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링미디어를 시작했나 3. - 크리에이터와 창작자라는 직업인

in #kr7 years ago (edited)

링미디어의 슬로건은 가치 있는 콘텐츠 네트워크의 시작입니다. 여기에는 주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들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가치 있는 콘텐츠'라는 것은 무가치하고 시간이 지나면 쓸모 없거나 잘못된 것들은 대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네트워크의 시작'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네트워크 형태를 띨 것임을 암시하는 말입니다.

소속과 개인의 관계 설정

이야기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지요. 요즘 IPTV 등에서 유명한 영화 평론가들이 몇 분 등장합니다. 대부분의 영화 평론가들의 전직장을 보시면 교수님이거나 기자들입니다. 묘하지요. 정작 영화 감독이나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은 영화 평론가로서의 역할로 주목받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영화 평론가들의 세계를 볼까요? 일단 영화를 많이 봐야 하겠지요. 그 영화를 분석해낼만한 지식을 쌓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고 그 영화를 보고나서 전후맥락을 취재할만한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덕후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 이런 직접적인 취재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같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직접 그 영역에 종사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 않고서는 깊이 있고 현장감 있는 평론을 써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환경은 결국 '언론사'라는 울타리 조직이 필요하구요. 그 조직 안에서 그는 시간과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를 얻었습니다. 물론 그 조직은 그에게 급여를 주고 그의 소속으로서 그의 글을 귀속시켜 이득을 봅니다. 좋은 거래이지요.

자, 그런데 말입니다. 이 기자가 평론가로서의 길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요? 그 소속은 그 전직 기자인 평론가를 놓아주고는 아쉬워 하고 말죠. 그리고 그 평론가는 스스로 기자였음을 공진화시켜 유명해집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조직과 그 개인은 이제 어떤 관계여야 할까요? 그리고 그 개인은 자신의 영달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이 기자는 영화 평론가가 결국 될 거였으면서 왜 굳이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가 되어야 했을까. 필요했을까요, 아니면 어쩔 수 없었을까요.

기자들이 한 기업에 소속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이제 자신의 시간과 인생, 그리고 자존감까지 훼손해가며 소속되어야 할 만큼의 매력이 남아 있는 직장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실명이든 익명이든 스스로 프리랜서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아마 모자른 것은 '급여'와 '소속이라는 안정감' 정도일 것입니다. 암호화폐가 '급여'의 대체가 될 것이란 생각은 이르지만 최소한 익명으로든 실명으로든 지금 자신의 소속이 아닌 상태에서 자율적인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소속이 아닌 네트워크, 직장이 아닌 직업

우리는 이런 상상을 해볼 때가 됐습니다.
과연 소유자가 따로 있는 회사에 소속하여 자기의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 회사 사주와 주주와 광고주에게만 봉사하기 위해 내 인생과 시간을 알량한 급여로 대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애초에 산업사회에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를 이끌어야 하는 매스미디어 산업이 전쟁과 대량소비의 첨병으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언론사'라는 산업 조직이 필요했을까?

우리가 흔히 듣는 이상한 말들도 되새겨봐야 합니다. '기사를 생산하다'니요. 더구나 '지면의 제약'이라니요. 세상에서 넘치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어찌 서른 두 면에 다 채울 수 있으며 평온한 세상마저 온갖 '논란'으로 채워서까지 서른 두 면을 맞춰야 한답니까. 어떻게 글쓰는 사람들이 '글'을 '생산'한단 말입니까.

링미디어는 이렇게 생각해봤습니다. 소속이 아닌 네트워크의 노드로서 콘텐츠 생산자의 역할은 무엇이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이들이 콘텐츠를 생산함에 있어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자부심에 따라, 그리고 여력과 능력에 따라 직장 안에서의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조중동의 매출이 전체 21개 신문사 전체 매출의 41.6%, 조중동매한의 매출이 60.5%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주요 일간지 매출액 추이 - MediaX
http://www.mediax.kr/?p=831

대안 미디어라고 했던 미디어들은 처음부터 게임이 되지 않는 시장에서 불꽃 처럼 피어올랐지만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스스로 대안 미디어가 아니라고 했던 네이버의 한 섹션에 불과한 '네이버 뉴스'는 또 어떤 상태입니까. 가장 오래된 생산 체계인 뉴스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가장 최근 산업인 연예 영상 산업은 지속적인 변신을 해오며 거대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모두 중앙화된 플랫폼들과 에이전시들만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지요.

새로운 게임은 새로운 운동장에서 펼쳐 나가야 합니다. 버티컬 미디어는 조직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니라 전문성과 기여할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잡지는 잡지의 문법이 있고, 웹진은 웹진의 문법이 있으며, 일간지와 온라인 신문은 각자의 콘텐츠 생산 체계가 있습니다. 블로그와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각자의 스타일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버티컬 미디어와 블록체인 위에서 동작하는 미디어 역시 그런 탐구를 해나가야 합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것도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더구나 블록체인을 이해하고 암호화폐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분들을 찾기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볼만한 게임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의미 있을 것입니다. 다섯 명만 모여도 꾸준히 6개월이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링미디어 그룹은 6월 전에 본격적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링미디어를 시작했나 2. - 커뮤니티 기여자와 어뷰저
https://steemit.com/kr/@ringmedia/2
왜 링미디어를 시작했나 1. 티엔엠미디어의 실패와 블록체인
https://steemit.com/kr/@ringmedia/4skayr-1
'링미디어' 회원 모집 - 가치 있는 콘텐츠 네트워크의 시작
https://steemit.com/kr/@ringmedia/2gntyb


링미디어.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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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 정리해서 달았어야 하는데.. 주말 밀린글 보다 보니.. 중구난방으로.. 이렇게 쓰게 되네요. :) (너무 사랑 고백하는 거 같아.. 죄송하기도 하구요. ㅋ)

요새는 시대가 바뀌어 글 만이 아니라 오디오나 비디오도 엄청난 미디어로서 파급력이 있습니다. 이 부분도 고민해서 반영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mmerlin님의 스팀방송국과도 협력이 가능한 모델이 생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