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너의 「교육의 과정」은 교육학의 고전으로 필자가 미처 읽기도 전에 지식의 구조나 직관적 사고, 분석적 사고 등 그 내용에 대해 많은 기회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배우고 들은 바를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브루너의 여러 가지 고민들과 생각들을 좀더 심도있게 살펴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여러 곳에서 지금의 우리에게는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이는 이론과 주장들을 그렇게 장황하게 펼쳐놓았다는 점 때문에 책을 덮고 싶기도 했지만, 그 당시가 1960년대 초반으로 이 책이 야기한 교육과정의 전환을 생각해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금의 필자의 모습은 어찌 보면 브루너의 영향이 아닐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역사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브루너의 「교육의 과정」에서 제시되었던 발견학습이나 지식의 구조 등은 실제 교육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난관들로 인해 단명하게 되었다.
하지만 필자가 브루너의 「교육의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된 바를 잠시 서술하고자 한다. 브루너의 주장 중에서 특히 필자를 잡아끌었던 것은 “어떤 교과든지 지적으로 올바른 형태로 표현하면 어떤 발달단계에 있는 아동에게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부분 이었다. 브루너는 이것을 ‘대담한 가설’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필자는 현재 우리 사교육계에서 많은 학생들에게 어필하는 소위 명강사, 족집게 강사라고 불리는 이들의 존재를 통해 이를 현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일한 교과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학생은 같은 내용을 전혀 새롭게 이해할 수 있으며, 보다 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성과가 있기 위해서는 동일한 교육내용을 각 학년 수준에 맞게 번역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필자를 잡아끈 이유가 존재한다. 그것은 어떻게 번역하느냐는 전적으로 교사의 능력에 달려있음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 요리사가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과 향이 달라지듯이, 동일한 교과내용을 교사가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학생이 받아들이기 쉽게 될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요리사가 자신의 요리에 책임을 지듯이 교사는 자신의 번역에 책임을 져야함을 생각할 때 필자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교육은 음식처럼 한번 먹고 소화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사고활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바를 생각하면 절대 쉽게 생각할일이 아닌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노력해 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