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생의 미국여행기②] 영화 노트북의 낭만적 촬영지, Charleston.

in #kr6 years ago

 남부의 옛 영광을 간직한 도시, 찰스턴.     

 Charleston, South Carolina. 독립전쟁 이전에는 미 동부에서 분주한 항구였고, 쌀 재배와 무역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찰스턴 근교에서는 노동집약적인 쌀 플랜테이션이 발달했고, 남부 내륙과 찰스턴을 잇는 철도가 19세기에 개통되면서 내륙에서 생산된 면화가 찰스턴에서 수출됐다. 쌀 플랜테이션이나 면화 모두 값싼 노동력인 노예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남부 경제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남북전쟁의 결과로 노예 해방이 이루어지면서 값싼 노동력을 잃게된 남부 거점도시들은 경제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했고, 찰스턴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은 옛 쌀 플랜테이션 농장과 화려한 남부 지주들의 대저택, 남북전쟁 등 옛 추억을 팔아 소득을 올리는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미국 와서 찰스턴에 대해 들은 첫 이야기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 라는 것이었다. 결혼한지 1년도 안 돼 미국에 온 우리 부부에게 지인들은 찰스턴 여행을 많이 추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찰스턴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Rhett butler의 고향으로 나오기도 했으며, 감동적인 로맨스 영화 "노트북"의 배경으로도 등장하기도 한다.  낭만적인 곳이다.
  

 하지만 이런 낭만도 있지만 내게 가장 매력적인 점은 옛 남부의 화려한 역사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찰스턴 근교에는 쌀 플랜테이션 농장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영화에 등장한 낭만적인 남부 대저택을 감상할 수도 있고, 옛 남부 플랜테이션 농장이 어떻게 운영됐는지 살펴볼 수도 있다.    

 내가 살았던 노스캐롤라이나 모스리빌에서 찰스턴까지는 차로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지만 미국에서 자동차 여행을 몇 번 해보면 거리 관념이 바뀌는 관계로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해서 중간에 한 번 쉬고 도착했다.  


Magnolia plantation...    

 호텔로 가는 도중에 플랜테이션 농장이 하나 있어 들렀다. Magnolia plantation. 동백꽃과 진달래가 많아서 이름도 Magnolia plantation이다. 그냥 농장인데 사람들이 많이 구경 올까라고 의문을 품었는데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매그놀리아 플랜터이션은 1870년초에 일반에 공개된 농장이다. 그 중 일부분은 그 보다 오래됐는데 가장 오래된 곳은 325년 전에 조성됐다고 한다. 농장은 3대에 걸쳐 운영이 됐는데 세대를 거듭하면서 농장주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손을 봤다고 한다. 

 첫 오너인 Thomas Drayton은 바베이도스에서 1679년에 미국으로 이주해 농장을 세웠다.  남부의 플랜테이션 농장을 둘러보다보면 식민지 시대 미국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 또 이런 농장과 대저택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의 촬영지가 되기도 해 그 낭만을 더한다. 

  오랜 운전으로 허기가 져서 입장하자마자 스낵바에서 끼니를 때웠다. 식사를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차라리 음식을 미리 준비해서 피크닉을 즐겨도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어서 여유를 즐기며 식사를 하기에 그만이었다.

  농장안에서는 조랑말들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미국 아이들은 안 그래도 무척 귀여운데 조랑말들을 보고 "donkey! donkey!"하며 폴짝 폴짝 뛰어 노는 모습이 앙증맞았다.

  나도 가까이에서 말을 만져보려고 했는데 말이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사실 말이 좀 무서워서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말도 그것을 아는지 쭈뼛쭈뼛 거리기만 한다. 아이들과는 잘 어울리던데..


  바로 이 말을 보더니 아이들이 "동키! 동키!"를 연발했다.

