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국제공항에서 2시 25분 탑승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1시 26분. 휴양이라면 피곤하면 안될꺼 같은데 무척 피곤하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일까? 피곤하고 우울하다.
4번 게이트에서 탑승해야하는데 거기(1~4게이트)엔 에어컨도 가동이 안돼 더워서5번 게이트에 와서 앉아있다. 딸이 목 마르다 해서 물을 샀는데 4달러, 일정 내에 물을 사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공항이라 비싼 것인지 원래 생수 가격이 비싼 것인지 비싸도 너무 비싸다.
6년 전에 왔을 땐 에어컨도 없어서 더워서 힘들었는데 그나마 에어컨이라도 있는걸 위안으로 삼아본다. 그 땐 와이파이도 없었는데 느리고 자주 끊겨 답답하긴 해도 인터넷도 가능해서 탑승을 기다리는 시간도 그리 힘들진 않았다.
피로감이 극에 다달아 다리 쪽으로 피가 쏠리는 느낌에 힘들 때쯤 탑승을 시작했다. 출발편은 빈자리가 거의 없었는데 귀국편은 우리 열 앞뒤로 비어 있다. 딸아이를 누워 자게 하려고 내가 빈 뒷열로 와서 앉았다. 다리에 피가 쏠려 힘들었는데 다리를 펴고 앉았더니 좀 낫다. 죽기전에 1등석에 누워서 여행을 해봐야 할 텐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발리에서도 사이판에서도 느낀게 있는데 동양인과 서양인의 휴가를 보내는 방법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동양인들은 짧은 휴가라서일까?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경험하려 쉴세 없이 일정을 소화하는 반면 서양인들은 여유 그 자체다. 그냥 썬베드에 누워 책을 읽는다.
리조트에 묵는 동안 모든 시설물들을 이용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해변이라도 볼 생각으로 아무 것도 없는 해변 쪽 -엑티비티 존이 있는 해변도 있다 - 에 갔는데 거기엔 서양 사람들 몇몇이 있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잔에 든 술로 보이는 음료를 마시고 있는 가족도 있고 썬베드에서 눕거나 엎드려 있는 커플도 보였다. 그리고 나이든 중년 여성 둘은 수영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몸을 담그고 있었다.
리조트 물놀이 시설물 쪽에는 시끄러운 음악과 북적대는 사람들로 요란한데 그들은 인적 드문 곳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비어있는 썬베드에 몸을 뉘고 지는 석양과 수평선을 바라보며 어설프게나마 여유를 막끽했다. 그리고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소망했다.
긴 휴가를 갖지 못해서인지 (서양 나라들은 한달 가까운 휴가를 사용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인지 그저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행동의 차이인진 잘 모르겠지만 서양인들이 좀 더 여행을 여행답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내에서 추워서 담요가 있는지 물아봤더니 없단다. 저가항공이라 기내식도 없고 (추가비용을 내고 먹을 수는 있다) 담요나 이어폰 같은 것도 없다. 지금 4시 11분 (사이판 시간)인데 두 시간을 더 있어야 한다.
영국인들은 햇빛보러 동남아온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경험보다는 휴식의 의미로 여행을 가더군요 ㅋㅋ 확실히 여유면에서 서양사람들이 동양사람들보다 우위이니 여행을 가는 마음가짐도 달라진듯 합니다 저희는 정말 오랜만에 가는 짧은 여행이니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보려하고 서양은 또 올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여유롭게 생활하다 가는 듯 합니다 일상으로 복귀.. 저 역시 유럽여행 길게 갔다오고나서 허무함이 좀 있었지만 돈 모아서 또 갈수있다고 생각하면 좀 나아지더군요 화이팅하세요^^
아내랑 열심히 돈 벌자 다짐했지요. 응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