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지클루니가 감독을 맡은 영화 <서버비콘>은 다분히 미국적이고 기독교적인 영화이다. 평점을 보면 캐스팅에 미치지 못하는 졸작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았다.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글루미한 분위기와 블랙 코미디적 발상은 우디 앨런의 느낌을 받기도 했다.
모두의 천국이라 블리우는 서버비콘으로 이사온 니키는 그곳을 둘러싼 어른들의 모습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의문의 침입자가 집 안에 들이닥친 날, 니키는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되지만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아버지 가드너(맷 데이먼)와 이모 마가렛(줄리앤 무어)의 모습에 이내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 오게 된다. 그러던 중, 니키는 가드너와 로지가 분명한 살해범의 얼굴을 모르는 척할 뿐 아니라, 둘의 정사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무언가 일이 잘못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서버비콘에 흑인 가족 마이어스 일가가 이사 오면서 마을 전체는 그들을 내쫓기 위한 투쟁이 벌어진다.
서버비콘, 그곳은 결코 천국이 아니었다.
영화는 <서버비콘>에 대한 홍보용 광고로 시작한다.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곳, 풍요가 가득한 공간으로 묘사되지만 실상은 180도 다른 '분열의 공간'이다. 첫째로 종교적인 분열이 있다. 가드너는 성공회 신도이고, 서버비콘의 대부분은 나사렛 교회 신도이며, 어떤 이들은 가드너를 유대교로 오해 하기도 한다. 결국, 하나의 기독교도 이미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인종적 분열이다. 마을에 흑인 가족이 이사오자 그들을 외부와 단절 시키고자 집 주변에 울타리를 치는 것은 물론 식료품 가격을 터무니 없이 높게 받을 뿐 아니라, 밤낮 가리지리 않고 집을 포위한 채 시위를 벌이며 폭력을 행사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이상향은 고사하고 비정상과 증오로 뒤덮인 곳임을 표현한다.
욕망을 싫은 폭주 열차
영화 <서버비콘>은 평화롭고 한적한 분위기로 시작하여, 서로가 서로의 죽음을 초래하는 잔혹함으로 마무리 된다. 감독은 대표적인 기독교적 소재인 뱀과 사과를 등장 시키는데, 이는 바로 인간의 원죄인 욕망을 상징한다.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선택지가 눈 앞에 있을 때, 우리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드너의 부인은 일란성 쌍둥이로, 두 명의 로지가 탄생한다. 결국, 가드너는 사과밭을 통째로 갈아먹고 욕심에 빠지게 된다. 그는 아내 로지의 쌍둥이 처제 마가렛과 놀아나며,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아내 로지를 대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으나 사망이 아닌 하반신장애(살인미수)에 그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고리 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 마가렛, 처남, 보험 조사원을 모두 죽음에 내몬다. 사실, 가드너 이외에도 그를 유혹하여 도망가려는 마가렛, 돈을 받아내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고리대금업자들, 냄새를 맡고 방문하여 돈을 요구하는 보험회사 조사관 아이삭까지.. 모두 자신들의 욕망에 사로잡혀 파멸로 접어들게 된다. 감독은 이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장면을 흑인 가족 집 앞에서의 서버비콘 주민들의 폭동을 교차하여 보여주며, 광기의 절정에 치닫는 긴장감과 쿵쾅 거림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진정한 악마는 타락한 자신이다
모두가 끔찍하게 살해 되고, 가드너는 이제 여차하면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아들까지 죽이려 한다. 그는 니키에게 거짓 증언을 강요 하며, 다른 이들에게 살인의 행위를 덮어 씌우려 한다. 그러던 중, 마가렛이 만들어 놓은 신경 안정제가 다량으로 묻어져 있는 빵과 우유를 먹고 가드너 역시 죽게 되는데, 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식욕'에 사로잡힌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극의 중반에 보면 강도에게 무기력하게 당하던 가드너가 자신의 안경을 고치며 내면에 가려져 있던 악마성이 더 잔인해 지는데, 이는 욕망에 눈이 멀어 악마로 변해 가는 그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결국, 니키만이 홀로 남게 되고 마을에는 마이어스네가 서버비콘으로 이사를 오면서 흉흉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 했다는 유언비어가 떠돈다. 정말 최악의 인간성을 가진 인물들은 고상한 척, 우월한 척 연기를 하고 실제론 아무런 죄없는 가족들에게 흑인이라는 편견으로 마녀 사냥을 합니다. 천국을 형상화하는 서버비콘이야말로 역설적이게도 지옥이다. 마을이 초토화되고 어순선한 와중에 뒷마당으로 나온 니키와 앤디는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천천히 캐치볼을 한다. 욕망에 찌들만큼 찌든 어른들과 달리 어린 아이들에게는 순수, 사랑, 화합이 있어 미래는 밝을 지도 모르겠다.
T1. 맷데이먼의 모습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T2. 맷데이먼이 주연인 영화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를 원한 사람들이라면 끝맛이 개운하지 않을 수 있다. 즉, 가벼운 오락 영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T3. 감독으로서의 조지클루니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