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굿 타임 (Good Time, 2017)
간만에 본 분위기 끝내주는 영화였습니다.
지적장애를 앓고있는 동생과 은행을 털다가 동생이 잡혀들어가고나서부터 생기는 일들을 아주 빠른 호흡으로 휘몰아치듯 전개하는데 그야말로 숨쉴 틈 없이 101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갔네요.
이런 영화는 내용을 모르고 봐야 재밌는만큼 영화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아낄게요. 뭔가 하나씩 어긋나면서 계속해서 골때리는 상황들이 이어집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배우들의 얼굴, 특히 주연 로버트 패틴슨의 얼굴을 잔뜩 클로즈업한채로 진행합니다. 이게 저예산 영화라서 그렇기도 하고 의도한 것이겠지만 카메라를 너무 흔들어대서 어지럽긴 해도 영화를 아주 생생하게 만드는 데 톡톡히 기여하네요.
흡사 1인칭 시점으로 보는 것마냥 주인공에게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트와일라잇'으로 스타덤에 오른 로버트 패틴슨은 혼자 영화를 다 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트와일라잇'에서 여주인공이었던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그렇고 트와일라잇에서 빠져나오니까 무시무시한 행보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주인공 뿐만 아니라 잠깐잠깐 등장하는 조연들 모두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길거리에서 데려온 사람들 같아서 아무리 골때리는 상황들이 나와도 납득이 가게 만들어 줍니다.
실제로 감옥에서 살다왔다는 배우분.진짜 길바닥에서 겔겔되는 마약 중독자 한명 데려다놓은 연기를 보여주신다.
몇몇 장면들을 제외하면 영화는 대부분 밤 배경으로 진행되는데, 라이언 고슬링 주연이었던 '드라이브'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아주 거칠고 (조금 찝찝한 느낌의 거침?) 빠른 느낌의 드라이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흘러나오는 음악도 퇴폐적인 밤거리 배경에 굉장히 잘 어울려요. 주인공의 불안한 정신 상태를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았네요.
가장 맘에 들었던 음악 >>유튜브 링크<<
로버트 패틴슨의 눈빛연기만으로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들이 잘 나가다가 너무 막 달려서 후반부에 힘이 빠져서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많은데 이 영화는 막판까지 그 파워를 놓치지않고 잘 밀고 나갑니다.
특히 마지막 두 씬은 갑작스런 먹먹함까지 느껴졌네요.
중간중간 의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지만 끝나고나서 그냥 운없고 골때리는 상황들이 이어지는 해프닝 영화로 기억될 수도 있는걸 엔딩크레딧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마지막 두 씬이 완벽하게 만든 것 같아요.
크게 보면 형이 동생을 구하러 가는 스토리가 기본 골짜임에도 굳이 형제애를 강조하거나 약간의 감동 양념이 거의, 아니 전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덕분에 쓸데없이 늘어지는 부분이 없이 상황, 상황이 일어나는 그 순간들의 서스펜스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히려 끝까지 보다보면 형이 동생을 정말로 구하고싶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그저 맹목적으로 자신이 쫓는 의미없는 목표로 밖에 보이지 않죠.
한국에서는 올해 1월 개봉했었는데 상영관 수가 너무 적고 거의 초스피드로 내려버리는 바람에 관객수가 3천명밖에 안되네요..
개인적으로 그냥 킬링타임용으로도 너무 괜찮아서 상영 걸어놨으면 입소문 타고 사람들 많이 봤을 것 같은데 너무 안타깝네요.
지금은 넷플릭스에 며칠 전에 떠서 보실 분은 넷플릭스에서 보시면 됩니다.
저도 나중에 한번 기회되면 봐야겟어요.ㅎ
네 되게 찝찝한 영화 같으면서도 진짜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