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내용 중에서 인세와 함께 중요한 것은 2차 저작권입니다.
2차 저작권은 간단하게 다른 매체나 다른 미디어로 재사용하는 것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한다든가 만화를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든가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출판사는 50대 50으로 나누자고 하는 곳도 많고 6대 4 (저자 6)으로 나누자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저자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면이 많습니다. 왜 억울한지 따져보죠. 일단 신인 입장에서 출판사는 광고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저자의 인맥으로 소량 팔리고 대형서점 매대에 신간으로 몇 주 진열되어 있다가 팔리는 것, 신문사 신간 소개 같은 것에 여러 책 중 하나로 소개되는 것 정도가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히트해서 재 인쇄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저자의 수입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1쇄 2천 부를 찍어서 다 팔렸다고 가정해보면 책 정가(소설 기준)가 요즘 대략 만3천~만5천 원 정도 합니다. 만5천 원이라고 가정하면 인세가 다 들어와야 3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인세 권당 천5백 원 * 2000 부. 정확히는 그마저도 안 됩니다. 무료배포되는 책이 5퍼센트 정도 차지하니까요.) 그 중에서 계약금(선인세)로 받은 백만 원을 제하면 겨우 2백만 원을 5년에 걸쳐 쬐끔씩 받는 겁니다. ^^
책만큼 느린 상품도 없답니다. ^^
이런 실정이라 ‘시인은 사는데 소설가는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시인은 잠깐잠깐 쓰면 되고 시 한 편 길이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시를 쓰면서 다른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지요. 칼럼을 쓴다든가 부업을 한다든가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시인은 삽니다. 살아갈 수 있지요.
하지만 소설가는 다릅니다. 엄청나게 긴 글을 써야하고 매일 몇 시간씩 투자해야 하죠. 다른 일과 병행하며 쓰기가 참 힘듭니다. 스토리 구상해야하고 캐릭터와 배경 설정해야 하고 완급조절에 문장에 신경 쓸 게 한두 개가 아니죠. 그래서 소설가는 굶어죽는다는 뜻입니다. ^^
안타깝지만 불과 몇 년 전에 영화 시나리오 쓰던 여자 작가분이 병들어 굶어죽은 슬픈 사건이 있었지요. 계약이 되었지만 그 2천만 원도 옳게 지급되지 않고 몇 년씩 기다려야 하고 그렇다고 계약 해지하고 다른 곳에 팔 수도 없는, 그런 열악한 환경이 문화계엔 존재하는 겁니다. 출판도 마찬가지지요. 베스트셀러 작가 소수를 제외하곤 작가 대부분은 살기 힘듭니다. ^^;
다시 돌아와서, 저자 입장에서 인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 정말 기대할 게 못됩니다. 그러면 무엇을 기대할까요? 바로 2차 저작권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원작으로 계약된다면 그야말로 한 해 연봉 이상의 수입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선 이것을 반씩 나누자는 거지요.
출판사 입장은 그렇습니다. 출판사는 오랫동안 갖춰진 인력과 기반이 있습니다. 신문사나 잡지사의 도서 관련 기자들도 잘 알고 있고 때론 밥도 사주며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또 새 책(소설을 예로 듭니다)이 나오면 드라마 제작사와 영화 제작사 등에 쫙 뿌립니다.
출판사 이름이 가지고 있는 힘도 있습니다. 잘 알려지고 좋은 책을 많이 펴내는 출판사라면 같은 책이라도 독자들로부터 더 많은 선택을 받기 마련이니까요.
