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카톡, 카톡..." 사사로운 친구와의 대화부터 업무 메시지까지 하루 종일 카카오톡 메시지는 끊이지 않는다. 카카오톡은 어느새 한국인 사이엔 없어선 안 될 앱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폰 앱을 통해 알아보니 나의 하루 평균 카카오톡 사용 시간은 무려 35분. 자주 보지 않으려고 일부러 알림까지 꺼뒀건만 여전히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과연 카카오톡이 내게 주는 이점은 뭘까?
빠른 정보의 획득, 여러 친구와의 쉽고 잦은 연락, 기프티콘 구매를 통한 편리한 선물. 이 모든 것들이 앱 하나로 가능해졌다. 하지만 빠르게 획득하는 정보 중에 내가 꼭 알아야만 하는 정보는 없고, 너무 잦은 친구와의 연락은 실제 만남에서 보다 긴 침묵을 만들며, 편리한 기프티콘 선물은 취향에 맞게 고르고 정성껏 포장해 준비하는 선물을 대체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톡이 내게 준 이점은 없었다.
오히려 카카오톡은 스트레스만을 줬다. 친하지도 않은 친구의 연애 상담이나 한풀이에도 '읽씹'하거나 '안읽씹' 하지 않으며 적당한 시간 내에 답장을 해야 하는 일종의 암묵적인 카카오톡 룰은 나를 극한의 스트레스로 몰아갔다. 본인의 이야기로 노란 창을 채워가기에 급급한 친구들이 홍수처럼 쏟아 내는 이야기에 적당한 리액션을 해야 하는 건 고역이었다. 애써 이야기를 듣고 진지한 조언을 건네도, 나의 조언들은 대체로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에도 들어가지 못 한 채 곧장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 카카오톡을 없앴다. 물론 현시대에서 직장인이라면 꿈도 못 꿀만큼 이기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꼭 참여해야 하는 모임이나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 있을 때 내게 따로 연락을 해 주는 친절한 누군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란 창만 봐도 신물이 날 정도로 지쳐버린 정신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 이번만큼은 과감히 카카오톡을 없애기로 택했다.
분명 카카오톡을 없애면 불편한 점도 여럿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혼자만 웃지 못할 상황도 많아질 거고, 단체 모임에서는 점차 소외될지도 모르며, 여러 친구와의 관계도 이전만큼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앱 하나로 운명을 달리하는 관계라면 이 참에 끊어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오히려 서로 유익한 관계만이 남으리라 기대한다.
스마트폰이 발달하기 이전인 고등학생 시절엔 각기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한 동네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근래의 고민거리, 빠져 있는 음악이나 영화, 학교에서 벌어진 웃긴 일화 등 고이 간직해 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한 장에 담아 건네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락을 덜 하는 만큼 우리의 애정은 더 깊어졌다. 그때만큼 끈끈한 소중한 친구들과의 관계, 원치 않는 관계의 단절, 그리고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내 자신의 모습을 바라며 카톡 감옥에서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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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썼던 글입니다.
앞으로 깊은 고찰을 담은 많은 글을 쓰고자합니다.
반갑습니다 스팀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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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rote it. Than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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