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철제 필통에 꽂혀 있는 몽당연필을 발견하고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제는 보지 못했는데 언제부터 그곳에 꽂혀 있었는지 궁금했다.
필통 속 펜과 연필 사이사이 먼지가 제법 쌓인 걸 보면 하루 이틀은 아닌 듯하다.
등교 전 닳아 없어진 널 발견하고는 연필깎이에 넣고 마구 돌리면 내 기분이 상쾌해 지고는 했는데
또 가끔은 잘못 힘주어 심이 부러지기라도 하면 내 마음도 아프고 미안했다.
한자 한자 정성스레 꾹꾹 눌러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젠가부터 널 내 손에 쥐는 일이 줄어들고
한 글자 한 글자 글 쓰는 게 무척이나 쉬워졌지만
쓰여진 글 위로 아쉬움이 남는 건 나만 느끼는 감정인가 싶다.
그런 이유인지 몽당연필을 바라보면 나와 닮은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너도 처음부터 짧고 못 생기진 않았을 텐데...
그래도 넌 공책이나 메모장 따위에 흔적이라도 남겼잖니.
지금쯤 난 얼마큼 닳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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