또 편집과정에서 출판사 편집인들이 교정과 교열을 하고(정상적인 출판사라면 3번이나 반복합니다. 그래도 오타가 나온답니다. ^^), 표지 제작과 홍보(별로 기대할 수 없습니다만)도 하고, 각 서점마다 돌아다니면서 영업을 뛰는 수고를 한다는 겁니다. 서점 매대에 좀더 좋은 자리로 옮겨달라고 애를 쓰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거지요. 그러니 책이 나옴으로서 드라마나 영화 같은 2차 저작물 계약이 이루어진다면 그 수익의 절반은 자신들이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만 제 경험으로는 크게 수긍하지 못합니다. 드라마 제작사와 영화 제작사에 뿌리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개인도 할 수 있습니다. 제작사 리스트 구해서 보내면 되지요. 기자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요즘은 신문도 잘 보지 않는 시대 아닙니까. 또 모든 책이 소개되는 것도 아닙니다. 팔릴만한 상품, 주력으로 미는 상품만 소개되기 마련이죠.
사실 대부분의 책은 그냥 방치되는 것과 같습니다.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고. 그런 식이지요. 노력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만 기대엔 미치지 못합니다. 결과 또한 전혀 알 수 없지요.
출판사는 어떻게 보면 낚시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떤 책들은 기획해서 저자를 섭외해서 만들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그럴싸한 것을 여러 개 출판해놓고 대박 칠지 중박일지 쪽박일지 기다리는 겁니다. 마치 낚시대 여러 개 던져놓고 기다리는 것과 같지요.
정말 뛰어난 출판사, 뛰어난 기획자가 있는 곳은 히트상품을 컨셉부터 기획해서 만들어냅니다만 히트 치는 곳은 극소수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5대 5로 나누자는 건 수긍하지 못합니다. 해서 저는 최대한 2차 저작권 수입은 저자가 다 갖는 걸로 계약을 합니다. 하지만 신인은 이런 주장을 하기가 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첫 소설이 나왔을 때, CJ ent.와 다른 한곳 에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곳 담당자가 서점에서 사서 보고 전화한 겁니다. 관계자들도 좋은 컨텐츠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살펴봅니다. 책으로 펴냈기에 그들이 보게 된 것 아니냐고 출판사에서는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암튼 요즘은 관계자들만 책을 보는 것 같습니다. ^^
다른 두 곳은 출판사가 보내준 책을 보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2차 저작권 수익을 출판사가 반 혹은 40퍼센트를 가지겠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2차 저작권 수입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지만 그것도 베스트셀러 작가나 그렇지 대부분은 높지 않습니다. 대개 3천만 원 정도고 아주 많이 팔리고 알려진 작품이면 5천, 억까지도 갑니다만 흔치 않습니다.
저자가 2차 저작권 수익을 다 가져도 출판사는 이익이 생깁니다. 만약 드라마나 영화로 계약된다면, 광고비 한 푼 안 들이고도 몇 개월, 혹은 몇 년동안 지속적으로 책이 광고가 됩니다. 또 영상물이 방영되는 동안 아무리 안 팔려도 2만~5만 부 정도는 팔립니다. 출판사로선 아주 좋은 일이지요.
저는 멜론 같은 음원유통사가 음원 수익의 40퍼센트나 가지고 가는 것도 도둑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회사 설립과 서버 운용 비용 같은 고정 지출이 있겠지만 그래도 40퍼센트는 도둑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창작자들의 수익 40퍼센트, 수백, 수천억을 그냥 가지고 가는 겁니다. 대통령이 이런 거 좀 바로잡아주면 좋겠습니다.
출판계약서에는 출간한 책의 5퍼센트 혹은 몇 부 이하를 판촉용 무료증정본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제작사 같은 곳에 공짜로 뿌릴 책의 수량을 정해놓는 겁니다. 무료 증정본의 숫자가 너무 높다면 제대로된 인세는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안 좋은 출판사는 이런 것도 정확하게 관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잘 안 팔리면 손님들에게 그냥 막 주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은 전자책 수익배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감사합니다. ^^
p.s) 출판사 관계자분들이 보시면 수긍하지 못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저자 입장이고 또 제 경험상 출판사쪽에 그다지 만족하지는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
책 출간하기 – 투고에 대해서
https://steemit.com/publishing/@raindew/6xg1yv
책 출간하기 – 출판계약에 대해서(1)
https://steemit.com/kr/@raindew/1
책 출간하기 – 출판계약에 대해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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