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 바이오, 플레이스테이션, TV 등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소니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며 '기술의 소니', '소니왕국' 등으로 불리우며 세계 최고의 전자업체로 군림을 한다. 그러나 소니는 점차로 몰락하고 만다. 소니 몰락의 이유를 많은 전문가들은 혁신의 늪에 빠진 것으로 진단한다. 혁신의 늪이란 혁신으로 성공한 기업은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하는데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몰락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소니는 기존에 구축한 가전 왕국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월드 베스트 제품'을 만드는 데에 집중을 한다. 최고의 제품만이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블루오션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 개발하는 것보다는 기술개발 자체에 매몰되어 실패하게 된다. 소니의 기술 우선 주위 전략이 초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나, 애플의 아이팟이나 아이폰과 같이 시장 자체를 변화시키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지 못하면서 침몰한다. 기술 중심의 제품도, 경쟁사의 빠른 기술 모방과 저가 전략 등 경쟁에 밀려서 여러 분야에서 추월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몰락해갔다.
초기의 소니 전략은 월드 베스트의 기술로 개발된 제품은 뛰어난 기술을 소비자들이 알아서 적응하고 적응할 것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 자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워크맨이나 바이오 브랜드의 PC/노트북은 이런 전략의 산물이었다. 소비자들은 소니의 워크맨과 뛰어난 이동성과 디자인을 가진 바이오 노트북에 열광했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고 만다. 그러나 소니는 지나치게 자사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이며 이를 맹신하는 실수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소니는 TV다음으로 당시에 많이 사용하던 VCR을 1971년 개발했으며, 1975년 베타맥스 방식을 개발하여 가정용 비디오 레코더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TV의 프로그램을 녹화하거나 영화 등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매개체)인 비디오 테이프의 등장이다. 이에 JVC는 VHS 방식의 기술을 개발한다. 소니는 자사의 기술이 보다 품질이 높으며, 뛰어난 기술이라고 맹신한 나머지 소니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비해서, VHS는 기술 공유를 통해서 다른 회사에서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라이센스를 개방한다. 1984년이 되자, 기술 공유와 라이센스 생산이 쉬운 VHS는 일본 시장의 80%를 점유하게 된다. 결국 소니는 1989년에 베타맥스 방식의 VCR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소니의 베타맥스 방식은 분명 기술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소비자는 높을 기술력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고 컨텐츠를 보유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간과했기 때문에 실패하게 되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소니의 MD(미니디스크)에서도 발생한다. 워크맨의 성공과 기술우선 전략의 실패를 거울삼아, 1990년대 초 유행하던 CD의 불편함을 제거하면서도 휴대가 쉽고 작고 매력적인 MD 플레이어를 시장에 출시한다. 시장에서는 작고 디자인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MD가 일본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또한 컨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Sony Music을 설립하여 컨텐츠 수급에도 공을 들이게 된다. 결코 베타맥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결국 이러한 전략도 결국에는 실패를 하게 된다. 혁신적인 제품에 잘 계획된 전략을 가지고 있음에도 왜 시장에서 외면받게 되었을까? 사실 소니에게는 운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CD가 음악 이외에 데이터 저장용도로 사용하게 되고 CD라이터(CD에 개인이 직접 자료를 넣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PC 등에 기본적으로 내장된다. CD 라이터의 보급은 CD의 사용 용도가 넓어짐에 따라서 보다 널리 사용이 된다. 또한 CD 라이터를 통해서 보다 싸게 음악을 복사할 수 있게 되면서 CD플레이어가 더 많이 사용된다. MD에 대한 관심은 보다 고음질의 음악을 즐기는 일부 매니아층에게만 각광을 받게 된다. 이 보다도 결정적인 것은 플래시 메모리를 내장한 MP3 플레이어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되지 시작하면서이다. 소니의 MD는 일본 내수에서는 아직도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MP3 플레이어의 위력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소비자는 보다 휴대하기 편하고 혁신적인 MP3플레이어로 전환하고 있는데, 소니는 일본 내수 시장의 성공에 안주하고 있었다. 일본 기업의 갈라파고스화의 예시로 소니의 MD가 대표적인 예로 소개가 되는데, 내수 시장에서의 성공에 만족하고 세계 시장에서 외면 받게 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기에 애플이 2001년 1세대 아이팟의 출시는 소니에게 결정타가 되고 만다. 이 시기에 유명한 P2P 공유 서비스인 냅스터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쉽게 MP3를 구하고 (물론 정당하게 구입하지 않은 불법이었다) MP3플레이어에서 들을 수 있게 되었던 점도 소니 MD 몰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소니는 MD뿐만 아니라 자체 이동식 저장매체인 메모리스틱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취한다. 자사의 제품에 독자적인 규격의 메모리스틱을 고집하게 된다. 소니 PSP, 디지털 카메라, DSLR 등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이 있었기 때문에 메모리스틱은 생존할 수 있었지만, 결국에는 SD카드나 CF카드 등이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이동식저장매체로 자리잡게 된다.(주로 PC를 제외한 전자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TV 시장에서도 소니 특유의 기술 우선 주위에 따라서 뛰어난 화질의 프리미엄 TV를 위주로 생산하게 되는데, 소비자는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하고 디자인이 뛰어난 삼성과 LG의 TV를 선택하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소니가 실패만 한 것은 아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닌텐도가 지배하고 있던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서 승리를 하게 된다. 닌텐도가 자체의 롬팩을 주장하던 시기에 보편적인 CD를 게임의 매체로 사용하면서 보다 많은 게임 개발사를 유인하면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이에 대한 내용은 4장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하겠다.
소니의 실패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은 뛰어난 기술만이 아닌 얼마나 널리 퍼져있고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지 여부, 즉 널리 인정되고 보급될 수 있는 인터페이스(매개체)인지가 중요한 요소이다. 기술의 관점이 아닌 소비자와 소통의 관점에서 인터페이스를 바라봐야 한다. VHS의 사례처럼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주는 것이 성공의 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은 필연적으로 복잡함을 가져온다. 보다 많은 기능을 위해서는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연구하고 설계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결코 사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소니의 실패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실패했다기 보다는 사용자와 기기간에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의 인터페이스 실패에 기인한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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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성과 호환성이 소니의 실패원인 이라고들 하던데.. 일견 동의하지만 애플을 보면 꼭 그런것 만은 아닌것도 같고요...^^;; 그들의 혁신은 "창조" 보다는 "개선"에 시작을 둔것이 결국 지금에 이르게 만든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좋은글이 많네요.. 보팅/팔로우 하고갑니다.
소니는 기술을 중심으로 최고를 추구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면,
애플은 최신 기술보다는 존재하는 기술들을 잘 버무려서(?) 비록 폐쇄적이라는 얘기는 듣지만 의미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차이점이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