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4월 어느 늦은 저녁. 춘천 강원대학교 도서관에 갑자기 전경들이 들이닥칩니다. 그리고 도서관 안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은 상태에서 수색을 하지요. 전대협 머시기가 회의차 강원대에 왔고, 거기서 하루를 묵는다는 첩보가 있어서 경찰이 들이닥쳤던 겁니다.
어처구니 없던 일이죠. 라떼는 말이야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전... 그 즈음에 교문을 막는 전경 뚫겠다고 화염병 들고 설치다가 날아오는 사과탄을 못봤죠. 그때파편이 오른쪽 가슴에 박혔는데, 파편이 박힌지도 모르고 싸웠었습니다. 근육을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들어가는 구멍 따라서 파편을 찾아 뽑아내면 될텐데, 그게 안됐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 오른쪽 가슴에 박혀 있습니다. 요즘도 비 많이 오거나 날 쌀쌀하면, 혹은 힘 많이 쓰면 아픕니다.
밥벌이가 가끔 부실해져서 그렇지 그 이후로도 어떤 이슈가 있었을때 가만히 앉아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뭐 20대부터 총선 선본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2004년 총선(사실 그때 탄핵이 없었으면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하긴 어려운 분위기였죠)에 강남의 열린우리당 캠프 홍보팀에서 인터넷 홍보를 맡았었고, 이명박이 되는 것이 끔찍하기 싫었기 때문에 2007년엔 민주당의 손학규 캠프에서 그리고 민주당 후보가 정동영이 되는 것을 보곤 문국현 캠프에서 잠시 일했었습니다. 문캠은 사실 1주일만 출근했습니다. 1주일 지내보니 답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투표 당일엔 투표도 안하고 그 전날부터 만 48시간동안 술만 퍼마셨었죠.
저 임미리씨 개인적으로 조금 압니다. 두 개의 캠프에선 지나가다가만 봤습니다. 대선 캠프는 정말 수백명이 상근으로 일하고, 그 몇 배가 되는 사람들이 짬짜미 시간 내서 작은 기획들에 참여하거든요. 예를 들자면 손학규 캠프에선 지금 민주당에 계시는 문용식 전 아프리카tv 사장등과 함께 시민과의 대화를 기획하기도 했었습니다. 전 절반 정도 상근이었고 문용식 대표는 지나가던 사람이었죠. 그러니 사실 잘 기억하긴 어렵습니다.
임미리씨와 정식으로 인사 했던 것은... 2013년 9월이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뜬 딴지일보 정치부장 물뚝심송님이 2012년 3월 경에 "우리 안의 괴물 경기동부"라는 글을 쓴 다음에 경기동부에 대한 논문을 썼던 임미리씨와 연결이 되었던거죠. 지금도 필봉을 휘두르는 산하 김형민PD, 지금은 서울민예총 이사장이 된 손병휘 가수, 저, 임미리씨가 만났었습니다. 원래는 물뚝심송 아저씨도 참석하려고 했었는데 그때 뭔 일이 있었는지 오진 못했습니다.
몇 번 만나면 자기 이야기들이 나오기 마련이죠. 소녀가장 출신이어서 대학을 좀 늦게 갈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화염병 던지는 여대생으로 유명했다던 대학 친구들의 소개, 그리고 직접 선거에 참여했던 경험 등등. 같은 공간에서 일하기도 했다는 걸 알고 서로 놀랐었죠. ㅎㅎ 하긴 저만 하더라도 손캠으로 징발되었던 이유가 손캠에서 쓰던 여러 사무실 중 하나가 제가 일하던 곳과 불과 100m 거리에 있었거든요. 오후 5시에 땡 퇴근하면 저녁 먹으면서 자정까지 일했었는데다 업무 시간 중에도 저쪽 일 많이 해야 했으니 반상근이라고 한 겁니다.
요즘 분들이라면 98년에 한나라당으로 서울시 의원 출마한 것이 우익인사의 증명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서구식 구분으로 놓고 보자면 당시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비슷한 스팩트럼의 우파 정당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빼박인게, 그때 DJP연합으로 정권을 잡았던 즈음이란 말이죠.
