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쓴 쯔바이!! 괴담은 화이트데이의 축소판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류의 루머의 원조가 화이트데이는 아니지만 최종적으로 완성되어 가장 널리 퍼진 게임은 화이트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네이버 백과사전에도 마지막 불씨라는 식으로 실려 있을 정도죠. 실제로 최후의 국산 패키지 게임이 화이트데이는 아니지만 불법 복제로 망한 국산 패키지 게임의 마지막 명작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며 국산 패키지 게임 시장 몰락의 대표처럼 자리잡게 됩니다.
쯔바이!!는 정발 요청 서명운동(숫자가 부풀려졌지만)이 근거가 되었지만 화이트데이를 비롯한 국산게임들은 무엇을 근거로 불법복제의 피해를 주장했을까요? 당시의 매체들은 패치 다운로드 숫자를 내세우며 판매량보다 더 많은 패치 다운로드 숫자를 내세우며 그만큼의 불법복제 피해가 있어서 덜팔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법복제가 없었다고 그게 전부 정품구매로 이어지는 다른 방향성의 문제제기도 있지만 그건 차치하고 저번처럼 주장자체가 사실인지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이트데이의 한탄이 나오기 시작한것은 손노리 대표 이원술의 글이 퍼지면서부터로 생각됩니다. 원래 손노리는 번들을 내놓지 않겠다고했지만 실제론 돈때문에 약속을 깨고 번들로 나오면서 쓴 사과문 겸 한탄같은것인데요 약속을 깼다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윽고 동정여론이 우세를 점하며 퍼지게됩니다. 재밌는점은 여기서 판매량 대비 10배 다운 얘기가 나오는데 자사의 게임이 아니라 타사의 게임을 예시로 들고있습니다. 앞서 화이트데이가 원조가 아니란것처럼 이미 몇몇게임에 대해 이런 루머가 떠돌고 있었기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에 영향을 받은 탓일까요?
화이트데이에도 그런 얘기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사실 글쓰기전만해도 10년넘게 손노리를 비판한 모 유저의 영향을 받아 특별한 출처가 있던게 아니라 소문들이 합쳐지다가 화이트데이 번들 발매 후 격화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제와서 당시 루리웹등의 게시물을 보려니 삭제되었는지 개편으로 유실되었는지 링크도 안들어가지고 검색도 안되서 새로 찾았더니 기사가 나오네요. 기사 원문이 아니긴하지만 글이 쓰여진 날짜를보면 거의 최초급이라고 보여집니다. 날짜가 오래된 기사를 봐도 판매량 1만5000, 10배 혹은 20배의 패치 다운로드가 시작으로 보입니다. 복사해왔다는 기사에 쯔바이!!가 3만장 기대했다는 내용등이 있는거보면 확실한 근거없이 작성된것 같습니다. 그리고 쯔바이!!가 퍼지면서 수치가 와전된것처럼 판매량은 줄고 패치다운로드는 늘어나 100만 패치 다운로드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네이버 백과사전의 내용과 비교적 최근인 작년의 기사를 보면 판매량 3000장, 패치 15만건으로 마무리된듯합니다. 무려 50배의 차이군요.
