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무슨 꿈 인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아니, 왜 내가 자고 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누군가 내 머리를 망치로 힘껏 두들기고 있었다.
정신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적막함 속에서 그저 누군가 망치로 후려치는 듯한 통증이 귀를 타고 흘러 들어왔을 뿐이었다. 전화벨 소리였단 것을 눈치챈 것은 12번 째 망치가 나의 귀를 내려쳤을때 였다.
여보세요
갈라지는 목소리에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누군지 확인할 힘 조차 없었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휴대폰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고 몇 차례 헛손질을 하고서야 가마나히 도망다니는 휴대폰을 붙잡았다. 일단 이 망치질을 끝내고 싶었다. 우선 전화 수신 버튼을 누르고, 천천히 귀에 가져다댔다.
왜 내 전화 안 받아!
귀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방안에 울려퍼지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카랑카랑한 목소리. 차라리 망치질이나 당하고 있을 껄, 이란 생각이 맴돌았다. 그녀였다.
차라리 지금 이 순간이 아까 꾸던 꿈이었으면 했다. 그렇다면 받지 않았을 터 였다.
힘들게 연락을 피하고 있었지만 나의 수고는 전부 허사로 돌아가버렸다.
바빠서.
어떻게서든 끊어야만 했다. 지금의 정신상태로 그녀와 오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내게 좋게 작용치 않을 것이었다.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였다.
바쁜 척 하기는. 우리 놀러 가자.
다시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거절해야만 했다.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았다. 주변 말대로, 난 전 여친에게서 놀아나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왜 내게 계속 여지를 주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헤어져도 친구로 지내자던 그녀의 말이, 평생 어장에 갇혀 사는 물고기가 되란 말이었을 것이라곤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헤어진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헤어지고 처음 만난 그 날엔, 다시 사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만남에선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떠난 것이라 여겼다. 더 잘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선 잊으라고 수없이도 이야기했다. 전여친과의 만남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주가 지나고, 그녀는 남자친구가 생겼다. 몇 개월이 지나고 그녀는 내게 연애 상담을 신청해왔다. 그 때 화를 내지 못한 내 자신이 아직도 미련하다고 느꼈다. 주변에서 어떤 걱정을 한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면 와닿는 것은 없었다.
그녀가 미웠다. 결코 짧지 않았을 수 년 간의 연애가, 내 학창 시절이 부정당해버린 듯 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렇기에 그녀를 피하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나를 그 수 년간의 연애를 잊고 날 친구로 여기는지, 그저 수족관의 물고기로 여기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내게 그녀는 사랑했던 대상, 첫사랑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거절하자. 아니, 거절해야만 해.
왜 말이 없어. 자냐?
아, 오늘?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