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쳐 속의 이데올로기 시리즈, 그 3번째는 게임 작품을 다룹니다. 유비 소프트의 간판,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3편을 가지고 썰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장수 중인 암살자의 신조 - assasin's creed - 시리즈
서브컬쳐 속의 이데올로기 Vol 1. 배트맨 - 다크나이트 리턴즈
서브컬쳐 속의 이데올로기 Vol 2. 마블 코믹스 - 시빌 워
에서 설명했듯, 미국인에게 개인과 국가의 대립 구도는 미국인의 전통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에 대한 근원적인 경계심은 미국인에게 음모론이 흥행하기 쉬운 배경이 됩니다. 국가라는 모호한 집단보다, 구체적인 인격체들이 모여서 만든 무서운 조직이 시스템을,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한다는 게 경계심을 표출하는 데 더 쉬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유비 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비디오 게임계에 있어서 음모론의 끝판왕 쯤 됩니다.
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겐 "귀 큰 놈"이라고 불리는 유비 소프트는 프랑스 회사... 그런데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캐나다 몬트리올 스튜디오에서 만듭니다. 미국이 아닌 데에서도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킨다는 게 오늘의 주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기본적인 세계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성경에 등장하는 최초의 살인자 카인은 조직, 템플 기사단을 구성합니다. 템플 기사단은 인류 문명이 엄청 발달했던 선대문명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고, 선대문명의 유물(엄청 발달된 과학, 사회제도, 이데올로기 등이 담겨 있는 데이터베이스. 인간 정신 조작능력도 덤으로 붙어있음)을 이용해서 인류를 올바른 상태로 강제로 이끄려는 조직입니다. 물론 선대문명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들이야말로 어리석은 인류를 이끌 자격이 있다는 왜곡된 선민 사상에 찌들어 있습니다.
- 템플 기사단과 거의 동시에 암살단이 조직됩니다. 암살단 역시 선대문명의 존재여부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암살단은 인류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며, 유물을 이용한 인위적인 문명 발달과 국가 지배를 반대합니다. 따라서 템플 기사단을 적대하고 중요 멤버를 암살합니다.
-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은 인류의 모든 역사를 통해 대립을 반복합니다. 진시황, 알렉산더 대왕, 네로와 같은 역사상 유명 독재자들도 사실은 템플 기사단이었다고 하며, 이들에 대한 암살 시도는 암살단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근현대사에서 템플 기사단의 유명 인물로는 히틀러, 스탈린, 루스벨트, 에디슨, 마가렛 대처 등이 있습니다.
- 현대에 와서는 템플 기사단에 의한 세계 지배가 거의 완료됩니다. 인터넷과 국가 정보기관은 사실 템플 기사단의 촘촘한 감시망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 표면적인 행동은 앱스테르고라는 국제 기업의 이름으로 행해집니다.
- 현대의 암살단은 거의 와해된 조직입니다만, 소수의 인원이 템플 기사단의 보이지 않는 지배에서 인류를 해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실제 인류의 역사를 배경으로 가상의 집단인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 사이의 통제와 자유에 대한 투쟁을 소재로 삼은 게임입니다. 1편은 제 3차 십자군 전쟁기의 예루살렘 인근, 2편은 르네상스 기의 이탈리아, 그리고 3편은 미국 독립전쟁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3편은 이 시대에 영국군의 뒤에 있던 템플 기사단과 미국의 마지막 암살단원 라둔하게둔과의 싸움에 대한 내용입니다.
나부끼는 성조기를 뒤로 더러운 레드 코트놈들 목 따는 게임이다. (과장 아님)
라둔하게둔은 미국 원주민과 영국인의 혼혈입니다. 그는 독립파에 좀 더 인류의 자유를 위한 정의가 있다고 보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과 협력하여 영국군 및 템플 기사단과 싸웁니다. 그런데 라둔하게둔과 미국 건국 세력과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습니다. 라둔하게둔은 그 출생부터 알 수 있듯 인종을 가리지 않는 자유를 주장합니다. 그러나 미국 건국 세력은 유색인종의 자유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오직 영국의 압제에서 미국 대륙의 백인들이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그들에게 유색인종은 열등한 인간 이하의 존재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둔하게둔은 영국과 그 뒤의 템플 기사단이 보다 더 미국 원주민들에게 폭압적일 것이라는 판단으로 독립전쟁을 도와 승리로 이끕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마지막에 다가가서 그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의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을 습격하고 동포들을 학살한 범인은 템플 기사단이 아닌, 당시 영국군 장교였던 조지 워싱턴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템플 기사단의 영국이나 그로부터 독립하려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나 미국 원주민들에게는 똑같은 폭군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라둔하게둔은 그나마 미국 독립 쪽이 더 개선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독립전쟁을 끝까지 돕습니다. 독립전쟁이 승리로 끝난 뒤에는 조용히 미국 식민지의 작은 정착촌 하나를 경영하는 데 여생을 바칩니다. 그가 일군 정착촌은 원주민, 흑인, 백인 차별 없는 평화로운 농촌 마을로 성장하여 후일 미국 사회의 모범이 된다는 설정입니다.