최초자료와 후발자료의 숫자차이를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역시 루머는 사실이 아닙니다. 집계의 문제도 있겠지만 화이트데이 역시 쯔바이!!처럼 최소 초판물량은 소모되어 2판까지 나온 바 있습니다. 물론 불법복제의 피해가 중요하므로 판매량보다 패치 다운로드 숫자가 중요할텐데요 문제는 패치 다운로드 집계 자체가 없었습니다. 해외 기록사이트에 당시 손노리 패치 게시판 기록이 조금 남아있는데요 당시 손노리의 게시판은 조회수만 집계했기 때문이죠. 다운로드 링크가 있는 최신 패치도 루머 발생시점의 다음해인 2003년까지 조회수 10만조차 채우지 못합니다. 하물며 조회수보다 1/10 밑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다운로드 횟수는 말할것도 없을겁니다. 애초에 그런 비정상적인 패치 다운 횟수가 있었다면 이원술 대표가 올린 글에서 굳이 다른 회사의 게임을 언급하진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쯔바이!!와는 다르게 화이트데이 루머는 쉽게 가라앉지 못했는데 여러 이유가 있을겁니다만 일단 불법복제라는게 추산하기 매우 애매한 영역이라 사람들 믿기 나름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한국 패키지 시장이 몰락했을 당시엔 국수주의가 강했던시기라 게임계에도 영향을 받아 한국 게임들이 외국 게임들에 밀리지않았다라는 자부심이 유저들 나아가 그때 게임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되었죠. 물론 인터넷이 세계적으로 발달하면서 해외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당시에 발매되었던 해외게임 수준이 어땠는지, 나아가 상당수의 한국게임들이 해외 특히 당시 절정기를 구가하던 일본게임을 많이 베꼈다는게 알려지면서 전처럼 맹목적인 추앙에서 벗어나 한국게임 몰락 원인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중에서 명작으로 인정받은 화이트데이의 위치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게임웹진을 비롯한 언론들에서 앞서 올린 백과사전, 기사처럼 화이트데이를 밀어주었던 점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그랬던 이유로 손노리가 불법복제 피해 어필에 적극적이었단 점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원술 대표의 글이 퍼지기도 하였고 나중에 흩어진 손노리 직원들이 인터뷰할때 화이트데이의 불법복제 피해를 자주 언급하기도 합니다. 패치 다운로드수치는 저마다 다른게 포인트긴 하지만요 ㅎㅎㅎㅎ 이런 생각이 든게 회사의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던 쯔바이!!가 쉽게 사그라진 점도 있지만 마그나카르타도 컨셉을 잘 잡았으면 명작취급 받았을거란 글을 보고 나서 든 생각입니다. 같은해에 화이트데이보다 늦게 발매된 마그나카르타 역시 국산게임 마지막 명작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기엔 심각한 버그로 리콜사태까지 벌어지긴했지만 국산게임의 버그는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물론 마그나카르타급의 버그는 그래도 드물었지만 쌍벽을 겨룰만한 버그를 가진 손노리의 포가튼 사가가 한번씩 명작 언급에 껴나오는거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죠. 소프트맥스는 그다지 불법복제 어필을 안했던데다가 마그나카르타의 마지막 일격이 어정쩡한 사과문이었던걸로보면 두 회사의 언론을 다루는 차이가 느껴집니다. 심지어 당시 게임 순위에 화이트데이에만 불법복제의 여파로 순위가 낮다는식으로 써있기도 했습니다. 다른게임 역시 불법복제가 가능한건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신화의 몰락
아이러니하게도 확고부동하던 화이트데이 신화를 무너뜨리는 계기는 손노리가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바로 화이트데이를 스팀에 올린다는 리마스터 발표 때문이죠. 과거의 명작을 다시 본다는 소문에 많은 게임 커뮤니티가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16년의 세월이 지나며 유저들의 눈은 높아졌는데 게임의 수준은 따라오질 못했던거죠. 그래픽과 시스템은 물론이고 더 치명적인 문제는 국산게임에 만연했던 버그 문제까지 그대로 재현되었단 점입니다. 국산게임들의 버그가 허용되었던 것은 시대의 한계로 해외게임들이 알려지지 못해 대부분 같은 국산끼리 경쟁했기 때문이었던것이지 일반적인 기준에서보면 결함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 문제가 2017년에도 재현되자 유저들의 불만이 솟구치게 되었죠. 그러자 손노리는 최악의 대응을 선택하는데요 불법복제탓을 해버립니다. 구체적으로는 불법복제판에만 존재하는 버그를 제보하는 유저들 때문에 정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건데 게임에 이어 대응마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행보에 완전히 등을 돌려버리게됩니다. 스팀에 달리는 평가는 스팀판을 구매한 유저만 등록할 수 있는데도 그랬으니.....
