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엄마 따라 새벽에 항구에 간 적이 있었다. 엄마가 일을 보시는 동안 고깃배가 들어온 순간부터, 물고기를 가득 실은 배에서 어부들이 고기를 상자에 담아 옮기고 빈배로 다시 바다에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엄마를 기다리며 어둑어둑한 순간부터 해가 뜨고 날이 밝아오는 순간을 함께 했다.
먹이를 찾아 온건지 항구 근처에서 무리 지어 시끌벅적 소리내는 갈매기들의 이야기를 핸드폰에 녹음하기도 했고 고깃배가 들어온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쉴새 없이 몇백장의 사진을 찍었다. 일하는 아저씨들도 찍고 물고기들도 찍고 그곳에서 감독(?)하시는 엄마도 찍었다.
집에서 항구에 나가기 전에 엄마가 나가기 힘들었는지 아빠랑 투닥투닥 다툰터라 항구에서 엄마가 힘들게 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혹시나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우려고 처음으로 따라간 거였다.
다행히도 엄마가 힘들게 일하시지 않고 수량체크 등 감독?의 역할을 하게 되어서 안심이 되었다. 나는 근처 계단에 앉아 엄마와 일하는 아저씨들을 지켜보았다.
평화로운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어댔는데 그 순간 참 즐거웠다. 한 아저씨가 내가 사진을 찍는 걸 보고는 내게 말을 걸었다.
내 사진도 하나 찍어줘요
내가 일하고 있는 사진 찍어서 우리 마누라 한테 좀 보여주게.
내가 이렇게 열심히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내가 맨날 술만 먹는줄 안다니까.
아저씨의 말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아저씨 말대로 몇장의 사진을 찍었고 아저씨에게 보내주었다. 내가 무슨 작가도 아니라 잘 찍진 못해서 좀 부끄러웠지만 아저씨한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그때 내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고 잠깐 생각하기도 했었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좀 슬픈 마음이 들었었다. 아저씨는, 아내가 가족이 자신이 이렇게 열심히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걸 알아주었으면 하는구나.가족들이 알아주지 않아서 속상하고 서운하셨구나 싶어서.
내가 보낸 사진을 받고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는지 보여주었다면 가족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가끔 궁금하다. 아저씨가 일을 하시면서 종종 위로와 힘을 받으셨으면 하고 바래본다.
수백장의 사진을 찍고 나중에 보면서 의아했다. 난 같은 사진을 왜 이리 많이 찍었지. 똑같은 사진이 너무 많은 거였다.옛날보다는 덜하지만 요즘도 가끔 사진을 찍으면 같은 장면을 여러번 찍는다. 아마도 많이 찍어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갖고싶어서 그러는 거 같다.
어쨌든 그날은 유난히 많이 찍었다.
사진을 한장 한장 보면서 알게 되었다.
실은 똑같은 사진이 한장도 없다는 사실을.
바다 위를 날고 있는 갈매기 사진에서도 갈매기들의 움직임이 다 조금씩 다르다. 울컥했다. 비슷해서 같다고 생각한 사진이 다 다르듯 우리 삶도 매일 비슷한 일상인거 같지만 실은 어느 한 순간도 같은 순간은 없다는걸. 그 사실이 왜 울컥했는지 잘은 모르겠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니 가슴이 벅차오르고 얼굴에서 열이 오른다.
소중하고 특별했던 기억 한조각 꺼내어 다시 가슴에 담아보는 오늘, 따뜻하다.
잘보고 갑니다.
행복한 스티미언이 되세요.
감사합니다 행복한 스티미언!
배경은 같아도, 내 느낌이 표현되었다 느낄 때까지 계속 찍는답니다. 저두 ^^
웅 그렇죠?^^ 느낌을 표현하는 사진을 찍고 싶을때가 있으니까요~
Indonesia usually fish gutter very preferred especially if be anchovies.
Oh really? It's funny. that's not anchovies. I don't know fish's name.^^
nice to meet you.
새벽부터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이었네요. 사진도 그날의 풍경도 모두 아름다워요
네 저에게 그 시간들이 아름다웠거든요
그게 느껴졌다니 기쁘네요^^
갑자기 바다로 떠나고싶어지네요ㅎㅎ
^^ 그런가요? 잠시 떠나셔도 좋습니다 ㅋ ㅋ
성장판 글쓰기 채팅방에서 보고 찾아왔습니다 ㅎ
책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글을 좋아하시는 분을 찾으러 왔습니다.
글에 그순간의 한조각이 가득담겨있네요.
팔로우하고 가겠습니다 :)
방가워요^^
종종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