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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kr6 years ago

예전에 들뢰즈가 쓴 천개의 고원에서 어렴풋하게 리좀 개념에 대해 접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시각적인 이미지로 제시해 주시니 이해가 더 잘 되네요. 기획사 사장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고 그 밑에 아티스트 그 밑에 팬층이 존재하는 그런 위계적(수목적) 체계로는 현재의 방탄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하게 됩니다.

"예술의 목적‧기능이 변화해 온 이면에는 기술의 발달이 위치하고 있다." 팬덤의 역할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에 따라 더 막강해지는 면이 있어 보여요. 팬덤의 역할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의 목적이라든지 기능에서도 변화가 있게 되는 것 같고요. 어떤 예술작품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팬들이 예술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하며 예술작품의 가능성을 넓혀 놓을 뿐만 아니라 그 예술작품에 기반한 재창조(ex 아미가 만들어내는 영상)를 수행하는 것도 예술의 목적이나 기능 변화의 예라 할 수 있을 법합니다.

사실 로컬 인디 음악씬에서는 이런 현상이 꽤나 자연스러운 것인데, 메이저 음악으로 지칭할 수 있을 만한 영토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새롭네요. 방탄은 그런 변화의 주요한 징후인 것 같아요.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 참 오랜만에 읽어봅니다. 방탄영상을 보질 못 해서 방탄 영상의 특징부터는 스킵했지만 전반적으로 잼있게 읽었어요.

덧. 장정일이 문화는 세계를 변혁시켜 온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 같은데, 저도 동의하게 되네요. 문화는 세계 변혁의 징후일 뿐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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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천개의 고원』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이지영의 저서를 읽고, 리좀 등의 개념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됐네요. 그리고 『천개의 고원』 역자가 놀랍게도 스팀잇의 아름다운 철학자님이더라고요.

책과 언론 보도를 읽으며 방탄현상이란 게 결코 간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 대단한 성과를 이루기도 했고요. 뮤지션의 실력이나, 동지적 팬클럽의 존재 등이 성공의 주요 요소겠지만 분명 운도 따랐을 거예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지영 저자가 조금은 호들갑을 떨었다고 저는 봐요. 장정일 말마따나 (그리고 slowdive14님도 동의하신 것처럼) 예술(혹은 문학, 음악, 미술, 문화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든)이 세계를 변혁시켜 왔는가? 비틀스의 음악이 소비에트 체제를 해체시킨 장본인인가? 저는 회의적이죠. 한국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을 때, 다수 한국인은 음식보다는 문화로써 허리띠를 조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죠. 저자는 방탄현상이 신자유주의의 강고함을 무너뜨리는 징후라고까지 보던데. 그건 제 역량을 뛰어넘는 사안이니 통과해야겠네요.

저는 절대 예술을 하대하지 않는데, 잘못하면 이러한 발언은 예술을 깔아뭉개는 표현으로 오해 살 수도 있겠지요(저는 예술을 사랑합니다!). 재밌게 읽어 주셨다고 하니 기분이 좋네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