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001]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in #kr7 years ago

첫 게시글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요즘도 가끔 심심하면 보는 아기공룡 둘리 극장판을 선택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기도 하고, 그냥 갑자기 이 영화가 떠올랐네요.

영화에 대한 전반적이고 섬세한 리뷰보다는 그냥 그 영화에 대해 떠오르는대로 주저리주저리 제 생각을 두서없이 남겨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누설이 종종 있을 수 있어요. 감상에 방해될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미리 언급을 하겠지만, 웬만하면 슬그머니 나올 것 같아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1996)


한편한편씩 쭉 이어지는 애니메이션보다 단편으로 딱 끝나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중 가장 최고라고 꼽는 영화가 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제가 보지못한 국산 애니메이션이 수없이 많고, 또 훌륭한 작품들도 더 있었지만 순수한 재미로만 따진다면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네요.


이 그림체 말고 요즘 리뉴얼된 둘리는 띄엄띄엄 봐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간에 '얼음별 대모험'에서는 요즘 둘리가 아닌 옛날 그림체의, 옛날 설정의 둘리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초반 부분이 기억이 잘 안나서 확실하지는 않은데, 기존 둘리와는 조금 별개로 둘리가 고길동의 집에 오는 것부터 새로 시작한 걸로 기억합니다. 둘리부터 시작해서 또치, 도우너, 그리고 마이콜까지.

초반은 그렇게 우리가 흔히 아는 둘리의 주인공들을 하나둘씩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볼 때마다 감탄하는 것은 우리나라 아동 애니메이션에서, 혹은 심지어 다른 나라 아동 애니메이션에서도 요즘은 좀처럼 찾기 힘든 막나감입니다.


둘리와 그 친구들은 그야말로 쓰레기라고 불러도 할 말 없을 정도로 길동이 아저씨를 골려먹고, 자기들끼리 하는 대화 또한 가관입니다. 그 당시에 봤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정말 얼탱이가 없을 정도더라구요. 이건 직접 봐야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 내내 하는 행동도 행동이지만, 말끝마다 둘리나 도우너가 한 두마디씩 사람 속 뒤집는 소릴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가 나올 지경입니다. (둘리, 도우너 이 둘이 진짜 악질입니다.)

중간중간 고길동 아저씨가 얘네들 가끔씩 패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정말 약과라고 느껴질 정도로요. 어린이 만화에서 이런 놈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거든요.

원래도 둘리 일당들이 길동이 아저씨를 아주 가지고 놀긴 하지만, 아무래도 극장판이라 한편에 압축하다보니 비단 고길동을 향한 장난 뿐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행동과 발언들이 시도때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와 보다보면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중간중간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노래와 함께 뮤지컬 느낌을 내기도 합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보자면, 초중반부의 캐릭터 소개와 이것저것이 끝나고나면 고길동을 포함해서 둘리 일당들은 얼음별로 가버리면서 이야기가 급작스럽게 우주로 스케일이 커집니다.

완전히 다른 배경에 또다시 다른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전혀 어색함없이 저 포스터에 나와있는 것처럼 그야말로 난장판이 벌어집니다. 저 가시 물고기부터 시작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니까요.

심지어 얼음별에서 등장하는 악역도 그렇게 길게는 등장하지않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존재감이 상당합니다.

이 얼음별이라는 배경이 어디선가 다른 영화나 만화에서도 본 것 같은 설정과 스토리인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말 그대로 그냥 둘리 특유의 느낌이 그대로 잘 녹아들어 살아있어요.

이야기 전개도 매끄러우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고 지루하지않게 흘러갑니다. 개인적으로 기본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운데다 중간중간 워낙 얘네들이 헛소리를 많이 하다보니 만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었네요.

애니메이션 특유의 어색하거나 유치한 대사, 행동이 전혀 느껴지지않고 오히려 요즘 봐도 놀랄 정도로 웃기고 세련되어있습니다. 끝까지 텐션을 유지하면서 엔딩 크레딧까지 재밌게 딱 끝납니다.

다 보고나면 아마 그 누구보다도 고길동 아저씨가 가장 기억에 남을 거에요. 활약상도 활약상이지만, 정말 이 아저씨가 힘들게 얘네들을 키우고 있구나 싶습니다.



웬만한 건 이 아저씨 혼자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워낙 좋아하는 영화라 앞으로 다시 쓸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이 글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 계신다면 한번 꼭 보세요. 정말 재밌습니다.

짧은 80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정도로 밀도있고 스케일 크면서 흥미진진한 애니메이션 영화는 흔치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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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 극장판 어렸을때 엄청 보던건데ㅠㅠㅠ지금 여기서 보게될줄이야! 너무 반갑네용ㅋㅋ동심을 찾은거같고 그래요 ㅋㅋㅋ 저희도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추천 포스팅을 올리는데 보러오세요! saeram 님도 영화 좋아하신다니 자주 놀러와서 보고가야겠어요:-)

어렸을 때 진짜 심심하면 봤던 것 같네요. 저도 주니아니님 블로그 자주 놀러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