   Drayton일가가 살던 대저택. 17세기 초에 미국에 정착한 이 일가는 미국 혁명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등 정치참여에도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저택 투어도 할 수 있는데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초기 미국 시대의 전형적인 주거문화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노예들이 머무르던 오두막. 미국 아이들이 "엉클 톰스 캐빈!"이라고 외치는데, 신기했다. 사실 미국  노예의 이야기니 미국인들이 더 잘 알 법한데, 워낙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야기니 그런 것 같다.


   한때는 노예 노동으로 번영을 누렸던 이곳이 이젠 노예의 역사를 관광상품으로 해서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아이러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노예들의 자손인 흑인들이 이런 역사를 다시 둘러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농장 규모는 600에이커...2.4킬로 제곱미터 규모   


 매그놀리아 플렌테이션은 600에이커가 넘는 큰 규모여서 걸어서 보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8불을 더 내면 열차 투어를 할 수 있는데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올라탔다.

   과거에 쌀을 재배했던 곳 대부분은 지금은 침수돼 새들과 악어들의 서식지로 변모해 있었다. 열차 투어를 하는 내내 심심치 않게 악어들을 볼 수 있었다. 


영화 "Notebook"의 고향...Boon hall plantation    


 사실 '분홀 플랜테이션'은 영화 '노트북' 때문에 찾게 됐다. 이 곳은 영화속 여주인공인 '앨리'가 살았던 대농장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 많은 부분에서 이 농장의 곳곳이 등장하기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사실 이곳을 방문한 날은 부활절이었는데 우리 부부는 농장 개방시간이 낮 12시인 것을 모르고 오전에 갔다가 농장에서 수많은 차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인근의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개방 시간에 맞춰 다시 출발했다. 입장하면서 무슨 이벤트가 있었냐고 물어보니 오전에 이곳에서 부활절 예배가 있었다고 했다.      

 앞서 찾은 매그놀리아 플랜테이션은 입장료 외에 열차 투어나 저택 투어에 추가 요금을 받았지만 이곳에서는 기본 입장료에 저택 투어와 농장 투어가 포함돼 있다. 트리플 에이(AAA협회) 회원은 한 명당 2불을 할인 받을 수 있다. 

  '분 홀 플랜테이션'은 남부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플렌테이션 농장(3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으로 일반에 공개는 다른 농장에 비해 비교적 늦은 1956년에 이루어졌는데, MacRae가문이 그 전 해에 이 농장을 사들이면서 이듬해인 1956년에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장관을 이루는 오크 나무...300년의 역사  


  '분 홀 플랜테이션'을 들어서면 저택까지 길 양쪽으로 늘어선 오크나무길을 만나게 된다. 플렌테이션을 처음 시작한 James boon이 심은 나무들로 3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내가 이 곳을 방문했던 시기가 3월 말인데 아쉽게도 아직 봄이 완연하지 않아서 녹음이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장관이라고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완전히 봄으로 접으든 4~5월에 방문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곳이 옛 boon가문의 대저택이자 영화 '노트북'에 등장한 여주인공 '앨리'의 집이다. 노트북 이외에도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이 집을 배경으로 촬영됐고 최근에는 드라마 '가십걸'의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라이언 레이놀즈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저택의 모습. 집 입구의 기둥과 지붕 모양 등 전형적인 남부 저택의 특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건축 양식의 영향은 지금도 남아 있어서 우리 부부가 미국 연수 동안 머물렀던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많은 주택에서 찾아볼 수 있다.

  15분 마다 투어를 운영한다. 사진을 아쉽게도 찍을 수 없었다. 가이드의 설명은 굉장히 자세했는데, 긴 설명을 흥미롭게 계속 듣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택 내부는 생각보다 잘 보존돼 있어서 지금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저택 주변은 갖가지 꽃들과 오래된 오크나무가 어울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사실 올랜도나 플로리다와 같은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다 보면 사람들에 치이고 일정 때문에 서두르느라 생각하고 자연을 느낄 여유가 없었는데, 따뜻한 햇살 속에 산책하며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노예들의 흔적을 찾다.   


