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주권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삼권분립이 되어 있다고 하지만 계엄령을 선포하면 이 모든 것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마음에 안드는 존재는 각종 법을 갖다 대서 감옥에 가둘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아서 국민을 대신하는 존재라고 여겨지지만 뒤집어 보면 국민의 주권을 빼앗아간 존재이기도 한 것입니다. 국민을 대신한다면, 과연 그렇다면 국민이 직접해볼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럴 방법은 없습니다. 대통령은 왕과 같은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국민은 왕이 아닙니다. 저의 난데없는 주장이 아니라 정치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을 비롯한 다수의 학자들의 견해입니다.
대통령이 ‘쇼통’한다고 비난하는데 쇼통은 대통령의 본질입니다. 대통령은 왕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대통령의 표정, 대통령의 말투, 대통령의 옷차림 따위가 전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들이 곧 정책의 방향이자 우리의 현재와 미래입니다. 대통령이 내 주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쇼통을 하는 대통령은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대통령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게 주권을 내어준 존재들입니다. 대통령의 그 모든 것에 일희일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제치하든, 군부독재든, 문민정부든, 그 어떤 통치하에 있든 우리는 그런 존재로 제도에 포섭되어 있는 것입니다.
직장에서는 값싼 땔감이고, 경제시장에서는 개미이며, 정치사회에서는 주권없는 존재이며, 행정 제도 하에서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되는 것이 힘없는 우리들의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시장, 다른 사회, 다른 생태계에도 한 발을 걸쳐야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기존 제도와 경제, 문화를 빗겨 있는 그 곳. 모든 존재들이 평등한 권력을 가지며 동시에 서로를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곳. 가상 화폐가 열어젖힌 이 곳에서 그런 희망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까요. 이미 승자와 지배자가 다 결정되어 있는 기존 사회와 질서에는 균열을 가하여 자정작용이 일어나게 하고, 미미한 존재들이던 우리들이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권력을 부여해줄 수 있는 가상의 생태계에서 비전을 보시길 바랍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가상화폐를 싫어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