즉, 어쌔신 크리드3의 스토리 라인은 미국 독립 전쟁의 인류사적 의의(근대적 법치 공화국의 탄생)와 한계(인종 차별)를 동시에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그리고 라둔하게둔의 정착촌을 통해 오늘날 계승해야 할 미국의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표현한 것이죠.
국가의 권위, 그로 인한 통제를 일부 집단의 야욕, 혹은 광기 어린 이데올로기 때문으로 몰아가는 음모론은 현실의 문제점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표현합니다. 이런 시각은 "나쁜 놈만 쓰러뜨리면 끝"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원론적 시각으로 세계를 보게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죠. 현실에선 나쁜 놈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혹은 나쁜 놈이란 것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들 좋은 의도로 하는 행동이지만 뭔가의 어긋남으로 미필적 고의들이 모이고 모여 권위주의적 국가라는 괴물이 생겨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음모론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만, 자유는 부조리와 통제에 맞서 싸워서 획득하는 가치라는 점을 부각시킵니다.
어쌔신 크리드의 암살자들을 상징하는 액션인 "신뢰의 도약" - Leap of Faith
거대한 집단에 맞서는 어쌔신 크리드의 주인공들은 부귀영화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민중 각자가 자신이 본디 누려야 하는 자유를 되찾기를 바라고 싸움에 투신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사람들의 호응을 불러모아 자유를 위한 투쟁 집단, 암살단을 구성하는 것이죠. 게임 플레이어는 자신이 직접 주인공을 움직인다는 게임이라는 미디어 특성 때문에 자유의 투사로서의 영웅과 실제 자신을 동일시하게 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바로 당신에게 자유는 싸워 획득해야 하는 것, 피를 흘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 학습을 시키는 것이죠. 특히 어쌔신 크리드 3는 시리즈 전통의 자유의지주의적 이데올로기 뿐만 아니라 미국 건국의 이데올로기 또한 확산시킵니다.
어쌔신 크리드나 제이슨 본 시리즈와 같이 거대한 국가 조직에 맞서 싸우는 개인에 대한 얘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여러군데에서 변주, 재생산되고 있고 모두 서구의, 특히 미국의 자유의지주의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제조 업체는 서두에 말했듯 캐나다에 근거지를 두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하여 누계 4천만장 이상 팔린 타이틀입니다. 미국적인 자유관이 그만큼 보편적인 가치관으로 세계 어디에나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죠.
마이클 패스밴더 주연의 영화 버전은 너무나 망했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로튼 토마토 평점부터 보고 절대 안 볼 영화로 지정한 녀석이기도 하고. -_-
Hi @rebil! You have received 1.32 SBD @tipU upvote from @polonius79 !
@tipU!- upvotes with with 2.5 x profit + daily payouts to investors :)제가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라 재밌게 읽었어요. 너무 좋아해서 영화까지 봤는데 크흑... 망했어요.
워크래프트, 배트맨 대 슈퍼맨, 어쌔신 크리드까지 2016년은 원소스멀티유즈 영화화 전략에 재앙 같은 한 해였습니다. ㅠㅠ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영화는 저도 너무 실망... 패스밴더 데려다놓고 그런 괴작을 ㅠㅠ.. 게임에서 그런 이데올로기를 담기 힘든데 그 어려운걸 해냈군요.. 플스가 없지만 생기면 꼭 해보고 싶은 게임입니다 ㅎㅎ
어쌔신크리드는 모든 시리즈 PC판으로도 출시 되었습니다. valve의 게임 판매 온라인 플랫폼, "steem"에 가 보시면 할인 판매 팍팍 하고 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