이게 기성 정당에서 좀 확실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던 것은 2004년 총선 즈음이었어요. 그러니 할아버지들 싫어하는 개혁성향의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꽤 남아 있었죠. 실제로 김부겸씨 등이 이쪽으로 넘어온 것은 2004년 총선 즈음이었구요. 임미리씨는 그 일을 두고선 "저 양반들 생각 좀 이해하러 갔다왔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저간의 사정을 다 아는데 딱히 논박할 일도 아니었죠.
변희재 이야기 나오는 순간엔 그냥 콧방귀만 나올 뿐입니다. 제가 처음 변희재를 본 것은 지금도 있긴 합니다만, 영향력이 겁나 애매한 대자보라는 인터넷 매체의 편집장이었을때에요. 그 즈음에 서울대생이 조국의 미래에 대해 논해야 한다는 같잖은 글을 대학교 매체에 쓴 걸 보고 애 상태 매롱하구나 해서 가능한한 멀게 지냈습니다. 근데 걔도 2007년 대선 당시엔 손학규 캠프에 있었어요. 저 같이 오래전부터 보고 싫어하던 인간이 아니라면 글 청탁 오고가는게 뭐 그렇게 대단한 부역처럼 되는 것도 좀 깹니다.
뭐 하긴 지난 대선에선 저를 두고 "정의당"이라고 하는 분들도 꽤 봤습니다. 처음 투표권을 가진 90년 기초단체선거에선 모조리 민주당 찍었고, 92년에 백기완 선생님 찍었고, 97년엔 외국에 있어서 투표권이 없었고, 98년 지자체 선거에선 모조리 민주당을, 2002년엔 노무현 대통령에게 후원금을 제 월급 절반을 박아넣었으니 뭐 더 말할 필요 없을게구요. 2004년엔 열린 우리당 강남지구당 홍보팀에 있었는데 뭘 더 말합니까. 2007년 대선은 기권했고, 2008년엔 모조리 민주당을, 2009년 지자체 선거에서도 모조리 민주당 찍었고, 2012년엔 아예 회사 사람들이 모두 선거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 만들겠다고. 2017년 선거는 왼쪽으로 더 틀어야 하는 선거였으니 심상정 찍은 거 뿐인데. 참 대단들 하더군요. ㅎㅎㅎ 아니 다문화 가정으로 겪는 좆같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소수자 이야기하는 양반 찍어야지... 문제 제기해놓은 것은 후루룩 가져가면서 표 깎일 것 같은 말을 아무 말도 못하던 양반들 찍으면 언제 법 바꾸고 제도 바꿉니까?
물론 누구를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생각에 100% 동조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비서관이나 비서 했던 사람들 꽤나 알고 지내지만 그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100% 동의한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실제로 전 임미리 교수가 경향신문에 썼던 그 칼럼에 대해선 20% 정도 동의합니다. 그것도 지인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에서 말이죠.
20%씩이나 지지하냐고 눈이 똥그래질 분들 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딱 중간입니다. 집권 전반기에 진행했던 정책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모자랐던 부분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나와야 하는 선거죠.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 그건 잘 안 보입니다. 인재영입과정에서 또라이 하나가 낑겨들었던 것은 현 정부와 여당의 상태로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좀 있어요.
예를 들어 노통 시절만 하더라도... 주요한 임명직인 경우엔 국정원 국내파트와 경찰 정보과가 먼저 탈탈 턴 상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주변 탐문까지 한 후에 후보 리스트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 맨날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밖에요.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지 않았다는거죠.
그런데 MB503을 거치면서 국정원 국내파트의 좀 정상적인 양반들은 떨려나갔고, 그 자리를 댓글부대가 채웠었잖아요? 경찰 정보과도 마찬가지였구요. 그 양반들 털어내고 나면 일 맡길 양반들이 뭐 얼마나 됐겠어요. 초기에 입각한 양반들 외에 종종 삑사리가 나는건 이게 지금도 원상복구 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뭐 국정원 국내파트는 아예 날아갔죠.
