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하여간 어릴 때 해리포터가 나왔다
그 때 어머니는 나에게 해리포터책을 사줬고 나는 푹 빠졌다.
나는 지금도 그 세계에서 살고있다
다른 아이들이 아이돌을 보고 덕질할때
나는 해리포터를 열심히 덕질했고
시리즈가 나오자마자 사서 보고 책을 다 모아놨었다.
해리포터책만 보고 다른 책은 안봐서
어머니는 해리포터책만 압수 하실 정도로 나는 해리포터를 읽었다.
그렇게 손때묻은 책들이 한동안 내 옆에 있었다.
그런데 슬프게도 집이 안좋아지면서
여기저기 아시를 다녀야 했꼬 거의 모든 책을 더 처분하면서
가장 정든 해리포터책도 떠나보냈다.
그리고 한동안 우울증이 왔었다.
그깟 책 열몇권인데 그것도 내가 버리는구나....... 가난해지고 삶이 구질구질해진다는게
뭔지 실감이 났고 자존감은 많이 깎였다.
나의 유년기를 지켜준 세계를 상징해주던 책이 없다는 건 꽤 큰 외로움을 가져왔다.
그리고 남자친구를 만났다.
방황하고 쭈굴쭈굴한 나를 위해 남자친구는
페이스북 장난감 거래 그룹에서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파는
덤블도어 지팡이를 보고 쿨거래로 가져왔다.
한겨울날 추운데서 거래자가 한시간쯤 늦었는데 그것도 감수하면서
받아왔다.
보기만해도 두근두근하다 :)
책은 없어졌지만 다시 내 유년시절로 돌아간 느낌이고 왠지 내 세계로 다시 돌아온 느낌
덤블도어의 지팡이를 주면서 언능 마녀 되라고 했는데
여전히 쭈굴쭈굴하지만
힘든날은 지팡이 쥐고 공부한다
남자친구의 사랑을 느끼고 덤블도어의 기운이 나에게 오길 바라면서
중간에 동글동글 나와있는 부분 때문에
어깨뭉칠때 토닥토닥 때려주면 나름 효과 굳 ㅋㅋㅋㅋㅋㅋ
남친의 노력이 들어간 선물 덕에
어린날에 대한 위로까지 받았다.
누군가 내 세계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준다는거
그리고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는건 행복한일이다.
한 편 나도 누군가를 위해 그런 존재인가 생각하게 된다.
1년 넘는 시간동안 남자친구와 연애하면서 종종 간식을 챙겨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음..... 남친 취향보단 내 취향대로 챙겨준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나는 남자친구의 세계를 얼마나 받아들이고 공감하고 지키려 노력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옆에서 해맑에 웃고있는 남친 보면 더 잘해줘야겠단 생각이 든다.
연애를 한다는건 누군가를 통해 내 세계가 더 넓어지는 걸 의미한다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