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빠지면 멈출 수 없어 순식간에 읽게 된다. 흡입력 있는 쫀쫀한 전개를 보여주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매우 인상적인 책으로, 추리&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죽어 마땅한’과 ‘죽여 마땅한’은 엄연히 다른 표현이다. 전자가 심판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면, 후자는 행동을 포함한다. 사실, 다분히 주관적인 이 기준을 누가 정할 수 있을까? 주인공 릴리는 자신이 직접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판별 하며, 행동으로 옮긴다. 이 세상에는 생명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누군가 권력이나 사랑을 남용한다면 그 사람은 죽여 마땅하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여자. 희대의 사이코패스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동안 그녀를 응원하고 형사 킴볼의 행동에 노심초사 하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도 '죽여 마땅한 사람'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며, 그녀는 그런 우리 안의 내밀하고 어두운 욕망을 대신 실행하는 인물로 쾌감을 선물한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게 왜 그리 끔찍한 일로 간주되는 걸까?
금세 새로운 세대가 세상을 차지할 테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죽을 것이다.
몇몇은 끔찍하게, 몇몇은 평온하게.
살인을 죄악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겨진 사람들 때문이다.
죽은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하지만 만약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릴리가 살해한 사람들은 모두 외로운 이들이다. 그녀에게 치근 거리던 쳇은 떠돌이 화가였고, 미란다와 에릭은 겉은 화려하지만 정작 누군가의 진실된 사랑을 받지 못한 인물이며, 브래드 또한 변변치 못한 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 이혼남이다. 또한, 죽임을 당한 테드도 아내 미란다와의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끼며 감정의 결핍을 느끼는 인물이다. 반면, 항상 곁을 함께 하던 친구가 있는 형사 콜린은 릴리가죽지 않을 정도(?)로 칼을 찌른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약자, 소외되고 불안정한 인간 혹은 당장 사라진다 해도 찾을 주변인이 없는 이들만이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죽어 마땅한’과 ‘죽여 마땅한’의 사회적 한계를 보여 주어 씁쓸하다. 또 한편으로는 나도 누군가에게 설령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상처를 주고, 죽여 마땅한 사람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조심해야지....
소설 <죽여마땅한 사람들>은 각기 다른 네 명의 시점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자칫 복잡해질 수 있는 설정이지만 자연스러운 연결과 각 상황에서의 행동 묘사 및 화자들 각자의 생각이 드러나면서 책에 대한 끌림을 멈출 수 없다. 누구도 읽어 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앗 감사합니다! 역시 짱짱맨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