뭐 인재 영입과정에서 삑사리 나는거야 이해할 수 있는데... 문제는 집권 후반기를 어떻게 할 것이라는 비전은 아예 안 보인다는 겁니다. 뭘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없는 이유도 사실 좀 압니다. 대선과정에서 그거 만들었던 분들이 전부 다 자기 일들 하느라 바쁘시기 때문이죠. 예를 들자면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과 같은 일들 말입니다. 그런 일들 하느라 집에 퇴근들도 못하고 있을 판국일텐데 민주당의 Tier 2와 3 정도가 이번 총선 실무진들일테니 답 없겠죠. 정치력이라는게 사회적 갈등조절, 비전 제시와 리딩 뭐 이런 것들인데... 정치가 안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그렇다고 그게 용납될 상황은 아니거든요. 유치원 학예회 하는게 아니라면 본인들의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해서 용납될 일은 또 아니죠. 성인들이고 밥 벌이가 그건데.
그런 판에 "좀 잘 해라"라고 하는 칼럼 하나 실었다고 고소고발을 하고, 여론이 겁나 안 좋아지니까 하룻만에 고소고발을 취하하는데 "전력이 있어서 그랬다"는 뒤끝을 부리고...
참 어처구니가 없는게 임미리씨가 실행위원이었다는 정책네트워크 미래... 거기 소장님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고 지금 주중대사 하시는 분 아닌가요? 거기다 당은 물론이고 지금 청와대 안에도 거기 출신인 사람 수두룩하다는거, 아는 사람 다 아는데 뭐하자는 겁니까?
과거에 배웠던 정무감각으로 저 정도의 칼럼이 나오면 당 최고위원 정도가 개인 페북에 "봤다. 유감이다. 주마가편으로 알겠다" 정도만 반응해도 충분했을 겁니다. 바이럴은 물론이고 매체에서도 이걸 다뤘을테니까요. 그런데... 이걸 굳이 뒤끝있게 어디 실행위원 출신이어서 그랬다... 라고 한다...
ㅎㅎ 이거 지지자들에게 물고 뜯으라고 뼈다귀 던져준거라고 밖엔 안 보입니다.
2017년에 제가 한 20년 글 썼던 매체 대표님인 털보 아저씨가 "더 플랜"이라는 다큐를 하나 만들어서 개봉하면서 동시에 유툽에 올려버린 적이 있습니다. 극장에 걸면서 동시에 유툽으로 풀어버리는 것도 황당한데, 내용은 더 황당했죠. 개표과정에 뭔 문제가 있는지는못 밝히면서 여튼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던 영상물.... 말도 안되는 것들이 하도 많아서 블로그에 그거 두 번 썼더니 아주 맹폭이 벌어지더군요. ㅎㅎㅎ
임미리 선생도 나라를 더 낫게 만들려고 평생 뛰어다녔던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폭격하면 나라가 나아질 것 같으신지요?
시사인의 천관율 기자가 언젠가 이런 이야길 한 적이 있습니다. "지지자들에게 '사이다'라고 칭송 받는 글은 기사적 가치가 대부분 없다"고. 연구자 한 사람 물고 뜯으면 지지자들의 기분은 좋아지겠지만, 정치 자체의 역할은 공중에 붕 뜨게 됩니다. 정치가 뭔가요? 사회갈등 해소, 미래비전 제시 같은 것 아닌가요? 지지자 기분 살피는 것은 정치 아닌거 같은데요.
정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금의 지지자분들은 최소한 무언가 개인적 이권에 의해 행동했으면 합니다. 최대한으론 현실문제에 대한 궁극적 해결을 추구하기를 바랍니다. 최소한만 충족됐어도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랬으면 이런 글도 안 썼을 것 같습니다. ㅠㅠ
저는 이런 글이 스팀잇에 더 많아져야한다고 생각해요. 레이븐클로우69님 같은 분께서 스팀잇에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호오곡;;; 거 무슨 말씀을;;;
지금 민주당에도 보수정당 출신, 안철수 캠프 출신 한둘이 아니죠. 내용을 반박하면 모를까 은근히 과거를 들춰내며 문제삼는게 고약해도 너무 고약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로 보면 당지도부는 아예 몰랐던 사안이라고 하던데... 그럴거 같긴 해요. 이해찬 같은 양반들이 이런 일을 벌일 일이 없으니까요. 보면 대략 공보쪽에 있는 분들이 SNS는 물론 여러 곳에서 사고치고 다니는 이들과 꽤나 친한 것 같습니다. 그 양반들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들은 계속 터질 수 밖에 없겠죠. 아니... 새누리고 민주당이고 보좌관들 대부분이 학생운동 짬 있는 86들인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