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푸어.
하우스 푸어를 보고 생각 한 나의 신조어 이다.
하우스 푸어란 번듯한 집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킨 말로
2000년대 후반에 처음 회자되기 시작한 신흥 빈곤층을 의미 한다.
뱃살 푸어란 말 그대로 뱃살이 있지만 가난한 사람이란 뜻으로
인격과 부의 상징이었던
뱃살이 이제 가난의 상징
이란 것을 의미 한다.
사실 뱃살이 더 이상 인격과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뱃살은 이제 오히려 만병의 근원으로 질병과 게으름의 상징 이 되어 버렸다.
한반도가 몸짱, 웰빙, 다이어트 열풍의 쓰나미로 휩쓸린지 어언 10여년,
그 유래는 2003년 몸짱 아줌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딴지일보 기자의 섭외로 ‘너희에게 봄날을 돌려주마’라는 프로젝트로 시작된
몸짱 아줌마의 “몸짱 프로젝트”. 봄날 아줌마라고 불리기도 했던 그녀의 등장은
원조 몸짱 이소라의 다이어트 비디오 때의 그 센세이션을 가뿐히 뛰어넘고
이웃나라 열도까지 담그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후 권상우, 뵨사마 등을 필두로 연예계에도 몸짱 바람이 불며 온 국민의 발걸음이
헬스장을 향했고 관련 산업의 전성기가 시작 되어 현재는 성장기, 안정기를 거쳐
심화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 몸짱 열풍의 심화과정은 대한민국 특유의 천민자본주의, 외모지상주의와
찰떡의 캐미를 일으켜 이젠 집단 병리 현상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고착 중이다.
강남의 수 많은 병원, 똑 같은 모습의 강남 미인들, 국회의원, 정치인들도 거액
피부과 시술 등을 받는 다는 뉴스로 점철되고 먹방에 조금 밀리는 감이 있지만
TV의 몸만들기 프로, 섹시 백 등 엉덩이 콘테스트, 헬스 PT GX 찌라시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 이다.
이제 가꾸지 않는 자는 대접받지 못하며 경쟁사회에서 루저로 낙인 찍혀
무시당하고 구박받고 괄시당하여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관련기사 :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11/21/20141121003791.html?OutUrl=naver)
그렇다면 가꾸면 되지 않는가?
뱃살 푸어의 함정은 여기에 도사리고 있다.
그게 말처럼 쉽다면 난 처음부터 뱃살 푸어란 말 자체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충실한 노예인 대부분의 우리네 삶은
우리에게 살 빼고 가꿀 만한 정신적, 물질적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다 시간과 돈이다.
시간당 몇 만원 씩 하는 헬스 PT, 지방흡입, 다이어트 보조제,
보톡스, 성형 수술, 건강하고 좋은 음식..
그래서 이제 부자들은 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예뻐지고,
잘 생겨지고, 날씬 해지고, 강해지고, 아름다워 진다.
노예들은 어떠한가?
OECD 최대 근로시간을 더 이상 들으면 귀에 진짜 못이 박힐 것 같지만
최대 근로시간, 야근, 박봉, 대출상환, 육아, 주말근무 등 시간이 나면
부족한 잠 자기 바쁘지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바위를 뚫는
초사이어인 적인 의지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먹고 사는 것도 바쁜데
외모 가꾸기에 까지 신경 쓸 겨를이 개미 오줌만큼 만 있다.
먹는 건 잘 먹는다고? 너무 잘 먹어서 탈이다. 그것도 고칼로리 음식만.
채소, 닭 가슴살 위주의 저칼로리 고단백 식단을 매일 준비할 여유는 사치이다.
요즘 편의점 도시락은 너무나 맛있다. 야근하고 동료와 영접하는 치느님과 생맥은 천국이고
알코올 기운이 희미 해 질 때쯤 라면으로 달래는 허기는 세상 어떤 것도 안 부러운
진수 성찬이다.
운동 할 시간과 돈은 없고 건강한 끼니를 제때 챙겨 먹기 또한 그러하며
고칼로리 정크푸드 위주의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우리 노예친구들.
이리하여 우리는 뱃살 푸어다.
지난 1년간 크로스핏도 나름 열심히 하고 보충제도 사먹고
턱걸이 개수도 늘리고 피부과도 다니고 조인성 머리도 해보고
나름 발버둥 쳐 보았지만..
말짱 도루묵이다. 늘어가는 뱃살만큼 나는 점점 가난해지고 슬퍼진다.
달리 생각하면 살빼고 이뻐지면 나도 성공 할 수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일까?
이상.
조인성 머리 인증 부탁 드립니다
내년에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