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헤지펀드에 관해서 간략하게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이제는 언론에도 꽤 자주 등장해서 용어 자체는 금융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뭔가 돈을 많이 벌 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다소 탐욕스럽고 사악한 사람들(?)이 일할 것 같은 이미지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헤지펀드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는 뮤추얼펀드와 비교를 통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는 보통 뮤추얼펀드입니다. 뮤추얼펀드는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은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뮤추얼펀드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가능하며 대체로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합니다. 반면 헤지펀드는 펀드 당 모집할 수 있는 인원수의 제한이 있으며(미국은 99명, 한국은 49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산 얼마 이상인 개인이거나 특정 기관투자자 등으로 투자자격 또한 제한이 있습니다.
운용 보수와 관련해서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뮤추얼펀드의 경우 운용사는 운용자산의 몇% 식으로 자산의 규모와 연동된 고정 보수를 취합니다. 반면 헤지펀드는 일반적으로 2-20으로 알려진 방식으로 보수를 받게 됩니다. 즉 운용자산의 2%를 고정적으로 받고 특정 hurdle 이상의 수익률을 냈을 때 그 이상 내는 수익률의 20%를 추가 보너스로 받게 됩니다. 구체적인 숫자는 펀드마다 다르며 운용에 자신이 있는(투자자들이 더 선호하는) 헤지펀드들이 더 높은 숫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용 방식에 있어서도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뮤추얼펀드의 경우 나라별로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며 리스크 또한 제한적입니다. 뮤추얼펀드는 투자자가 불특정 다수인만큼 투자자 중에는 금융 비전문가도 있으며 리스크를 크게 질 수 없는 투자자도 많기 때문에 운용 방식에 있어서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반면 헤지펀드의 경우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만 자금을 모집하기 때문에 뮤추얼펀드에 비해 운용의 제약과 공시의무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헤지펀드의 경우 운용방식의 제약이 적다 보니 뮤추얼펀드에 비해 훨씬 더 공격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운용이 가능합니다. 많은 헤지펀드들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편인데 이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운용자산이 1000억이고 롱숏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롱숏 전략은 보통 포트폴리오에서 매수(long) 포지션과 공매도(short) 포지션의 크기를 맞추기 때문에 (거래비용이나 공매도 차입비용이 없다고 가정하고) 이론적으로는 현재의 자금이 없이 무한정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실질적으로 무한한 포지션을 취하지는 않고 자산규모에 비례해서 포지션을 취합니다. 이 펀드가 예를 들어 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켰다라고 하면 long포지션을 5000억, short 포지션을 5000억 이렇게 들고 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 포트폴리오에서 1%의 수익이 났으면 실제 운용자산에 대비했을 때는 5%의 수익이 나게 됩니다. 반대로 손실이 나는 경우에도 5배의 손실이 나게 되고, 거래비용과 공매도 차입비용 등의 제약으로 인해 레버리지를 너무 키우는 것은 위험하며 펀드 자체의 레버리지 제한이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 외에도 복잡한 파생상품 투자 등 뮤추얼펀드에서는 법적 제한이 있을 수 있는 투자 또한 가능한 것이 헤지펀드 투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지펀드의 전략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몇 가지만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Global macro : 국가단위의 거시경제 지표를 기반으로 한 투자입니다. 통화나 채권, 주식 인덱스 등에 투자하여 거시적 방향성을 보고 수익을 추구합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추구했던 펀드입니다. 현재 단일 헤지펀드로는 가장 자산 규모가 큰 Brigdewater Associates도 글로벌 매크로 펀드입니다.
Event-driven : 특정 이벤트로 인해 가격이 급격하게 변하는 기회를 노리는 전략입니다. 회사의 인수합병과 같은 이벤트나 부도위기로 채권가격이 급락한 기업이 회생하는 경우와 같은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관련 금융자산의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변동하게 되는데 이를 활용하여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Activist : 특정기업의 지분을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상당량을 매입해서 배당확대, 재무구조개선, 구조조정 등을 요구하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삼성과 현대차를 공략한 Elliott management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Quantitative strategy : statistical arbitrage, high frequency trading 등, 제가 이전 글에서 설명 드렸던 바이사이드 퀀트전략들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는 있는 것으로 유명한 Renaissance Technologies를 포함해 D.E. Shaw(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이 곳에서 일했었습니다), Two Sigma 등이 유명한 퀀트펀드입니다.
이 외에도 물론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전략들이 존재하며 자본을 활용하여 돈을 벌기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헤지펀드는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철저히 수익을 추구합니다. 이것이 이 비즈니스의 본질이며, 보통 한 두 해의 손실만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생 헤지펀드들은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됩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성과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철저히 평가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자본주의적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헤지펀드 종사자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가? 가장 성공적인 경우를 보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 드렸던 것처럼, 헤지펀드는 기본 운용보수 외에도 hurdle 이상의 수익을 내면 초과 수익의 일정 비율만큼을 보너스를 받게 되는데, 미국 대형 헤지펀드의 경우 이 숫자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매년 차이는 있지만 최상위 몇 명은 달러화로 Billion 단위의 숫자의 연봉을 기록합니다(우리 돈으로 조(兆)원..). Renaissance Technologies의 James Simons, Brigdewater Associates의 Ray Dalio, Appaloosa Management의 David Tepper(카네기 멜론 대학의 경영대학에 많은 기부를 했고 이 학교의 이름이 Tepper School of Business가 되었습니다.), Citadel의 Kenneth Griffin 등이 거의 매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이 사람들만큼 벌지는 못합니다. 일반 직원들의 연봉 수준도 대체로 높은 편이기는 하나 비즈니스의 불안정성이라는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며 헤지펀드에 입사하면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다소 과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upside potential은 분명히 일반적인 비즈니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철저히 성과위주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 때문에 그만큼 정치가 개입될 여지가 적으며 개인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욕심이 많고 늘 깨어 있고 긴장되는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 매우 적합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주변에서 헤지펀드에 대해 물으면 이 글을 보여주면 되겠네요. 이럴 때 언급할만한 한국 헤지펀드가 없음은 좀 아쉽습니다.
네 아직 한국 금융투자업계는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ㅎㅎ 그만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최근의 머신러닝이나 AI가 헤지펀드의 분야에 혁신을 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홍보해
실제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떠한 시도도 마다하지 않는 이 업계의 특성상 언젠가 혁명적인 AI가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The most fundamental difference between a hedge fund and a mutual fund is that it attracts investment funds. Mutual funds are able to attract investment funds from an unspecified number of people and are usually able to invest in small amounts. Hedge funds, on the other hand, have a limit on the number of people they can recruit per fund (99 in the US and 49 in Korea)."
Great information sir
Thanks for your 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