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말고보통] ‘경제적인 부’자? 될 수 있으면 되자!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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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실질적 부’ 그러니까 가처분시간을 가지려고 해도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최소한의 ‘경제적인 부’ 즉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은 전혀 없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마음껏 쓰라는 말은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아니 그것은 돈 없는 우리를 더 열불 나게 하는 헛소리다. 우리는 지금 시간을 쓰는 것도 결국 돈이 있어야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말한다. ‘되시라!’고. 노력해서 ‘경제적인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시라고 말한다. ‘실질적인 부’를 누리려고 해고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부’는 필요하니까.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남아 있다. 지금은 평범한 사람들이 노력한다고, 열심히 산다고 해서 ‘경제적 부’를 원하는 만큼 쌓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이다. 물론 악착같이 노력하면 ‘경제적인 부’자가 되지 못할 것도 없다. 낮에 일하고, 밤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돈 쓸 시간 없이 계속 일만하면 ‘경제적인 부’자가 못될 것도 없다. 그렇게 살면 부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돈은 일하느라 돈 쓸 시간이 없어야 모인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의 예술가나 자신의 일을 정말 좋아하는 특정한 몇몇 사람들뿐이다. 평범한 우리에게 일은 언제나 고초고 고욕일 뿐이다. 그러니 평범한 우리에게 ‘돈은 일하느라 돈 쓸 시간이 없어야 모인다’는 이야기는 결국 충분한 돈이 모일 때까지 언제까지고 계속 고초와 고욕 속에서 살라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좋다.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삶을 선택했다 치자. 그 삶은 어떨까? 평범한 직장인은 언제쯤 충분한 돈을 모을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무난하게 직장생활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기업 임원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전까지는 대출 갚으랴, 아이들 키우랴 항상 버는 만큼 지출이 있어서 돈이 쉬이 모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직장인이 충분한 ‘경제적 부’를 모으기 위해서는 임원이 될 때까지는 고초와 고욕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건 그 긴 시간 직장에 매여 일만 하느라 ‘실질적’으로 한 없이 가난한 삶을 살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곤경의 본질이다. 가진 것 없이 몸으로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우리는 ‘경제적인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게다가 그 ‘경제적인 부’라는 것도 돈 많은 부자들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다. 그 알량한 ‘경제적인 부’를 이루려고 우리의 가처분시간인, ‘실질적 부’라는 소중한 자산을 탕진할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은 주위에 있는 정신없이 바쁜 의사, 임원, 변호사와 같은 ‘경제적인 부’자들을 보면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참 서글픈 역설이다. ‘경제적인 부’자가 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한 없이 가난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버지가 엄청난 자산가가 아니라면, 어느 날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다면, ‘경제적인 부’를 누리면서 동시에 ‘실질적인 부’를 누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이 핵심이다. 가진 것이라곤 몸뿐인 사람들은 언제나 시간을 써서 돈을 벌수 밖에 없다. ‘경제적인 부’자 될 수 있으면 되면 된다. 솔직히 말하자.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몸을 써서 노동하지 않고 돈이 다시 돈을 버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평범한 우리가 그 두 가지 부를 동시에 만족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너무 억울해 할 것은 없다. 운 좋게 이미 ‘경제적인 부’가 많다고 해서 항상 ‘실질적인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미 죽을 때까지 쓰고도 남는 돈을 모아놓고도 악착같이 더 많은 돈을 벌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은 이미 주위에 너무 많다. 그런 스크루지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에,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너무 자명한 일이다. 좋아하는 일에 가처분시간을 사용하고 싶어도 돈을 버는 일만 하느라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체를 모를 테니까. ‘실질적 부’와 ‘경제적인 부’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세상은 나름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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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읽었습니다 항상 딜레마이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