의심_3] 닭이... 고추가루 등 온갖 양념을 입에 물고 뛰어들었다니요? 그 닭이 소림사에서 무공을 연마했나요? 설령 그렇다 해도 말이 안 맞아요. 절에서 고추가루 안 씁니다. (공식적으론 ㅡㅡ;;)

하튼 일반 닭이 고추가루를 입에 물고 재채기 안 하고 뛰어 들 수 있습니까? 닭도리탕 맛 제대로 내려면 고추가루가 매워야 합니다. 일반 고추론 안 돼요. 청양고추라야 할겁니다. 양도 많이 들어가는 게 나을 걸요?

그런데 무공도 없는 일반 닭이 청양고추가루 가득 물고 재채기 절대 안하고 버티면서 경공술을 써서 가마솥에 뛰어들어요? 뭔 말이 되야지.

일단 여기서 멈춥니다. 다 이야기하려면 너무 길어서요.he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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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님들의 지도에 따라 이런 저런 글들을 올려 봅니다. ^^ 감사합니다.

 7 years ago  Reveal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