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선택의 시작 3-1화

in #kr6 years ago



>[비상문으로 아랫집에 내려간다]-선택

>지금 있는 약으로 이틀을 버틴다



 나는 급하게 베란다에 한가득 쌓여있던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제대로 써본 적도 없지만 살 수 있는 기이한 고양감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생존자를 만나러 간다는 기쁨일까, 나는 유례없이 힘을 썼다. 숨이 헐떡대도 민망한 것 하나 없었다. 이곳에서 인간이라는 사실말고 더 중요한게 있던가.


"후우..."


 잠깐이나마 설렜던 마음이 막상 비상구 문을 보니 겁이 났다. 대개 괴물들은 사람 흉내를 내거나, 끊임없는 소음을 만든다. 칼로 바닥을 긁은 것도 내가 괴물로 변했다고 착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행동에 안심되는 나는 미친 인간이 맞지만.


 하지만 당장에 소음을 만들지 않는 괴물이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세 알이 들어있는 약통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돌연변이든 뭐든, 약이 없으면 어차피 죽는다. 결국 난 비상구 문을 열었다. 아랫집도 베란다를 치워두진 않았지만 천장에 무언가 두진 않았는지 잘 열렸다. 문을 열자 먼지 한 구덩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사다리가 아랫집 바닥을 쳤다.


"아직, 조용한가."


 사람이 없는걸까. 악몽이 일어난 날에 집에 사람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 이후로 집안에 사람이 못 돌아왔을 확률은 더욱 높으니까. 5분이 지나도 괴물이 다가오지 않자, 나는 그 사다리를 타고 차례차례 내려갔다. 우리집과 똑같은 구조를 비싼 가구들이 빼곡히 매우고 있었다. 집엔 늘 최소한의 가구밖에 두지 않아 헐빈한 곳과는 달랐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랫집에서도 소음을 들은 것 같았는데. 나는 불안하게 중얼거리며 칼을 고쳐잡고 서재 문을 열었다. 내가 서재로 쓰는 방을 이웃사람도 똑같이 서재로 쓰고 있었다. 의사라는걸 자랑이라도 하고싶었는지 약이 한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이렇게 집안에 약이 많을 수가 있나.


 나는 그저 내 약과 똑같은 약을 마음껏 찾았다. 이제와선 어딜가든 흔한 약이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약을 챙기자마자, 곧장 안방으로 갔다. 이불도 부족하고 먹을 것도 부족했다. 이불을 챙기고나면, 먹을 것을...


"우욱-!"


 안방 문을 열자마자 그곳에 보이는건, 철창이었다. 괴물이 있었다. 시체가 된것처럼 얌전한 괴물이.



>다가간다

>당장 이 집에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