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다시 새롭게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

in #kr7 years ago (edited)

지난주엔 생일이었다.

생일이'었'다, 라고 쓰니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곱씹으며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한다.

아름다운 기억과는 별개로.

우리 가족 전원이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식탁 위에 미역국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살짝 충격을 받았는데, 가족들이 더 당황하길래 짐짓 태연한 척을 하느라 진짜 혼났다. '생일 따위 뭐 별거라고' 하며 분위기를 전환해보려 했지만 내 말투와 표정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은 내가 먼저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열 번도 넘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살면서 엄마에게 미안한 일을 백 번 천 번도 더 했는데, 고작 생일 미역국 한번 잊었다고 이렇게나 미안해하다니. 엄마는 울 듯한 얼굴로 미역국 내일 끓여줄게, 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미역국을 먹을 수는 없었다... 저기요... 엄마...?


택슨님(@teaxen)의 팬이다. 오도바이 여행기 1화를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이야기꾼의 재능이란 이런 건가. 읽다가 터진 웃음의 강도와 빈도로 치자면 풍류판관님 러시아 여행기와 투탑을 이루는 듯... 지금 생각해보니 특히 좋았던 건 그가 술 마시면서 밥 먹는(밥 먹으면서 술 마시는 것은 분명 아닌 듯) 장면들이다. 음식 사진은 물론 맛에 대한 화려한 묘사조차 한 줄 없는데 '지금 당장 나도 그거 먹고 싶다' 라고 매번 생각했다. 테이스팀 포스팅의 새 지평을 여세요, 택슨님. 아무튼, 그런 그가 스팀잇에 새로운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가 웹툰계의 홍상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 아니다. 무엇이 되었든 그 이상일 것이다.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쑨님(@soonhh)의 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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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hh 님의 펜들.


우리 셋은 각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로 했는데 신기하게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각자 다른 것을 골랐다.

내가 고른 것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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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한번 손에 쥐면 하염없이 쓰고 싶어진다. 몸체를 살살 돌려 퍼즐처럼 줄무늬를 맞춰보기도 하고, 나무 냄새가 나는지 코 밑에 두고 한참 킁킁거리기도 한다. 로즈우드를 고른 친구는 펜을 손에 쥐자마자 놓지를 않고 스케치북을 몇 페이지나 채우다가 잉크 아끼라는 우리들의 잔소리를 몇 차례 듣고서야 멈췄다.

쓰고, 쓰고, 쓰고 또 쓸게. 고마워, 젠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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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생일 축하드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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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미소의 제이미라니... 이거 넘나 귀여워서 계속 쳐다보다가 그림처럼 같이 웃음! 고마워요, 제이미님! :-)

지났지만 생일 축하 드려요
미역국은 드신거에요? ㅎ ㅎ
아님 반대로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로 내년에 부모님께 미역국을 끊여주세요.
그럼 감동 받으셔서 좋아하실거 같아요
생일선물 좋은거 주실수도 ㅎ ㅎ

네 결국엔 먹었어요.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은 아니었지만요. :-)

저번 주부터 날이 선선했던 기억인데, 좋은 계절에 태어나셨어요.

라라님 글이 그리웠는데, 전에 올리신 글이 있네요. 여행을 가시는 건가요? 좋은 펜으로 좋은 생각과 풍경들을 담으시겠군요.

저는 이 좋은 계절이 금방 지나가 버릴까 봐 조마조마한데, 나루님은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요 며칠 올리시는 글들에 꼭 오선지 사진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나루님은 피아노와 함께 이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거겠죠? 아름다워라. 여행을 떠날 건데 떠나기 전에 나루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어떤 모습으로 그런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

조마조마할 만큼 아름다운 계절이에요. 말씀하신대로 피아노와 이 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한강에 가서 가만히 앉아있다 오는 때도 있고요. 세상이 아름다우니 그 안에서 뭘 하든 아름다워 보이네요.

긴 여행을 떠나시는 것 같은데... 언제 떠나시는 거죠?

저도 최근에 한강에 몇 번 갔어요.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짜릿하더라고요. 지구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빙글빙글 돌며 낮과 밤을 만들어내고 있잖아요. 나루님 오늘도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날이 되었으면!

저는 10월 초에 떠날 것 같아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담아서 또 포스팅 할게요!

으아아 동글님 생일이셨군요!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 ˘⌣˘)♡(˘⌣˘ )
여름과 가을이 맞닿는 시간 속에 태어나셨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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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해주신 택슨님의 글도 얼른 읽으러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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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님 펜도 참 예뻐요.저도 동글님이 고르신 보고테가 젤로 마음에 드네요. :)

채린님 고마워요! 온라인에서 만나 글로만 마음을 나눈 사람에게 생일 축하를 받는다는 것을 제 인생에서 상상해본 일이 없는데 채린님의 축하를 받고 이렇게 기쁜 것을 보면 저는 채린님을 많이 좋아하는가 봐요! :-)

생일 축하드려요 :D
젠젠님께 라라님 생일 선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 집중해 깎았던 기억이 ㅎㅎ. 세 분 다 망설임 없이 서로 다른 펜을 골랐다는 것도 신기하네요. 그러니까 친구일 수 있는 걸지도??

많이 부족한 펜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달 라라님을 위한 스툴로 다시 만나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심을 리필할 수 있어서 잉크 안 아끼셔도 된답니다 :D

쑨님 펜으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요. :-) 살찐 고양이랑 함께 한 글과 그림은 쑨님과도 공유할게요.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늘 응원합니다!

생일축하해요! @roundyround님은 사막같은 제 스팀잇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랍니다!!! ♡.♡

소봉님! 이렇게 아름다운 말을 제게 남겨주시다니. 선물 같은 댓글이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어서요. 가끔 사막처럼 느껴지지만 우리 여기에서 끝까지 같이 놀아요! 목마르거나 그늘 필요할 때 언제든 놀러오시고요! 저도 그럴게요! :-)

웹툰계의 홍상수....
생일 축하드립니다.

사실 영화 낮술을 떠올렸는데, 비슷한 느낌이면서 더 유명한 사람으로... 감사해요, 르캉님! :-)

생일 축하드립니다. 동글이님 고르신 펜이 저도 젤 맘에 드네요..

유니콘님도 펜 쥐어보세요. 없던 창작 욕구가 막 살아나는 것 같아요. 시 지으셔야 하잖아요!

어머니께서 잊지 못 할 생일을 만들어주셨네요 아름답진 않지만...ㅎㅎㅎ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늦었지만 감사해요! 생일 지난 지 일주일도 더 되었는데 아직도 축하받고 있는 기분이에요. 노린 것은 아닌데... 뭐 어떻습니까! 이렇게 기분 좋으니까 그걸로 됐지요! 이터널님도 좋은 계절 보내고 계시죠?

헛..생일 축하드립니다.~~어제셨군요..!!

감사합니다! 열흘째 생일입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저도 축하해주세요~ ㅎㅎ)
젠젠님의 글도 보고싶다고, 인사 전해주시길.

앗! 리플레이님도 지난주에 생일 맞으셨어요? 아니면 생일이 다가오고 있나요? 뭐가 되었든 축하드려요! 바쁜 젠젠님의 본격 포스팅을 저도 기다리고 있답니다. 리플레이님 인사 전하면 젠젠이 엄청 기뻐할 거예요. :-)

고독한 미식가도 기획해 봐야겠네여 ㅋㅋ
생일 축하드려요!

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려 깊은 작가님이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