 저택은 아이 키만한 낮은 담장으로 바깥과 구분되어 있었는데, 이 담장 너머엔 노예들이 머물던 오두막이 늘어서 있었다. 마치 중세시대에 성안에는 귀족과 신분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이 머물고 농민들은 성 외곽에 살았던 것처럼 신분차이를 상징하는 담장 같아서 마음이 헛헛해졌다.

  내부는 이렇게 당시 생활상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이곳은 노예들이 예배를 드리던 예배당의 모습이다. 고된 노동과 비인간적인 처우를 감내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을 법도 한데, 과연 당시 흑인 노예들은 자신이 처한 가혹한 현실도 주님이 주신 고난이라고 생각했을지...아니면 어떻게 달리 생각했을지...문득 궁금해졌다...

 

 남부 농장을 둘러보다.   


 이곳도 매그놀리아 플랜테이션처럼 열차 투어 비슷한 것을 운영했다. 트럭을 개조한 차량을 타고 농장 전체를 한 시간 정도 둘러보는데, 경치는 매그놀리아 플렌테이션보다 훨씬 좋았다. 탁 트인 습지대와 따스한 햇살, 산들 바람이 어우러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이드는 투어를 시작하면서 "궁금한게 있으면 주저말고 물어보라"고 운을 뗐는데. 역시 적극적인 서양인들은 질문을 많이했다. 나무 종류부터 심지어 가이드의 일이 풀타임 잡이냐는 시시콜콜한 질문까지...   재미있는 질문이 나왔다. 


 사실 나도 궁금했던 부분이었는데...중년의 여성은 "왜 여기 플랜테이션에는 오크나무들이 많냐?"라는 질문이었다. 사진으로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오크나무의 잎은 특이해서 마치 머리카락을 걸어놓은 것처럼 보이는데(녹음이 충분히 우거지기 전에 보면 괴기스럽게도 보이기도 한다.) 


 가이드의 설명이 재밌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중의 하나는 인디언 공주가 스페인인들에게 납치되서 끌려갔는데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고 나무에 머리카락을 매달아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전설 같은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또 오크나무게 새롭게 보인다.
 

  농장을 둘러보면서 가이드의 설명은 계속됐다. 이 곳은 콘 메이즈가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Corn maze" 말 그대로 옥수수 밭에 미로 같은 길을 내서 아이들이 미로 찾기 놀이 같은 것을 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대도시를 벗어나 교외 지역으로 가면 가을에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콘 메이즈가 명물인지 지역 방송사의 뉴스 세트도 설치돼 있다.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매년 4월이면 딸기 축제가 열리는데 딸기는 가을에 심어서 한 겨울에 한 번 수확하고 다시 또 심어서 4월에 수확을 한다고 한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상징, Palmetto도 볼 수 있었다.찰스턴 다운타운에서는 가로수로 쓰인다.

   여유롭게 둘러보다 보니 3시간이 훌쩍 갔다.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겠다는 아내를 기다리며 오피스 앞 흔들의자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냈다. 미국국기와 저 멀리 보이는 대저택, 여유롭게 쉬고 있는 관광객들을 보며 마음이 고요해졌다.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오는 길에 다시 오크나무길을 달리게 됐다. 영원히 눈에 담아두고 싶은 경치다. 속도를 줄이고 카메라를 꺼네 들었다. 이미 많이 사진을 찍었는데 왜 나는 또 셔터를 누르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더 오래 눈에 담아두고 싶다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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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현지거주하시는 분같이 좋은 내용이네요.
대도시에서 벗어난 이런 풍경 너무 좋죠.
뉴저지 쪽에서 운전해서 다니던 그런 추억이 떠오릅니다. 올해는 서부로 가게되는데, 올려주신 남동부 지역 참 좋아 보이네요.

네,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미국 대도시가 아니라 시골(?에서 거주해서(현재는 한국에 삽니다.) 이런 포스팅이 많을 것 같습니다. 미국 운전하기 너무 좋죠. 햇살도 좋고 녹음도 좋고 무엇보다 도로 사정도 좋고~ 서부는 많이 못 가봤는데 좋은 포스팅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