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의 <사랑으로> 에 얽힌 사연

in #kr7 years ago

1989년 6월 10일 해바라기의 선물 <사랑으로>

80년대 <해바라기>는 인기 그룹이었습니다. <모두가 사랑이에요> <내 마음의 보석상자> <뭉개구름> <그 날 이후> 등등 셀 수 없는 보석같은 노래들을 만들어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요. 저 경우는 <지금은 헤어져도>에 꽂혀서 미팅 한 번 해 본 적 없는 중딩 주제에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를 목놓아 부르며 경험없는 이별의 아픔을 상상하기도 했었지요. 이 <해바라기>의 이름을 실은 모든 노래 가운데 가장 유명해진 노래 한 곡이 1989년 6월 10일 발매된 6집에 실려 세상에 나옵니다. 바로 <사랑으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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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제목을 들자마자 2009년의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이 떠오릅니다. 편집 밤샘을 하고서는 작가 몇몇하고 영결식장을 찾았을 때 수만 명이 함께 부르는 <사랑으로>의 전율은 온 전신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 덜에 푸러런 솔잎”과 더불어 도무지 가셔지지 않는 경상도 억양으로 내가 살아가넌 동안에.... 라고 군가 부르듯 씩씩하게 불러대던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도 기억나구요. 고 김근태 의원도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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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는 아침이슬이나 상록수처럼 뭔가 ‘색깔’이 들어간 노래는 아니지만 그저 다 함께 사랑하자는 허공 위의 호소와는 또 뭔가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이 노래의 태생에 얽힌 사연 때문일 겁니다.

해바라기 멤버 가운데 하나인 이주호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합니다. 왜 <사랑으로>가 지어졌는지. 그 뒤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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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8년 전 어느날

우리 주변 동네인 공항동에 6명의 한 가족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족에게는 빈곤이라는 그늘이 늘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4명의 딸들이 부모님의 어려움을 느끼고 짐이나 덜어드릴까 하는 생각에

동반자살을 기도한 후 3살짜리 막내둥이만을 떠나보내고

나머지 3명은 가까스로 되살아났습니다.

눈시울을 적시며

그네들의 인내의 시간과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까지,

그리고 동반자살을 시도할 때까지의 고뇌들을 생각해 보며

펜을 들지 않을 수 없었던 때를 되뇌이어 봅니다.

여러분은 그런 이웃의 삶을 목전에 두고 편안할 수 있습니까.

그 일이 있은 후 저의 아침 해는 새로워졌습니다.

늘 그렇듯이 하루의 시야는 너무 좁고 짧고

잠시 주변을 돌볼 새도 없이 지나가 버립니다.

요즘은 이러한 생각조차도

너무나 짧은 찰나 속에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새롭기를 원했던 시절에 새로움으로 가득해야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참으로 세상은 천태만상입니다.

물론 다 아시는 이야기지만

한번만 더 주위를 살필 여유

즉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적 여유를 찾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바로 삶과 사람들에 대한 제 애정어린 걱정들입니다

<사랑으로>를 쓰려고 생각하게 된 데에는

우리 인생 선배들이 남겨놓은 좋은 것들에 대한 재발견을 통해

가능한 한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보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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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엄마 아빠에게 짐이 될 뿐이야..... 우리가 죽어 버리면 엄마 아빠는 좀 살기 편하지 않을까. 학비도 필요없고 밥값 옷값도 안들고 엄마 아빠 둘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엄마 아빠가 애면글면 살아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죽음 앞으로 다가서던 아이들, 그리고 그 맨 앞에서 먼저 떠나 버린 세 살 아이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이 노래는 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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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불러 보세요. 다시 한 번. 여러 곳에서 더 이상 빼앗길 것조차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자리마저 사라진 요즘. (그들에게 동의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해도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 자리는 그들에게 밀려날 수 없는 마지막 자리라는 것입니다) 하루 아침에 월세를 네 배 올려 버리는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르다가 감옥에 가는 사람과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이 나라에서. 학교 폭력을 당하다가 고민 고민 끝에 몸을 던진 학생이 엘리베이터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훔치던 그 기막힌 모습을 떠올리면서........ 한 번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

6월 10일은 <사랑으로>의 생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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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있지

바람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그러나 솔잎~하나 떨어지면

눈물따라 흐르고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아~ 영원히 변치않을

우리들의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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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부터 부르기 쉬워서 좋아하는 노래인데, 뒷 이야기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금방이라도 감정이 터질 것 같은데 겨우 추스렀습니다..

노무현 글 봤네요. 너무 좋네요

이 곡에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이런 사연이 있는 줄 모르고 그동안 부르면서 목이 메이기만 했네요. 공유하려다가 댓글에 X이 묻어있어 X만 차단하고 맙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불러야겠네요. ^^*

죄송합니다 이 스팀잇 체제가 똥을 제거할 수가 없게 돼 있네요 ㅠㅠ

이야기가 많이 슬프네요. 옛날에 고딩 때 학예제하면서 합창으로 불렀던 노래인데...그냥 음악 시험 점수에 가점 준다고 해서 노래도 되게 못하면서 참여해서 낑낑대면서 불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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