게다가 이 상황에서 평점 조작 논란까지 등장합니다. 스팀에서 좋은 평점을 준 계정들을 조사해본 결과 플레이타임은 긴데 도전과제는 클리어되어있지 않거나 순서가 이상하는등의 비정상적인 계정들이 많다는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많은 논란이 터지자 이원술 대표가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남기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계속 그랬던것처럼 해명은 새로운 화약고를 터뜨립니다. 평점 조작에 대해서 회사차원에서 한적은 없고 지인이 그랬을 수 있다는건 넘어갈 수 있을정도로 문제를 일으킨건 과거 화이트데이가 최대 8천장 팔렸으며 서버에 기록된 패치 다운로드 횟수가 1달만에 15만건에 달했다고 밝히면서 지금까지의 신화에 진실공방을 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거죠. 물론 여태껏 밝혀진 조회수가 다운로드 횟수는 아니지만 15만건이란 근거 역시 화이트데이 프로젝트 PD에게 다시 물어봤다는점 하나뿐이었습니다. 하물며 1년도 아니고 당시 인터넷 상황에서 1달만에 다운로드 횟수가 15만건을 돌파했다는건 받아들여지기 힘든 주장이죠.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다른 게임 다운얘기를 할게 아니라 화이트데이 얘기를 했을겁니다. 더군다나 최대 8천장 팔린 증거라며 위의 이미지를 올렸는데 저 계약내용은 8천개를 보증해 줄 뿐 판매량이 최대 8천장이라는 증거는 못됩니다. 물론 이원술 대표는 저 계약 후에 리오더가 없었음을 근거로 삼았지만
5천장 추가 판매 기사가 발목을 잡습니다. 이에 대하여 유통사가 부풀린것이고 로열티는 8천장만 받았다고 유통사의 잘못으로 넘겨버리는데요 유통사인 위자드소프트는 이미 망한지 오래이기에 확인할 수 없는 대상에 넘겨버린셈이죠. 물론 한국 출판사등에서 실제로 출판량등을 속여 계약한적이 있긴하지만 기사에도 얼마 팔았는데 그걸 모른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사실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화이트데이가 추가로 나온 멀티플레이게임 오!재미와 합친 합본팩을 발매한 사실을 찾아냅니다. 화이트데이+오!재미의 추가 합본팩이 발매했기 때문에 리오더가 없었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게됩니다. 결국 마지막 신뢰도까지 상실해버린셈이죠.
한때 성역과도 같은 위치에 있었던 화이트데이의 신화는 이렇게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아직도 쯔바이!!의 판매사실을 잘못아는 분들이 아는만큼 더 많이 퍼졌던 화이트데이 역시 아직 모르는 사람 또한 많을거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비난당한 이상 그런글을 올리는 경우 대부분 지적댓글이 달릴것으로 보이네요.
화이트데이 신화의 몰락은 국산 패키지 게임의 마지막 환상이 깨졌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때 당시 게임을 즐겁게 한 유저들도 있으며 화이트데이 역시 당시로선 괜찮았단 평가가 계속 남기는 할것으로 보이지만 그 당시의 해외게임과 비교되며 국산게임의 수준이 정말 해외에 밀리지않았다는 주장은 이제 거의 힘을 잃었다고 보입니다. 한때는 진리와도 같았던 불법복제로 망했다는 게임들 역시 수준만큼 팔렸다는 쪽으로 크게 기울어버렸죠. 마치 헬조선담론이 국수주의적 성향을 어느정도 밀어낸것처럼 국산게임에 대한 과도한 추억과 미화도 사라져 버렸다고 해야할까요? 손노리와 양분했던 소프트맥스 역시 창세기전4를 내놓으면서 자폭을 했는데 손노리 역시 같은 길을 걸은것도 재미있는 점이네요.
머 그래도 망한건 와레즈의 영향이 크긴 했을 거에요... 그런데 다른건 그렇다 치고 버그는 진짜... 휴...
국산게임시장 전반에 관한글을 쓸생각은있는데 못쓸거같아서 좀 쓰자면 잘팔린건 아닌데 망한건 또 아니라고합니다. 그리고 손노리측에서 이상하게 자신감이 높았던거지 공포게임이란 사람타는 장르를 생각하면 더 파는게 이상했던거죠. 손노리뿐만 아니라 잘팔린 국산게임들은 거의 다 RPG였으니....
봄비가 내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